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히 화가 많이 났다” 클린스만, 손흥민 향한 파울에 '분노'
- 출처:일간스포츠|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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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그런 파울을 했어야 하는지….”
기자회견 내내 미소를 보이던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표정이 굳었다. 손흥민(토트넘)을 향한 상대 선수의 거친 파울 장면에 대한 분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4-0 상황에서 그런 파울을 가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화가 많이 났다. 부적절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파울이었다”며 불필요한 거친 플레이를 비판했다.
상황은 이랬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전. 이날 한국은 전반 막판 조규성(미트윌란)의 선제골에 황희찬(울버햄프턴) 손흥민, 황의조(노리치 시티)의 연속골을 앞세워 4-0까지 격차를 벌렸다. 사실상 승기가 크게 기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후반 36분 샤히란이 손흥민을 향해 깊은 태클을 가했다. 손흥민은 그대로 쓰러져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직접 일어나지 못하던 손흥민은 의료팀의 치료를 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남은 경기에 출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4-0까지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그런 파울을 했어야 하는지 아쉬움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화도 많이 났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그래도 축구는 피지컬적인 경기”라고 했다. 그는 “축구는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0% 컨디션, 100%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다. 파울을 당하면 5분 동안 아플 수도 있고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 통증을 참고 관리하는 게 결국 선수의 몫”이라며 “이강인도 전반에 파울을 당한 뒤 절뚝이고도 통증을 참은 뒤 후반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거둔 5-0 대승에 대해서는 “우리 선수들을 너무 칭찬해주고 싶다. 상당히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그래도 선수들 모두 프로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내내 공세를 펼치고도 끝내 골을 넣지 못하다 전반 막판 가까스로 균형을 깨트렸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는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내려섰다. 이런 팀을 상대할 땐 첫 번째 골이 나올 때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첫 득점 이후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친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날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강인은 전반 막판 조규성의 결승골을 돕는 어시스트에 이어 후반 막판엔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 골이자 3경기 연속 멀티 공격 포인트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시절엔 주축이 아니었다면,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엔 주전을 넘어 에이스로 발돋움한 모습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행복하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 팬분들도 흐뭇하고 행복할 것이다. 한국축구에도 행복한 일”이라며 “이강인이 책임감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본인의 것, 공격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얼마나 헌신하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강인은 앞으로도 더 기대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줄 선수다. 대표팀에도 너무나 필요한 선수고, 같이하는 게 늘 행복한 선수”라며 “앞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특히 수비적인 팀을 상대할 땐 이강인처럼 창의력이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내려서는 팀들과 만날 땐 상대 팀이 뒷공간을 많이 내주진 않을 것 같다. 이럴 때 (이강인처럼) 창의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튀니지전 4-0, 베트남전 6-0에 이어 싱가포르전도 5-0 대승을 이끌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모든 팀을 존중하며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좋은 경기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들이지만 베트남과 경기를 다시 한다거나 원정에서 한다고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싱가포르를 또 만나도 마찬가지다. 절대 상대들이 쉬운 상대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팀을 상대하든 존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첫 여정을 5-0 대승으로 장식한 한국은 오는 21일 중국 원정길에 올라 예선 2차전을 치른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9일 오전 일찍 출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 일문일답.
- 경기 총평은.
“우선 우리 선수들 너무 칭찬해주고 싶다. 상당히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그래도 선수들 모두 프로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사실 오늘 같은 경기는 침착성이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싱가포르는 오늘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내려섰다. 5명씩 두 줄로 수비벽을 쌓았다. 1선 없이 3선과 2선만 두는 전술을 선보였다. 이런 팀을 상대할 땐 첫 번째 골이 나올 때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첫 득점을 하고 나서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친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았다.”
- 이강인이 전반부터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여줬고 후반엔 골도 넣었다. 이강인이 보여준 창의적인 플레이가 앞으로 수비 위주로 나오는 팀들을 상대할 때 얼마나 중요한 무기가 될 것 같은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수비적인 팀을 상대할 때는 (이강인처럼) 창의력이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박스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능력, 기회에서 득점할 수 있는 능력, 1대1 경합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강인이 그런 역할들을 해줬고, 앞으로도 해줄 거라 기대한다.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도, 스스로 마무리도 할 줄 안다. 손흥민, 황희찬 등 다른 선수들도 그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내려서는 팀들과 만날 땐 상대 팀이 뒷공간을 많이 내주진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창의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려서는 팀들을 상대할 땐 이런 모습들을 활용해야 한다.”
