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멍에 퉁퉁 부은 눈, 열정이 고통을 이겼다…"화가 너무 나더라고요"
- 출처:스포티비뉴스|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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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하고 맞는데 분노가. 화가 너무 나더라고요. 맞자마자 무조건 (뼈가) 부러졌다고 생각했거든요."
피멍이 들고 눈이 퉁퉁 부어도 개의치 않았다. 야구를 향한 열정이 부상의 고통을 뛰어넘었다. 부은 눈을 억지로 뜨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 눈두덩이를 끌어올리면서까지 경기를 뛰었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송승환(23)의 이야기다.
송승환은 12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다 타구에 왼쪽 눈두덩이를 맞은 지 하루 만이었다. 멍과 부기가 심하다 보니 선수단 모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는데, 정작 본인은 태연했다. 부상 부위가 멀쩡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못하거나 2군에 내려가게 된다면 그게 더 화가 날 것 같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안쓰럽긴 마찬가지였겠지만, 12일 경기만큼은 송승환을 무리해서라도 내보내야 했다. 주전 외야수 정수빈(발등)과 김재환(무릎)이 동시에 부상 여파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나머지 외야수들을 경기에 다 투입해야 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 이의리였기에 이 감독은 우타자인 송승환을 믿고 기용해 보기로 했다.
우타자인데 왼쪽 눈이 부어 있어니 시야 방해가 심할 법했다. 그래도 송승환은 타석에서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격했다. 결과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이었다. 안타까지 생산하는 드라마를 쓰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부상 3일째인 13일은 그래도 부기가 조금 더 가라앉아 있었다. 잠실 KIA전을 앞두고 만난 송승환은 "보는 사람들은 지장이 많아 보인다고 했는데, 첫날만 엄청 심했다. 아직 젊으니까 회복이 빠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어 보였다.
부상 당시에는 지금처럼 웃어 보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송승환은 부상 당일 선발 출전이 예정됐던 터라 아쉬움을 뛰어넘는 화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송승환은 "외야에서 훈련하다 타구에 맞았다고 하니 포구하려다 공을 놓쳐 눈에 맞은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더라. 그게 아니라 외야에서 다른 훈련을 하는데 갑자기 타구가 와서 맞은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땅 하고 세게 맞았다"고 그날을 되돌아봤다.
이어 "맞았을 때는 아픈 건 둘째 치고 ‘부러지면 안 되는데‘ 이 생각뿐이었다. 야구를 못해서 2군에 내려가면 납득이 되지만,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는 건 나 혼자 납득이 안 될 것 같았다. 많이 부어서 골절인 줄 알았다. 그래서 불운한 사고로 2군에 간다는 생각을 하니까 분노가, 화가 너무 나더라"고 덧붙였다.
병원 검진을 받고 골절은 피했다는 소견을 들은 뒤에야 송승환은 안도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아무 일 없는 듯이 선글라스를 끼고 방망이를 들고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진행했다. 덕분에 12일 경기에 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송승환은 "(부상 부위가) 불편하긴 불편하지만, 경기에 나가는 게 감사하니까. 내가 계속 괜찮다고 코치님들께 이야기했고 이상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고통을 참을 정도로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게 야구다. 송승환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059(17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쳤다.
송승환은 "감이 안 좋은 느낌은 아니다. 똑같이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것 같아서 변화를 주기보다는 훈련량을 더 가져가고 있다. 코치님들과 매일 상의하고, 훈련도 매일 많이 하고 있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100% 결과가 안 좋으니까. 타석에서는 생각을 비우고, 연습 때는 힘겹게 고민하고 있다. 야구 스트레스는 결국 야구로밖에 안 풀리더라. 결과가 잘 나오면 그때는 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멍과 부기가 다 빠지려면 2~3주는 걸릴 전망이다. 송승환은 부상에 깜짝 놀랐지만, 야구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 천만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열정이 언젠가 결과로 이어질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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