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뒹군 베트남 선수들 절대 못 잊죠"
- 출처:매일경제|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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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호 코치로만 그의 인생이 기억될 수도 있었다. 한때 3부 리그까지 내려갔던 박항서 감독(64·사진)이 새로 찾은 결전지는 베트남이었다.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동남아시아 축구 지형도를 바꿨다는 평을 들으며 ‘베트남 국민 파파‘ ‘쌀딩크‘ 등 애정 어린 호칭까지 얻게 된 그는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결승을 끝으로 지난 5년간 뜨거웠던 동행을 마무리했다.
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거둔 뒤 17일 오후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영상 기자회견에 나선 박 감독은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인생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비록 마지막 우승컵은 못 들어올렸지만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미쓰비시컵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등 훌륭한 성과가 모두 그의 업적으로 남았다. 박 감독은 "우승 순간보다는 그냥, 운동장에서는 혼도 많이 냈지만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며 웃은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베트남에서 더 감독직을 맡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국가대표 감독까지 했으니 생각이 없고, 한국에서는 나보다 훌륭한 후배 감독이 많은 데다 5년간 타국에서 일해 현장감도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말한 박 감독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적합한지를 고민해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축구인 만큼 축구에 종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대한축구협회나 K리그 구단 행정가 부임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보다는 베트남에서 유소년 육성이 더 필요한 부분 같고, 제안도 있어 고민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축구 지도자가 된 박 감독은 그 비결을 두고 ‘초심‘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초심을 유지하고 싶어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결승전 2차전 때 딱 한 번밖에 쓰지 않았다"며 "감독이라는 자리가 결과를 내놓아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자리를 잃는 일인데 결과와 기술적인 내용 모두 충족하기가 어렵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으려 했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호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에 조언도 곁들였다. 박 감독은 "언어 소통의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 지도자들도 유능하고 타국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대표팀도 외국 감독에게 하는 지원만큼 주어진다면 해낼 수 있다. 미디어는 조언과 비판을 할 수 있지만 협회가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독일 분인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선임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외국인을 선임하려는 것 같아서 의아하게 여겼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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