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를 내팽개친 김진태 강원 도지사의 악수
- 출처:KBS|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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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이영표 대표는 말이 없었다.
프로축구 강원 FC의 이영표 대표 이사는 담담했다. 올해 말로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그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모든 걸 받아들여야죠." 이 한 문장으로 자신의 뜻을 갈음했다. 냉혹한 현실이다.
강원 FC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1에서 역대 구단 최고 순위인 6위에 올랐다. 이영표 대표이사와 최용수 감독의 화학적 결합이 만들어낸 성과다. 양현준이란 히트 상품을 탄생시키며 돌풍의 팀 이미지를 굳혔다. 다이내믹하고 끈질긴 강원 FC의 플레이에 강원도의 많은 축구 팬들이 박수를 쳤다. 그럼에도 이영표 대표이사는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강원도청의 우영석 보건체육국장은 "이미 이 대표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며 후임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결정은 구단주인 김진태 도지사의 뜻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김진태 도지사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악수(惡手)다.
강원 FC의 공식 서포터스 모임인 ‘나르샤‘는 즉각 공식 성명을 내고 강한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지나간 여러 대표이사 가운데 우리에게 진짜 대표이사라고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이영표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불과 작년에 강등 싸움을 하던 팀을 상위 스플릿 그 이상의 아시아로의 도전을 가능하게 했던 1등 공신이 이영표 대표이사라고 칭찬했다.
민심은 이렇다.
■ 수원FC 김호곤 단장, "명예로운 퇴장을 인정해 달라."
이영표 대표이사와 함께 임기 말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한 인물은 또 있다. 수원FC의 김호곤 단장이다. 2019년 초 수원FC 단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4년간 숱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2020년 5년 만에 팀을 1부 리그로 끌어올렸다. 2021년에는 창단 처음으로 K리그 1 파이널 A에 진출시켰다. 김호곤 단장은 김도균 감독과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승우란 스타를 데려와 K리그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재준 수원시장이 선거캠프를 도왔던 다른 인물들을 수원FC 단장에 앉히려고 한다는 소문이 여름부터 떠돌아다녔다. 수원FC가 시즌 중반부터 흔들렸던 이유다. H단장에, S사무국장, J감독 부임설까지 파다했다. 이런 소문을 전해 들은 김호곤 단장은 김도균 감독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재계약을 서둘러 진행했다.
언젠가는 자리에서 내려오게 마련이지만 김 단장은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상처를 입었다. 바로 수원 서포터스들이 경기장에 김호곤 단장의 연임을 바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게, 김 단장이 사주했다는 말을 수원시청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다. 이 대목에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내던 김호곤 단장은 퇴장하는 순간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한탄했다. 정치인들이 축구인들의 명예로운 퇴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방 선거의 권력 이동에 따라 축구단의 수장이 바뀌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시민들의 표심으로 결정된 지자체장은 축구단의 인사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그 결정은 전임자의 공과를 살펴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신을 도왔던 인물을 낙하산처럼 내리꽂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는 축구계의 아픈 역사를 이제는 멈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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