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디어가 중국-레바논전을 앞두고 고형진 심판의 휘슬에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한국-바레인전 진행을 맡은 중국 출신 마닝 심판의 옐로 카드 폭탄 판정에 보복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늘(17일) 저녁 8시 30분(한국 시각)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A그룹 2라운드에서 레바논과 대결한다.

지난 1라운드 타지키스탄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16강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놓으려 했던 중국은 당시 경기에서 최악의 졸전을 보이며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개막전서 카타르에 세 골 차 완패를 당한 레바논이 배수의 진을 치고 중국에 덤빈다. 객관적 전력상 타지키스탄보다 훨씬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 레바논이 이 악물고 덤비게 되는 이 경기에서 중국이 밀리게 되면 토너먼트 진출이 위험해진다. 중국 처지에서도 사생결단해야 할 승부다.

이 경기에서 휘슬을 잡을 심판은 고형진 주심이다. 대기심과 VAR 심판 모두 한국 심판들로 채워진다. 구성원 모두 K리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라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낯익다. 이 심판들은 K리그 뿐만 아니라 AFC 주관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 수년 간 활동하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그런데 중국 미디어에서는 고형진 주심을 중심으로 한 한국 심판진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그 우려의 근거는 지난 15일 밤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E그룹 1라운드 한국-바레인전 진행을 맡은 중국 출신 마닝 심판의 경기 진행 내용 때문이었다.

이날 마닝 심판은 손흥민·김민재·이기제·박용우·조규성 등 한국 선수 다섯 명에게 무더기로 옐로 카드를 쏟아냈다. 경기 초반부터 거침없이 옐로 카드를 뽑아내다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승부 도중 적극적으로 출전 선수들의 경고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향후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경고를 관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카드 리셋은 8강전 이후부터인데, 그전에 주축 선수가 빠지면 최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마닝 심판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지나치게 카드를 남발하는 경기 운영으로 유명한데, 이를 캐치하지 못했다. 어찌 됐든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심판"이라는, 평소 보기 힘든 직접적 표현이라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마닝 심판과 악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고 심판이 중국-레바논전 경기 진행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국 미디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혹시 모를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것이다.

<소후> 등 여러 매체들이 이런 기조로 고 심판에게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고 심판은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그간 다섯 차례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경기에서 중국이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경기는 선수들이 치르는 것이라 고 심판의 역대 중국전 결과에 의미 부여를 하기 힘들지만, 중국 매체들은 바로 이 지점도 거론하며 떨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중국 처지에서는 오늘밤 손흥민만큼이나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고 심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