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체된 손흥민-실수한 황희찬... 고개숙인 코리안 듀오
- 출처:오마이뉴스|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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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 개막 이후 웃지 못하고 있는 두 선수
형은 또다시 교체 당하며 불만을 터뜨렸고, 동생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팀의 승리를 날렸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듀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새로운 시즌 개막 이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8월 29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의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4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전에 선발 출전하여 74분을 소화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토트넘은 전반 5분과 후반 36분에 터진 해리 케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개막 4경기 무패(3승 1무)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중반에 부임하여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팀을 4위로 끌어올리며 유럽 챔피언스리그진출 티켓을 따낸 데 이어, 첫 풀시즌인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명장‘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토트넘의 주포 케인은 지난 시즌 17골(득점 4위)을 기록하며 골든부츠(득점왕)를 차지한 손흥민(23골)에게 팀내 최다득점 자리를 내줬으나,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꾸준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내 에이스의 위상을 회복했다. 최근 3경기 연속골 포함 벌써 4골을 기록중인 케인은 득점 선두인 엘링 홀란드(6골, 맨시티)를 2골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인 손흥민은 케인과 달리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케인이 이적 파동의 여파로 다소 부진하고 손흥민이 팀을 하드캐리했다면 올시즌에는 정반대가 된 모양새다. 손흥민은 시즌 개막전인 사우샘프턴(4-1)전에서는 도움 1개를 올린 이후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골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경기력도 썩 좋지는 않다. 첼시전(2-2)과 울버햄튼전(1-0)전에서 손흥민이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노팅엄전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손흥민을 잠시 선발에서 제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골 침묵 길어지는 손흥민
콘테 감독은 손흥민을 변함없이 꾸준히 선발출전시키기는 했지만, 신뢰가 조금씩 떨어져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손흥민은 2라운드 이후 최근 3경기 연속 교체아웃되며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후반 중반 이후에 극적인 골을 터트린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케인이 살아났고 데얀 쿨루셉스키-히샬리송 등이 있어서 토트넘의 공격을 굳이 손흥민에게만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손흥민은 올시즌 특유의 날카로운 공간침투와 슈팅능력이 반감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팅엄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반 15분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골대 위로 떴고, 후반 15분엔 날린 왼발 슈팅은 딘 헨더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은 후반 29분 콘테 감독이 자신을 히샬리송과 교체하자 벤치로 들어가서 답답하고 불만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교체로 들어간 히샬리송이 오히려 좋은 활약을 보이며 날카로운 크로스로 케인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콘테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만 증명됐다. 이날은 손흥민이 2015년 8월 28일 이적료 400억 원에 레버쿠젠에서 이적하며 토트넘 입단 7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었지만 팀의 승리에도 손흥민은 웃지 못했다.
영국 현지 매체들의 평가도 냉정하다. <이브닝 스탠다드> <풋볼 런던> 등은 2라운드 이후 손흥민에게 대체로 팀내 최저평점이자 그에 근접하는 낮은 평점을 매기며 손흥민의 경기력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BBC는 손흥민이 교체에 불만 섞인 모습을 보인 장면을 지적하며 "아마 본인도 자신이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 몇 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강도 높은 강행군을 이어왔다. 올여름에도 비시즌에 제대로된 휴식을 취한 기간은 매우 짧았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며 위상이 한층 높아진 손흥민은 이제 상대팀 수비의 집중견제 대상이 됐다.
상대팀들이 대부분 피지컬과 스피드를 겸비한 수비수를 투입하며 손흥민의 특기인 역습과 배후 침투를 위한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다. 30대를 넘긴 손흥민의 스피드와 체력, 운동능력도 완만하게 저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손흥민에 백업 역할로 주로 교체 투입되고 있는 히샬리송이 짧은 출전시간에도 높은 펑점을 받으며 선발출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손흥민에게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
황희찬, 치명적 실수가 실점으로
황희찬의 상황은 훨씬 더 암울하다. 가뜩이나 주전경쟁에 빨간 불이 켜진 데 이어, 교체투입되었다가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팀의 승리를 날리는 원흉이 됐다.
황희찬은 28일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에서 팀이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37분 교체투입됐다. 시즌 첫승을 거의 눈앞에 뒀던 울버햄튼은 후반 45분 황희찬이 측면 수비에 가담하여 클리어링을 시도했으나,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고 하필이면 페널티박스 중앙 바로 앞 정면으로 향했다. 뉴캐슬 생 막시맹이 달려들어 그대로 논스톱 슈팅을 시도한 것이 골망을 가르는 극장골로 이어졌다. 사실상 황희찬이 환상적인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해준 격이 되고 말았다.
생 막시맹의 슈팅 자체가 푸스카스상 후보로 꼽아도 손색없을 만큼 워낙 원더골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황희찬의 클리어링 실수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현지 중계에서도 생 막시맹의 골이 터지자 고개숙인 황희찬을 클로즈업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종료되며 뉴캐슬은 벼랑끝에서 기사회생한 반면, 울버햄튼은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의 늪에 빠지며 리그 19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점골의 빌미를 내준 황희찬은 현지 매체들로부터 대부분 최저평점을 받았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초중반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다가 부상과 골결정력 문제 등이 겹치며 차츰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올시즌에는 히메네즈와 트라오레가 돌아온 데 이어 게데스까지 합류하며 공격진 경쟁이 치열해진 울버햄튼에서 황희찬의 입지가 점점 위축되는 분위기다. 황희찬은 지난 20일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36분에 교체투입되어 선발출전했다가 교체된 손흥민과의 코리안더비가 불발됐다.
그나마도 짧은 출전시간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24일 있었던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의 리그컵 2라운드에서는 선발로 나섰지만 절호의 페널티킥 기회를 얻고도 실축하며 시즌 첫 골을 터뜨릴 기회를 날렸고, 뉴캐슬전에서는 뼈아픈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까지 내주고 말았다. 황희찬 역시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4경기에 나와 무득점 1도움에 그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나란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프리미어리거이자 국가대표팀 벤투호에서도 핵심자원들이다. 카타르월드컵 본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두 선수가 소속팀에서 나란히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것은 대표팀으로서도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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