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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1 현장] "간절함 없으면 대가 치른다"… 이병근 감독의 공개 경고장
출처:베스트 일레븐|20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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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더비 후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단순히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팀이 100%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다른 팀들은 200% 뛰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선수들이 각성해야 한다는 꽤 무게감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병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은 지난 6일 저녁 7시 30분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수원 FC전에서 2-4로 패했다. 수원 삼성은 안병준, 류승우 등 공격수들이 골을 만들며 분전했으나, 수비에서 대량 실점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직전 라운드에서 대구 FC에 큰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던 수원 삼성은 이날 수원 더비 패배로 또 다시 흐름이 크게 꺾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감독은 경기 소감을 묻는 첫 질문을 받은 후 한동안 첫 마디를 떼지 못했다. 아쉬움과 허탈함의 표현이었는데, 그럴 만했다. 경기 전만 해도 이 감독은 대구전을 통해 정신적으로 크게 회복한 만큼 수원 더비에서도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고, 실제로 경기가 시작된 직후 수원 삼성이 홈팀 수원 FC를 몰아세우며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적어도 전반전까지는 괜찮았다. 김현에게 실점했으나, 안병준의 다이빙 헤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 골 차이든 두 골 차든, 후반전에 진검승부를 벌일 토대를 만들고 후반전으로 넘어간 만큼 전반전 이상의 에너지를 보인다면 이길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 스코어 3-1이 말해주듯,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체력이 고갈되는 시점에 들어서자 두 팀의 격차가 벌어졌다.

여기에는 두 팀의 플랜에 커다란 차이가 있긴 했다. 수원 삼성은 지난 대구 FC전에서 이미 체력을 소진한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반면, 수원 FC는 퇴장 징계, 잔부상으로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승우와 라스를 후반 교체 승부수로 기용했다. 역시 승부수였던 무릴로는 아예 지난 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뛰지 않았다.

양 팀 공히 체력전을 예상하고 있던 경기에서 수원 FC는 실질적으로 승점을 가져올 선수들을 철저히 아껴 수원 더비에 임했고, 수원 삼성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수원 FC가 아끼다 투입한 세 선수는 공히 공격 포인트(라스 1득점, 이승우 및 무릴로 각각 1도움)를 올리며 수원 더비 승리의 주역이 됐다.

모름지기 모든 판단은 결과론적 해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축구계 생리를 고려할 때 수원 삼성과 수원 FC 중 누가 더 옳은 판단을 했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수원 삼성은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체력 열세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정신력을 발휘해 수원 FC의 기동력과 체력을 막아낼 정도로 뛰어다니는 경기를 하거나, 전술적으로나 조직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면모를 보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본 경기였지만, 반대로 질 만한 요인도 있었던 것이다.

대구 FC전에서 이런 고비를 넘을 수 있는 힘을 봤던 이 감독 처지에서는 수원 더비에서 너무도 무기력하게 패한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라 할 수 있는 성남 FC를 상대할 다음 라운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건드렸다.

"상대는 우리를 이기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악착같이 하려는 간절함이 보이는데 우리 선수들은 깨우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이 무더운 여름에 상대보다 뛰지 못하고, 간절하지 못하면 우리 팀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상대가 이런저런 이유로 실질적으로 활용할 무기를 뒤에 숨기고 아끼고 아껴 실제 승부에 활용했던 건 사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건 분명 이 감독의 실책이 맞다. 자신에게도 책임을 물은 이유다. 하지만 축구는 결국 선수들의 몫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이기고 싶다를 넘어 이겨야 한다는 당위성과 절박한 각오를 가지고 승부에 임하는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싶었던 듯하다.

순위가 결정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지금, 이 감독의 말처럼 모든 팀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간절함을 안고 뛴다. 수원 삼성도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K리그1에 잔류하려면 정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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