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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벤투의 고집뿐... 이강인 제외 명분들은 사라졌다
출처:스타뉴스|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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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이었다. 출전 시간을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21)은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이적 후 첫 선발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어진 오사수나전에서도 맹활약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극찬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시선은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을 향했다. 한동안 A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강인을 10월 시리아·이란전을 앞두고 재발탁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이강인은 A대표팀보다는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 비중이 더 컸는데, 올림픽이 끝난 데다 소속팀에서도 활약하고 있으니 다시 벤투호에 승선할 것이란 전망이 컸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구상에 이강인은 없었다. 당시 그는 "이강인이 최근 2경기, 레알 마드리드와 오사수나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강인과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들 또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표팀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였다. 당시 소집된 대표팀 내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은 이동경(한자로스토크·당시 울산현대)과 권창훈(김천상무·당시 수원삼성) 이재성(마인츠05) 등이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선발된 명단을 보면 이강인과 같은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있고, 이들은 다른 포지션까지도 소화가 가능하다"면서 "이강인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 건 사실이고, 다른 몇몇 선수들이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도 맞지만 이들은 한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1년 전 마요르카 이적 후 맹활약을 펼치던 이강인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건, 당시 포지션이 같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경기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데다 소화 가능한 포지션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강인을 향한 벤투 감독의 시선은 이후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이어졌고, 이강인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이강인을 둘러싼 상황들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1도움)에 프리메라리가 8월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오를 만큼 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활약이 좋은 가운데, 앞서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외면했던 두 가지 이유도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벤투호에 재승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예컨대 권창훈의 경우 최근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동경은 샬케04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뒤 이적시장 막판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독일 2부 한자로스토크로 재임대된 상태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급 2선 자원들 가운데 ‘이강인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적어도 1년 전처럼 ‘이강인보다 더 나은 선수들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제외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팀 내에서 맡는 역할도 다양해졌다. 공격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처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강인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최근 두 경기에선 투톱 공격수로 각각 선발 출전했다. 포지션이 무의미할 만큼 사실상 ‘프리롤‘에 가깝긴 하지만, 그만큼 특정 포지션에 묶일 재능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게 이강인의 대표팀 제외 이유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유일하게 남은 건 벤투 감독의 ‘고집‘ 정도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한 번 외면한 선수는 웬만해서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장 최근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도 국내파 위주의 동아시안컵 명단에조차 제외된 이승우(수원FC)가 대표적이다. 이승우 역시 벤투호 출범 초기엔 부름을 받다 전력 외로 분류된 케이스다. K리그 MVP 홍정호(전북현대)나 득점왕 주민규(제주유나이티드)가 ‘단 한 번도‘ 벤투호에 승선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표팀 승선 자격을 충분히 갖춘 선수를 제외하려면 적어도 팬들을 이해시킬 만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는 만큼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진 ‘최정예‘를 소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1년 전 이강인을 외면하면서 벤투 감독이 직접 설명했던 이유들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 벤투 감독의 이번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오는 12~13일께 9월 A매치 평가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이달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전,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메룬전에 나서게 될 대표팀 명단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파들이 소집될 수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자, 이강인에게는 월드컵 출전 여부가 걸린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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