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달인‘ 울산 현대의 약점 중 하나는 승부처에서 무너지거나 조바심에 이길 경기를 그르쳐 승점을 잃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이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전북 현대와 초반 승부를 놓친 것은 컸다. 이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부담으로 작용했고 경기에 패하며 또 우승을 허무하게 놓쳤다.

올 시즌에는 다를까. 일단 중요한 초반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는 결정적인 승점 3점을 얻었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4라운드 전북 현대를 상대로 레오나르도의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10점에 도달한 울산은 1위로 올라섰다.

개막을 앞두고 공격을 책임졌던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동경(샬케04)이 독일 무대로 떠났고 오세훈(시미즈 S-펄스)도 논란을 야기하며 일본 J리그에 진출했다. 공격의 중요 축이 흔들렸고 홍명보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김천 상무와 개막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는 것 같았지만, 해결사들은 충분히 있었다. 성남FC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아마노 준이 두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고 수원FC와 3라운드에서는 바코가 골을 넣으며 2-1로 웃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 바코가 제로톱으로 나서 재미를 봤다. 제로톱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상 프리롤이었고 효과를 봤다. 2선, 최전방 상관없이 골을 넣고 승점 3점을 쌓는 것이 울산에는 더 시급한 문제다.

흐름을 탄 울산은 전북에 레오나르도의 골로 웃었다. 전반 29분 교체로 등장한 레오나르도가 39분 결승골을 넣으며 울산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선사했다. 경쟁자 전북(4점)은 9위로 밀렸다. 한 계단만 더 내려가도 플레이오프권이다.

패하지 않고 어떤 형식으로든 승점 누적은 마지막에 정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북전 승리는 울산에 큰 소득이다. 지난해 첫 경기에서는 0-0으로 승점 3점을 놓쳤고 파이널 라운드에서 2-3으로 패하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해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으로 경기 일정이 주중-주말로 빡빡하다. 좋은 내용을 다져 놓아야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다 승점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훈련이나 생활에서 선수들에게 ‘이겨라‘라는 류의 결과 중심적인 말은 많이 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의도나 뜻을 모르지 않는다. 부담을 줄여주면서 멀리 보자는 것을 의미가 아닐까"라며 경기의 비중에 맞는 계획과 전략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전했다.

실제 홍 감독은 전북전 전에 "중요한 경기고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라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경기 수가 많이 남았고 시즌 초다. 부상자 없이 가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완성도 높이는 과정을 거치며 더 좋은 결과를 얻어가는 과정으로 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패스에 기반한 빌드업 축구를 제대로 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의미였다.

결국 레오나르도가 적응 과정에서 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박주영이 없는 상황에서 승점 3점을 얻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경기 후 홍 감독은 "승점 3점을 챙긴 것에 만족한다. 레오나르도는 골을 넣었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라며 더 경기력을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에 나서는 자세도 그랬다. 정신력보다는 경기력이었다. 홍 감독은 "정신력은 축구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좀 더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패스로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다"라며 부담을 내려 놓고 했음을 강조했다.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 분위기 반전시키겠다"라며 김상식 전북 감독의 전략을 완벽하게 뭉겐 것이다.

전력 공백도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믿는 분위기도 잡혔다. 김영권은 "주요 선수들 빠져 나간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들을 메울 선수들이 있다. 큰 공백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다들 중요한 역할 해주고 있다"라며 신뢰의 힘으로 버텨 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