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선수 뛰는 KBL, 국내선수 역차별 점검 필요
- 출처:점프볼|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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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은 아시아쿼터 제도의 범위를 확대했다. 많은 구단이 필리핀 선수 영입에 나섰다. 필리핀 선수들은 국내선수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국내선수가 오히려 차별을 받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KBL은 아시아쿼터 제도로 선수 영입이 가능한 나라를 일본에서 필리핀까지 범위를 넓혔다. 지난 2년 동안 나카무라 타이치(전 DB)만 KBL에서 활약했는데 필리핀 선수까지 영입이 가능해지자 현재 6개 구단이 필리핀 선수와 계약을 맺었다. 데이원은 유일하게 일본 선수 모리구치 히사시와 함께 한다.
이들의 가세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필리핀 팬들까지 경기장으로 끌어들인다면 기술이 좋은 단신 외국선수보다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이들의 활약이 지속될 경우 필리핀으로 방송중계권 판매 등 부가적인 수익까지 가능하다.
필리핀 선수들은 외국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숙소 제공 등 여러 가지를 혜택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보수는 국내선수 샐러리캡(26억 원)에 포함된다.
필리핀 선수들이 받는 첫 해 보수와 누리는 혜택들이 국내선수들의 홀대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된 선수와 최대 5년까지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농구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이번에 영입된 선수들은 대부분 2년 계약을 맺었다. 첫 해 보수는 모두 1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으면 2억 원 내외다.
프로 경력을 갖춘 선수가 있다고 해도 2억 원이면 이번 시즌 기준 각 팀 주축 선수에 준한다.
국내선수들은 드래프트 직후에는 월 150만원에 출전수당 30~50만원을 받는다. 전 경기에 출전해 최고 활약을 펼쳐도 4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정식 계약 기간에 들어가는 두 번째 시즌에는 드래프트 1순위의 보수가 1억 원이다. 로터리픽(1~4순위)에 지명된 선수는 최소 7000만원을 보장 받는다.
보수 제한이 없었던 1998년 드래프트를 제외하면 1순위의 첫 해 보수는 8000만원(1999년~2004년)으로 시작해 9000만원(2005년~2006년)을 거쳐 2007~2008시즌부터 1억 원으로 오른 이후 지금까지 변함 없다. 2007~2008시즌 샐러리캡은 17억 원이었고, 지금은 26억 원이다.
기량이 가장 좋다고 인정받은 국내선수도 첫 시즌에는 아무리 좋은 활약을 해도 최저연봉 가량의 적은 보수를 받고, 두 번째 시즌이자 계약기간 첫 해에는 무조건 1억 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15년 동안 샐러리캡의 52.9% 인상에도 1순위의 보수는 고정되어 있다.
안영준은 2017~2018시즌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하고, SK의 챔피언 등극에 기여했으며, 2019~2020시즌에는 공동 1위를 차지하는데 힘을 실었다. 그리곤 2020~2021시즌 보수 2억 2500만원을 받았다. 허훈과 양홍석도 KBL의 미래로 주목 받으며 세 시즌을 활약한 뒤에서야 보수 2억 원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 2년 차임에도 신인상을 수상한 이우석의 이번 시즌 보수는 1억 5000만원이다.
필리핀 선수들의 첫 해 보수는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 받은 허훈(상무)과 양홍석(KT), 안영준(상무)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다. 보수가 낮은 선수도 신인왕 이우석(현대모비스)보다 조금 적다.
중요한 것은 필리핀 선수들이 두 시즌 동안 주축 선수로 활약한 국내선수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점이다.
보통 1라운드에 뽑힌 국내선수들의 계약 기간은 5년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려면 실질적으론 7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계약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첫 시즌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 후 합류하는 시즌 때문이다. KBL은 최근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되어 제대 후 합류해 27경기 이상 출전이 가능해지자 군 복무 후 복귀 시즌을 계약기간 미소진으로 규정을 손질했다.
기량이 좋으면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해 FA 자격을 얻는데 7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국내선수들과 달리 이번에 들어온 필리핀 선수들은 2~3년 만에 FA 기회를 잡는다. 출발부터 국내선수보다 많은 보수를 받고, 대박의 기회도 빨리 갖는다. 기량이 출중해 FA 대박을 터트리면 샐러리캡에 포함되기에 다른 국내선수가 그만큼 적은 보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필리핀 국적의 선수는 대학 재학생임에도 KBL에서 곧바로 활약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해외 국적 선수는 KBL 등용문인 드래프트 참가 자격 자체가 없다. 대표적으로 올해 4학년인 이사성(경희대)이 있으며, 이번에 입학한 프레디(건국대)와 준 해리건(명지대)도 있다.
필리핀 국적의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 예정 선수가 KBL에서 국내선수 자격으로 뛸 수 있다면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대한민국 국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하는 선수까지 넓히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프로농구는 출범 이후 전 구단의 전력 평준화뿐 아니라 각 구단의 인기도 평준화를 이뤘다. 특정 구단이나 대학만 인기가 많았던 농구대잔치 시절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전체 농구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 곡선을 그렸다.
최근 허웅(KCC)과 허훈뿐 아니라 은퇴한 선수들이 방송에 출연해 농구 인기 회복에 힘을 쏟는다. 살아날 가능성이 보인다. 결국 리그 전체가 흥행하려면 인기 선수가 많아져야 하고 국내선수가 잘 해야 한다. 외국선수가 아무리 잘 해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도 큰 반등이 없었다는 건 지난 20여년의 역사가 증명한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다수 영입된 필리핀 선수들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모르지만, 아마추어에서는 가드는 필리핀 선수가, 빅맨은 외국선수가 차지하면 프로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은 슛만 던져야 하냐라고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L은 아시아쿼터 제도가 리그 확장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반대로 국내선수들이 차별이나 홀대 받지 않고, 많은 어린 선수들이 KBL에서 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15년째 변함 없는 신인 선수들의 첫 해 보수는 적절한가?
국내 대학에서 농구를 하는 선수와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된 선수 사이에 차별의 여지는 없는가?
프로 선수의 꿈을 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여전히 뛰고 싶은 무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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