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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대로라면 '정몽규 카르텔' 누구도 못 거둬내"
출처:주간조선|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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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낙선한 신문선의 토로

 

대한축구협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적적 역전승으로 남자 성인대표팀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석연찮게 이별하고, 다음해 현대축구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해 아시안컵에서 충격적인 4강 탈락을 겪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결국 수십억원대로 추정되는 위약금을 지불하고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또다시 석연치 않은 절차를 거쳐 K리그 시즌을 한창 진행 중이던 홍명보 전 울산 현대 감독을 선임했다.

축구협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축구협회의 근본적 행정능력에도 의문이 커졌다.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들을 사면하는가 하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용 훈련장이 아닌 호텔 헬스장에서 일반 투숙객과 함께 훈련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무능이 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시각이 축구팬들 사이에 팽배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가대표 경기가 열릴 때 정 회장이 나타나면 팬들이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를 연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때마침 12년 만의 경선으로 열린 협회장 선거가 ‘정권 교체‘의 기회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과 현장의 온도차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4연임에 도전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192인의 선거인단 가운데 182명이 투표에 참여, 정 회장에게 무려 156표(85.71%)라는 몰표를 줬다.

그러나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려온다. 문체부에서 중징계 처분 대상으로 지정한 정 회장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아직도 당선 인준을 받지 못했다. 문체부가 교부하는 예산을 받지 못해 초·중·고 축구리그가 중단됐고, 현대산업개발 임원이 협회로 불법 파견돼 10억원가량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터져나왔다. 무엇보다 국정감사에서 축구협회에 불리한 증언을 한 축구해설가 등의 ‘반체제‘ 인사들에게 직간접적 외압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간조선은 지난 3월 13일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11표(6.04%)를 득표하고 낙선한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대중에게 축구해설가로 친숙한 신 교수는 정몽준 전 회장 이후 ‘현대가‘가 장악한 축구계의 ‘야당‘을 자처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정몽규 체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며 최근 불거진 ‘반(反)정몽규‘ 인사들에 대한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압박을 주도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고, 오래전 나도 같은 일을 겪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 2014년 성남FC 사장을 역임한 뒤 올해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오기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프로축구 K리그 시민구단이 창단할 때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국제상사에서 광고홍보판촉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일화그룹 소유였던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때 공모사장이 됐던 것이다.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축구부 운영비가 들지 않는 클럽 팀을 만들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이 축구단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 시장이 재계약을 제의했지만 강의를 위해 학교(명지대)로 복귀했다. 이후 한국은 물론 세계를 돌며 축구행정 변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 협회장 선거 뒤로는 어떻게 지냈나. "제주도에서 일주일 동안 걷고 또 걸었다. 2017년 프로축구연맹 총재에 단독 출마했을 때, 23표 가운데 찬성 5표를 받아 낙선했지만 축구 민주화를 위한 씨를 뿌렸다는 낙선사례를 했다. 이번에도 낙선자에게 마이크를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 당선자와 악수만 하고 퇴장을 요구받아 아쉽다. 그러나 협회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정몽규 체제가 제대로 가겠는가.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될 때 축구협회가 지방협회의 친위 세력과 담합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사실상 정 회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선임한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 손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50억원을 사재출연하겠다는 공약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다. 협회 비상근 임원들에게 자문료 성격으로 지급하는 고액의 예산 집행도 중단해야 한다."

 

 

- 정몽규 회장의 입후보 자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는데.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특정감사를 통해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를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축구협회에 공을 넘긴 것은 협회가 ‘FIFA의 정치적 중립성 규정‘을 들먹이며 협박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자체의 공정위원회가 이 역할을 맡아 징계절차를 밟은 뒤 문체부에 보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유야무야됐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몽규 집행부의 논란을 다 아는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축구협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어떤 것을 말하나. "먼저 축구협회 대의원을 구성하는 17개 시도 협회장들과 임원들이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정몽준 시대까지 30년간 축구협회를 장악한 사람들이다. 협회 내 선거법을 만든 주체도 전임(정몽규) 집행부다. 어떤 후보가 나와서 100년간 정씨 집안과 붙는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 현재 선거인 3분의1이 ‘정몽규 카르텔‘의 코어다. 지금 정 회장 체제에서 카르텔을 공고히 하기 위해 뿌리는 ‘자문료‘가 어마어마하다. 1500만원을 받는 부회장, 600만원을 받는 부회장…. 일종의 특수활동비 같은 것이다. 이번 선거도 전임지도자 등 축구협회 인사권을 가지고 여러 거래들이 오가지 않았겠는가. 축구협회는 선거인단(192명)이 워낙 적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다."