- 베트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대승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수비적인 팀을 상대할 땐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다. 0-0 균형을 깨트리기 전까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 베트남전에서도 상대는 득점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 역시 사실은 취소가 됐지만 실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이처럼 실수를 줄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상대도 언제든 위험한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득점을 해야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말로 표현했을 땐 5-0, 6-0 스코어가 좋아 보이고 경기력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경기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침착성이 필요한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 같은 경우 첫 번째 득점을 하기까지 보여준 노력과 침착성을 꼭 봐주셨으면 한다. 경기 결과만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도 원정을 떠났을 때 좋지 않은 훈련장 등을 경험해 봤을 것 같다. 아시아 원정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것 같은데, 환경적인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 때 온두라스 등 원정에서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아시아에서도 이제 배워가야 한다. 태국도, 싱가포르 원정도 가야 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어떤 상대를 원정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언제든 환경적으로 다른 부분, 어려운 부분을 맞닥뜨릴 수 있다. 그런 환경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 팀원들과 준비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미국 대표팀을 이끌 때 좋지 않은 원정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선수들한테 늘 얘기하겠지만 쉬운 상대는 없다. 어떤 상대든 진지하게 준비할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경기를 풀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경기가 싱가포르 홈에서 열렸다면 결과가 같았을까 싶기도 하다. 5만명의 싱가포르 국민들이 수비를 탄탄한 팀을 응원한다면 쉽지가 않을 거다. 걷어내는 공 하나하나에 환호를 받으면 싱가포르 선수들도 더 좋은 에너지를 받을 거다. 어떤 경기든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어떤 상대더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주어진 환경 역시 존중하면서 경기를 준비해갈 것이다.”
- 이강인이 3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오늘은 공식 무대에서도 골을 넣었다. 골을 넣는 능력이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강인이 지난 6~8개월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행복하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팬분들도 이강인이 지금의 경기력을 보여주기까지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 흐뭇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한국축구에도 행복한 일이다. 이런 선수와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함께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 요즘 이강인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본인의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얼마나 헌신하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팀을 위해 운동장에서 보여주는지를 지도자로서 계속 얘기하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선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흐뭇하고 행복한 일이다. 운동장에 나가기 전 선수들에게 얘기했던 것 중 하나는 ‘긴 여정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기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스스로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해야 한다. 이강인은 앞으로도 더 기대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건 결국 이강인 본인의 퍼포먼스 덕분이다. 기대에 부응하는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한국축구에 있어선 굉장히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다. 대표팀에도 너무나 필요한 선수고, 같이하는 게 늘 행복한 선수다.”
- 손흥민이 상대와 충돌해서 쓰러졌다. 그런데도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4-0 상황에서 파울을 가하는 장면에선 상당히 화가 많이 났다. 부적절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파울이었다. 4-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그런 파울을 했어야 하는지 아쉬움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이강인의 사례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축구는 피지컬적인 경기다.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0% 컨디션과 100% 상태에서 경기를 임할 수 있는 경기는 거의 없을 거다. 파울을 당하면 5분 동안 아플 수도 있고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 통증을 참고 관리하는 게 선수로서의 몫이다. 이강인도 전반에 파울을 당하면서 절뚝였다. 어린 선수가 통증을 참고 후반전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어렵고, 아프고, 풀리지 않았을 때 헌신하는 모습과 팀을 위해 참고 경기를 하는 모습들이 팀으로서 힘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팀으로서는 헌신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다. 5분 동안 아프겠지만 5분 동안 아픈 것보다 그 다음 순간 득점하고 싶은 게 선수들의 마음일 거다. 선수들이 보여준 자세와 태도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 베트남전은 6-0, 싱가포르는 5-0으로 제압했다. 동남아 팀들의 격차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지(싱가포르 기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5-0, 6-0은 상당히 좋은 결과다. 그렇게 판단하기엔 섣부르다. 모든 득점이 행복하다. 좋은 경기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베트남과 경기를 다시 한다거나 상대 홈에서 치른다고 할 때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거다. 다음에 싱가포르를 만나도 오늘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떤 팀을 상대하든 존중해야 한다. 전반엔 손흥민도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이강인도 45분이 지난 뒤에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싱가포르 감독을 만나서 얘기한 건 ‘너무나 준비를 잘했다, 특히 전반전 전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전반전 싱가포르 선수들은 1대1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 경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봤다. 그런 상대의 경기 운영을 보더라도 절대 상대들이 쉬운 상대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다음 경기에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존중하면서 경기를 지켜보고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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