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의조 딜레마의 나비효과, 대안은 있나
- 출처:오마이뉴스|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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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간판 공격수 황의조가 최근 소속팀에서 2군으로 강등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를 사고 있다. 황의조의 소속팀 올림피아코스는 오는 10월 23일 그리스 1부리그 9라운드 파네톨리코스와의 원정경기를 선수명단 22인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코리안듀오‘중 황인범의 이름만 포함되어있고 황의조가 빠졌다. 그리스 현지 언론들은 황의조가 현재 2군팀에 훈련중이라고 보도했다.
황의조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프랑스리그 보르도를 떠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이 확정되었으나, 곧바로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됐다. 올시즌까지 올림피아코스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노팅엄에는 다음 시즌부터 합류하는 것으로 계약을 정리했다.
황의조는 유럽 5대리그로 꼽히는 리그앙에서 3년간 29골을 넣었고 지난 시즌에만 11골을 넣으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바 있다. 이미 유럽 상위리그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황의조가 비록 임대라고 하지만 UEFA리그 랭킹 15위에 불과한 중하위권 리그인 그리스 수페르리가 엘라다로 이적하는데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 자체는 그리스 리그 최다우승팀으로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명문팀이고 유럽클럽대항전에도 나가는 만큼, 황의조가 월드컵을 앞두고 안정적 출전시간 속에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황의조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그리스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꾸준히 선발 출전했으나, 9경기에서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하며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드러냈다. 벤치의 신뢰를 잃고 출전시간이 점점 줄어든 황의조는 급기야 자신을 영입한 카를로스 코르베란 감독이 두달도 안되어 경질되고 미첼 곤잘레스 감독이 부임하며 출전명단 제외와 2군으로 강등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황의조의 부진, 한국대표팀의 부담
황의조의 부진은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황의조는 벤투호 출범 이후 부동의 주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해왔다. 황의조는 A매치 47경기에 출장하여 16골을 득점하고 있다.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의심할 나위없는 벤투호 공격진의 핵심이며 이변이 없는 한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도 확정적이다. 하필 월드컵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도 모자랄 시점에 유력한 주전 공격수가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더 큰 걱정거리는 황의조의 부진이 단지 최근에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황의조는 지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득점에 그쳤다. 장기간 골가뭄에 시달렸던 황의조는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남미팀과의 A매치 4연전중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골맛을 보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또다시 침묵에 빠졌다. 현재로서 황의조가 월드컵 본선까지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릴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황의조가 스스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지만,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않다. 벤투 감독은 일단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부진하다고 해도 변함없이 신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황의조가 폼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월드컵에서 무리하게 황의조 카드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벤투호가 황의조 카드를 끝내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일단 ‘대안‘으로는 손흥민과 조규성이 있다. 황희찬 역시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특히 손흥민은 이미 최근 A매치 경기에서 종종 최전방으로 기용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골로 공동 득점 1위에 올랐으며, 최근 평가전에서도 5경기 4골을 터뜨리고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에는 손흥민에게 플레이메이킹을 맡기거나 수비를 끌어들이는 미끼로 활용했으나, 선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팀 득점력도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들어 손흥민을 적극적으로 전진배치하며 득점 마무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역할을 바꾼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손흥민은 지난해 아시아선수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데다, 위협적인 프리킥 능력으로 세트피스에서의 득점력도 물이 올랐다. 과거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종종 나선 경험이 있어서 낯선 역할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의 최전방 기용이 아예 벤투호의 플랜A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규성은 지난해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벤투호의 주축 공격수로 성장했다. 올시즌 K리그에서는 김천과 전북에 걸쳐 총 15골을 넣으며 개인 커리어하이를 경신하기도 했다. 황의조나 손흥민이 공간침투와 역습을 주무기로 하는 라인브레이킹 유형의 공격수들이라면, 조규성은 우수한 신체조건과 경합능력으로 포스트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정통 타깃맨이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크다.
다만 이러한 플랜B 역시 아직 확실한 카드라고는 할 수 없다. 손흥민은 최전방에 기용한다고해도 몸싸움이나 연계플레이 등에서 전형적인 원톱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최전방에 기용될 때는 주로 투톱의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거나, 최소한 주변에 포스트플레이나 수비가담같은 손흥민의 약점들을 보완해줄 수 있는 동료를 가까이 배치하곤 했다. 조규성은 국제 경험이 아직 부족한 데다 월드컵에서 만날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들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는 카드인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카드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게 걱정이다. 벤투호와 월드컵에서 상대하게 될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디오고 조타-다르윈 누녜스 등 핵심 공격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누수가 크지만, 축구강국들은 언제든 그 빈 자리를 메울 대체자원들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반면 벤투 감독은 최근 1년야 넘게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황의조와 조규성을 제외하면 ‘제 3의 공격수‘를 거의 발탁하지 않았다. 지난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출전한 경험이 있던 베테랑 장신 김신욱은 중국 진출과 부상 이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주민규, 이승우, 김대원 등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벤투 감독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지난 21일 발표한 국내파 엔트리에서 공격수로는 오랜만에 ‘신성‘ 오현규를 깜짝 발탁하기도 했지만 이는 유럽파 선수들이 제외된 명단이었다. 벤투의 성향을 고려할때 A매치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를 한번 소집과 훈련만 해보고 월드컵 최종엔트리까지 포함시킬 가능성은 낮다.
황의조의 장기 부진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벤투호의 월드컵 플랜에도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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