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보다 일본감독 돈 더 준다니...” 베트남 국민들 뿔났다
- 출처:매일경제|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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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트루시에 감독이 박항서 감독보다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하죠.”
박항서 감독이 내려놓은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정해졌습니다. 예정된대로 필립 트루시에 감독입니다.
과거 트루시에 감독이 사실상 차기 감독으로 내정되었지만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박 감독을 예우하기 위해 발표를 미뤘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드렸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감독이었습니다. 팀을 16강에 올려 잠시 영웅대접을 받았지만, 경쟁자 한국이 4강까지 오른 바람에 돌연 역적으로 전락한 비운의 감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미 베트남과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인데요. 2019년부터 2021년 까지 베트남 U19 팀을 이끌고 AFC U2020 챔피언십 티켓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다 이번에 박 감독이 내려놓은 성인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것입니다.
베트남축구협회에 따르면 트루시에 감독은 전임자 박항서에 비해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전망입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베트남이 트루시에 감독과 계약을 망설인 것은 보수 체계 때문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베트남축구협회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회는 최근 스폰서를 찾은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트루시에 감독에게 비교적 넉넉한 연봉을 책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 전 감독의 연봉은 정확하게 알려져있지 않지만 현지 언론 등 보도에 따르면 재계약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월 세후 5만 달러(6135만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박 감독의 인센티브, 광고비 수익등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박 감독의 연봉을 상당히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감독의 2배 정도가 될 거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 등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협회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베트남 팬들은 ‘왜 트루시에 감독 연봉이 박 감독 연봉을 넘어서야 하는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찬란한 성과를 낸 것은 박항서인데, 정작 과실은 트루시에가 가져가게 됐다는 맥락입니다.
일부 팬들은 트루시에 감독 비난에 나선 상황입니다. 한 축구팬은 댓글을 통해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위해 한 일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박 감독이 만든 업적을 능가하는 감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연봉을) 요구하지 마라. 나는 앞으로 우리 축구가 위기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팬은 ‘(베트남이) 박 감독과 같은 제대로 된 감독을 다시 만날려면 인연이 닿아야 한다. 다음 성공할 감독 사이클은 3명의 감독을 보낸 후 정도로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글을 썼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이 U19 팀을 이끌 때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높은 급여를 준게 낭비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박 감독이 아시아인이라서 과소평가 받은 것이 아니냐’, ‘트루시에 감독의 얼굴은 베트남 풍수에 적합하지 않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축구의 목표는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입니다. 그동안 베트남은 한번도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나가지 못한 팀이었습니다. 박 감독 체제 하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중국을 꺾고 최종 예선 1승을 거두는 성과도 냈습니다.
한번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오른 베트남은 당연히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상유지하는 걸 목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점에서 이번에 불거진 연봉 논란을 제외하고서라도 트루시에 감독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팀을 이끌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전임자의 업적이 너무 장대해 팬들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그걸 뛰어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박 전 감독은 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박 감독은 이 자리에서 ‘하노이에 집이 있어 베트남을 자주 방문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그는 “베트남에 유소년 축구 훈련 아카데미를 열고 베트남과 협력할 계획도 있다. 베트남과 한국에서 감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베트남 축구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감독은 또 베트남 팬들 사랑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솔직히 2017년에 이곳에 왔을 때 이렇게 큰 응원을 받을 줄은 몰랐다. 2018년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아쉬움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열렬하게 환호해줬다. 나는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흥분하기 보다는 불안했다. 명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 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감정이 식을까봐 걱정을 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은 금메달을 따지 않고도 우리를 지지했다. 이건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날 인터뷰를 보면 당분간 베트남과 박항서간 밀월관계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은 어떤 성과를 내게 될까요. 트루시에 감독의 임기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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