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의 유럽 재도전? 지금은 때가 아니다
- 출처:오마이뉴스|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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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고추장 메시’ 이승우의 유럽 무대 재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며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현지 언론에서 구단명까지 언급되며 이적설이 불거졌다. 스코틀랜드 매체 ‘에딘버러 이브닝 뉴스’는 최근 “하츠가 이승우를 영입하기 위해 3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소년팀 출신인 이승우는 지난 2017-2018시즌 베로나(이탈리아)를 통하여 유럽 무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신트 트라위던(벨기에)과 포르티모넨스(포르투갈, 임대) 등을 거쳤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유럽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행을 결정하며 수원FC에 전격 입단했다.
이승우는 시즌 초반만 해도 적응기를 거치며 고전하는 듯 했으나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려가면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3일 현재까지 이승우는 K리그1에서 22경기에 출전해 10골 2어시스트로 벌써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시즌 수원FC의 선전에는 이승우의 지분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승우의 영입설이 거론된 하츠의 정식 명칭은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FC다. 에딘버러를 연고지로 하며 1874년에 창단한 유서깊은 클럽으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1부리그, SPL) 우승 4회, FA컵(스코티시컵) 8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대 들어 구단의 방만한 운영과 재정 관리 부실로 두 차례가 강등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2020-21 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으로 다시 1부에 복귀했고, 2021-2022시즌에는 ‘양강’ 셀틱과 레인저스의 뒤를 이어 3위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유럽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스코티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SPL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는 기성용(FC서울)과 차두리(은퇴)가 있다. 두 선수는 셀틱FC에서 두 시즌간 한솥밥을 먹기도 했고, 2011-2012시즌에는 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한국 외에도 리그 MVP까지 차지한 나카무라 슌스케(일본), 짧은 시간 뛰었던 두웨이(중국) 등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SPL을 거쳐갔다.
이승우는 뛰어난 기술과 골결정력을 겸비한 테크니션형 공격수다. 또한 최전방은 물론 좌우 윙,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서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는 것도 유럽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다. 아직 24세에 불과한 이승우는 여전히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수원FC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꾸준히 기회와 신뢰만 주어지면 자기 몫을 해낼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현재는 K리그에 있지만, 이승우는 유럽에서 데뷔했고 특히 유소년 시절에는 유망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츠같이 유럽 중소리그의 중상위권팀들이라면, 유럽에서의 하락세를 딛고 K리그에서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시점의 이승우를 괜찮은 ‘가성비’로 영입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승우 입장에서도 언젠가 다시 유럽 복귀에 대한 열망이 있는데다, 하츠가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유로파리그 혹은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무대를 밟는 팀이라는 것도 중요한 메리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승우의 유럽행은 여러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일단 타이밍이 부적절하다. 유럽은 새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이 선수영입과 전력보강에 한창인 시점이지만 이승우가 뛰는 K리그는 시즌이 진행 중이다.
수원FC는 현재 7위로 치열한 중위권 순위싸움을 펼치며 상하위스플릿의 운명이 갈리는 분기점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인 이승우가 팀을 떠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대체자원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다. 물론 충분한 이적료를 제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수 있지만, 스코틀랜드의 중견클럽에 불과한 하츠가 수원FC를 만족시킬 정도의 제안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승우 입장에서도 굳이 지금 시점에서 이적이나 유럽 복귀를 서두를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수원FC는 이승우에게 성인 무대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맛보게 해준 팀이다. 냉정히 말해 이승우는 성인 무대 데뷔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등 여러 리그를 거쳤지만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활약도 미미했다.
그랬던 이승우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 역시 ‘모국’이라는 심리적-육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편안한 환경이 뒷받침되었던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거칠고 템포가 빠른 K리그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하여 자신의 피지컬적인 약점을 보완 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도 쌓아가고 있다.
지금 시점에야 이승우의 영입이 대성공으로 드러났지만, 입단 당시만 해도 이승우의 영입은 수원FC 입장에서도 도박에 가까웠다. 이승우로서는 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구단을, 상황이 달라졌다고 바로 떠난다는 것은 도의적인 측면에서도 팬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또한 이승우는 꾸준함을 좀더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골을 넣으며 폼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달 전부터다. K리그에서 최소한 1년 정도는 풀타임 시즌을 경험하며 자신감과 경기력을 안정적으로 더 끌어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유럽으로 이적하면 휴식기도 없이 곧바로 새로운 시즌에 돌입하여 체력적 부담과 리그 적응 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스코틀랜드 SPL은 2022년 UEFA 리그랭킹에서 9위로 중상위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빅리그로 불리우는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보다는 낮고, 이승우가 뛰었던 벨기에 리그(13위)보다는 높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양강인 셀틱과 레인저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들은 빅리그의 2~3부 리그 수준이라고 할만큼 실력 차이가 매우 큰 편이다.
SPL의 UEFA 랭킹이 반등한 것은 지난 시즌 레인저스가 모처럼 유로파리그 결승(준우승)까지 오른 후광이 컸지만, SPL 클럽들은 대체로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매우 부진했던 편이었다. 수준차를 떠나 리그의 환경이나 분위기가 이승우가 이제껏 뛰었던 리그나 팀들과는 또다르고, 이승우의 기술적 스타일과 잘 어울릴지도 미지수다. 냉정히 말해 이승우가 여러 유럽팀을 거치면서도 항상 ‘현지 적응력‘에서 가장 약점을 드러냈던 것을 감안하면 더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승우는 아직 젊고, 급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청용-기성용-김민재-이재성 등의 사례를 통하여 이제는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인정받는 것만으로 유럽 빅리그 진출까지도 노릴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승우의 활약이 빛날수록 앞으로 더 좋은 리그와 유럽팀들로부터의 영입 제안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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