농구대표팀 성공적 첫발, 문제는 '포스트 라건아'
출처:오마이뉴스|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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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계약 이어갈지 미지수... ‘4자계약‘ 공통된 합의 필요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안준호호‘가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2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에서 태국을 96-62로 대파했다.

지난 22일 안준호호의 데뷔전이었던 호주와의 원정 첫 경기에서 71-85로 패배했던 한국은, 이날 태국을 꺾고 첫 승을 신고하며 1승 1패로 첫 2연전을 마감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8강 탈락으로 대회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추일승 전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된 것은 ‘백전노장‘ 안준호 감독이었다. 하지만 2011년 프로농구 서울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무려 13년간의 지도자 공백기가 있었던데다 나이도 칠순을 바라보는 ‘올드보이‘ 감독의 귀환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FIBA 아시아컵 예선은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농구가 새롭게 선을 보이는 첫 국제무대였다. 결과적으로 안준호호는 이번 2연전에서 그동안의 부정적인 전망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만한 희망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첫 경기에서 세계적인 강호인 호주를 상대로 석패하기는 했지만 3쿼터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태국을 홈에서 압도했다.

FIBA 랭킹 4위의 호주는 비록 NBA리거들을 비롯한 정예멤버들이 모두 빠진 2진이었다고 하지만 유럽팀 수준의 피지컬과 선수층을 보유한 강팀이었다. 태국도 귀화선수와 혼혈선수들이 포진해있어서 마냥 손쉬운 상대만은 아니었다. 안준호호는 아시안게임과 달리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운 런앤건이라는 한국농구 특유의 컬러를 복원하며 상대팀들을 괴롭혔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라건아와 김종규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20대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허훈과 최준용, 김선형, 전성현 등 각 포지션에서 리그 정상급으로 꼽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1.5군에 가까운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정현, 하윤기, 변준형, 오재현 등 KBL을 호령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과감한 몸싸움과 적극적인 슈팅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라건아와 김종규도 베테랑답게 묵직한 골밑 플레이로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줬다. 안준호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에게 개인보다 팀 정신을 강조했다. 프로 리그 중이라 선수들이 지친 상태였지만 불평 없이 힘든 일정을 잘 소화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하며 흡족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계약 종료되는 주장 라건아

한편으로 태국전은 향후의 농구대표팀의 미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라건아의 국가대표 계약이 태국전을 끝으로 종료된다.

라건아는 2018년 특별 귀화를 통하여 한국으로 귀화했고 6년여간 대표팀의 핵심전력으로 활약했다. 2018-2022년 두 번의 아시안게임과 2019년 농구월드컵 등을 함께했다. 빅맨으로서 단신이지만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묵직한 파워와 체력, 나이를 먹을수록 향상된 슈팅능력까지 더하여 국제무대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전성기에는 명실상부 ‘한국농구대표팀 역대 최고의 빅맨‘이었다.

라건아의 계약은 본인과 대한민국 농구협회, 소속팀 부산 KCC와 KBL까지 연결된 4자계약이어서 구성원들의 공통된 합의가 필요하다. 라건아가 올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데 KBL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 대표팀 발탁도 불가능하다. 라건아도 당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장이 다소 바뀌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부진에 아쉬움이 남은 라건아는 안준호호의 첫 소집에 응하면서 팬들이 원한다면 태극마크를 달고 더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준호 감독은 놀라게도 대표팀의 첫 주장으로 귀화선수이자 계약만료를 앞둔 라건아를 낙점하여 눈길을 끌었다.

어느덧 35세가 된 라건아는 냉정히 말하여 기량은 전성기에서 내려온 상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잔부상 등이 겹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KBL에서도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하여 농구대표팀에는 아직 라건아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도, 전술적인 면만 뒷받침되면 라건아를 여전히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라건아는 호주전에서 21점 14리바운드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태국전에서는 17여 분만 뛰고 15점을 몰아넣는 효율성을 보여줬다. 상대 수비를 몰고다니는 ‘라건아 효과‘가 있었기에 다른 선수들의 다득점도 가능했다.

라건아가 만일 태국전을 끝으로 대표팀 경력을 마감한다면 한국농구는 다른 귀화 선수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김종규와 하윤기, 이승현 정도만으로 아시아의 강팀들과 골밑에서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포지션과 상황은 다르지만 혼혈출신 귀화선수이자 슈터였던 문태종은 39세였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까지 목에 건 바 있다. 라건아도 기량이 건재하고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연장계약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와 협회까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물론 라건아가 지금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농구에 기여한 공로는 변함없이 높게 인정받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안준호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귀화선수 문제의 빠른 해결을 비롯하여 앞으로 농구협회와 프로팀들의 적극적인 협조 및 지원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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