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지독한 연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키움은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6으로 역전패하면서 5연패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3승6패로 KIA 타이거즈(2승4패)와 함께 7위에 머물렀다. 경기 초반에는 3-1로 앞서며 돌파구를 찾나 싶었는데, 최원태가 5회 허경민과 김재환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내주면서 3-3 동점이 됐다. 그리고 7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양의지에게 우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승기를 완전히 뺏겼다.

사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키움은 지난 5일까지 3승1패 승률 0.750을 기록하며 1위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 창원 원정 3연전을 내리 지면서 큰 내상을 입었다. 안우진-에릭 요키시-아리엘 후라도까지 1, 2, 3선발을 내고 완패한 게 뼈아팠다. 키움은 그렇게 단 5경기 만에 1위에서 공동 7위까지 고속 추락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4연패 시점에 코치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개막 8경기를 치른 시점이라 매우 이른 판단이긴 했으나 이렇게라도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키움은 11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강병식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오윤 타격코치에게 1군 메인을 맡기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홍 감독은 "상대 팀 투수 호투도 있었겠지만, 공격 쪽에서 활로를 못 찾았다.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시 공격에서 안 좋은 모습이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됐다고 생각한다. 득점을 많이 내야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키움은 두산에 맞서 장단 11안타를 치며 연패 탈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과는 역시나 패배였다. 9회초 두산 마무리 투수 홍건희를 흔들며 4-6까지 따라붙고, 계속된 2사 2, 3루 기회에서 마지막 타자 이정후가 타석에 섰다. 분위기 좋았을 때 키움이라면 이때 이정후가 해결사 임무를 톡톡히 해내며 경기 흐름 바꿨겠지만, 이정후가 우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이정후는 이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사실 이정후는 키움 전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절반 이상이다. 이정후의 방망이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키움의 공격력은 훨씬 더 무서워진다. 그러나 이정후는 지난 7경기에서 타율 0.172(29타수 5안타), OPS 0.560에 그쳤다. 시즌 초반이라 해도 정상 컨디션일 때 성적과는 거리가 있다.

홍 감독은 그래도 이정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전에도 허리가 불편해서 몇 경기 나가지 않았지만, 타구 속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단지 안타로 연결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다. 타격감이 좋고 안 좋고를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일시적 침묵이라 진단했다.

이정후의 침묵도, 키움의 5연패도 이른 시일 안에 끊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키움은 12일 두산전에 5선발 장재영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막힌 혈을 뚫을 영웅이 하루빨리 나타나야 다시 상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이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