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라이벌팀 이적을 감행한 하칸 찰하놀루(인테르밀란)가 전 소속팀 AC밀란 팬들의 야유를 세리머니로 맞받아쳤다.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시로에서 2021-2022 이탈리아 세리에A 12라운드를 가진 인테르와 AC밀란이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11분 찰하놀루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17분 스테판 더프레이의 자책골이 나왔다.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은 같은 구장을 홈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맞대결마다 홈팀 자격을 얻는 팀 팬들이 경기장 대부분을 메운다. 이날 홈 팀은 밀란이었다. 경기장을 채운 밀란 팬들은 라이벌 인테르에 적개심을 드러냈는데, 특히 한 선수에게 더욱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주인공은 찰하놀루였다. 찰하놀루는 2017년부터 4년간 밀란에서 뛰다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인테르에 합류했다. 라이벌팀으로 이적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열성적인 팬들에게 ‘배신자‘로 불리기 충분한 이유가 되지만 찰하놀루는 그 이상이었다. 찰하놀루는 밀란과의 계약 기간 4년 중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과 함께한 막바지 1년 반 동안에만 제 몫을 했는데, 계약 종료가 다가오자 막바지 활약상을 근거로 요구 연봉액을 산정했다. 밀란의 제시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 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건강 문제로 뛰기 어려운 상황이 된 인테르가 찰하놀루에게 접근했고 찰하놀루는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이적료 한 푼 남기지 않고 라이벌 팀으로 떠나며 밀란 팬들을 등졌다.

밀란 팬들이 찰하놀루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이미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대표팀 자격으로 산 시로를 방문한 잔루이지 돈나룸마(파리생제르맹)에게도 야유를 퍼부었다. 돈나룸마는 찰하놀루 같이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것은 아니었으나 밀란 유소년팀 출신임에도 재계약 과정에서 많은 잡음을 내면서 FA로 떠난 선수다.

반응을 감지하고 있던 찰하놀루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전반 11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감행했다. 동료들과 기쁨을 즐긴 뒤 밀란 팬들을 향해 더 해보라는 듯 양손을 귀에 가져다 댔다. 우발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친정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옛 동료들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과도하게 기뻐하는 것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찰하놀루는 앞서 세리머니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9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밀란전 세리머니 실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언제나 그랬듯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