- 투표 당일, 정견발표 당시에도 선거인단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던데. "선거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주차하자마자 보안요원이 우르르 와서 대기실로 안내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2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축구회관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그러다 정견발표 시간인 오후 1시가 되어 가 보니 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선거인들을 위해 120석이 준비돼 있는데 김판곤 울산 감독을 포함해 10명 남짓 겨우 앉았더라. 기자들도 없었다. 나중에 아는 기자에게 물어보니, 기자들은 정견장 취재가 허락되지 않았고 2시부터 취재 허락이 됐다고 했다.

‘나는 망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유승민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결정적 요인이 정견발표였다. 그런데 선거인단은 들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 캠프에서 확인해 보니, 선거인단이 카르텔을 주도하였던 사람들에 의해 축구회관 근처에 모여 있었다. 정견장이 아닌 축구회관 외부에 나가 있다가 투표시간에 맞춰 무리지어 몰려들었다. 선거권도 없는 올해 서울시 축구협회장 당선자가 선거인들을 상당수 모아 커피숍에 있었다거나, 수년 전 지방축구협회장을 하던 건설업자로 알려진 인사가 선거인들과 동행하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정견발표를 고의로 외면하고자 하는 짜여진 작전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 조직적으로 ‘정몽규 투표‘를 권했다는 것인가. "이를테면 선거인이었던 ○○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이름과 직종은 비공개해달라. 선배들이 자신에게 정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종용했는데, 그 동기가 대부분 ○○위원장을 맡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 친구가 ‘축구계에 20년 이상 몸담았고, 해당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말 ○○계가 썩었다고 느낀다‘고 하더라. 투표권이 없는 모 지역 협회장이 ○○○ 대표 선거인들을 앉혀놓고 관리하는 것도 봤다."

-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축구협회가 앞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어렵다. 일단 논공행상 과정에서 ‘축협 카르텔‘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데 이 규모가 너무 커서 고민일 것이다. 해 둔 약속이 너무 많지 않겠나. 지금 55대 집행부도 짜고 못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축구협회는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10년 전 축구협회 매출이 1000억원이었는데 지금도 대동소이하다(2024년 매출액 약 1126억원). 국고지원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크다. 지금도 문체부에서 예산을 교부받지 못해 초·중·고 축구리그도 파행을 겪고 있다.

정 회장이 재벌이라 투자 능력이 있다는 것도 환상이다. 정몽규는 축구를 모르는데 투자에도 인색했다. 지금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코리아컵(FA컵) 우승 상금이 겨우 3억원이다. 2018년엔 정 회장이 AFC 심판위원장을 맡았지만 심판도 키워내지 못해, 예전엔 월드컵에 출전하던 한국 심판들이 국제무대에 하나도 없다. 정 회장 연임은 외교적으로도 참사다. AFC 부회장 선거도 FIFA 평의원 선거도 낙선했었다. 아시안컵 유치 시도 때는 결선투표에서 ‘0표‘를 받았다. 천안축구센터도 논란이 많은 사업이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 팬들도 정 회장 체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아 해외 수주를 따내려는 의도로 회장직을 유지하는 듯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일 것이다."

- 정 회장의 연임 성공 이후,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축구협회를 비판했던 해설가 등의 인사들에게 보복이 감행되고 있다는데. "축구계에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스피커들을 모두 걷어내고 있다. 유·무형의 압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비선수 출신인 해설가가 해설직에서 밀려나자, ‘축구를 해본 경기인 출신이 해설을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친축구협회 인사들이 흘리는 식이다."

-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협회 측 인물이 있다고 들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중역을 맡고 있는, 이름조차 거론하기 부끄러운 인사다. 그러기 쉬운 환경이다. 국내 축구리그를 중계하는 ‘스카이스포츠‘는 프로축구연맹이 절반을 출자한 회사다. 내가 2017년에 모 케이블 방송사에서 동아시아축구대회의 해설을 맡던 당시에도, 그는 방송사 보도담당 국장에게 왜 나를 해설자로 썼냐고 항의했었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 직후 이번에 보복당한 해설자에게 ‘나는 수도 없이 그런 공작을 당했는데, 당신도 해설을 못하도록 마이크를 뺏을 것이다‘라고 경고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이렇게 항상 축구계 야권에 대한 ‘보복‘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이미 적잖은 국회의원들이 이 사람을 지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야구(KBO)는 허구연 총재의 리그 발전방향과 개혁이 호응을 얻고 있는데,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한 시사점은. "허 총재는 야구를 안다. 그러나 한국의 축구경영자들은 축구를 모른다. 정몽규가 대표적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슈퍼스타가 있는데 왜 대한축구협회의 매출은 10년째 제자리인가? 정 회장이 구단주인 부산 아이파크는 왜 2부리그에서 올라오지 못하나? 축구행정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다들 축구선수 출신이 행정을 배운다. 거북이 걸음을 하는 일본이 비약적 발전을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축구선수 출신이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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