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잘 뽑은 아시아쿼터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울산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아시아쿼터 활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9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출신 풀백 제이슨 데이비슨(호주)을 데려왔지만, 초반에 반짝한 뒤 종적을 감췄다. 지난해 여름 데이비슨과 결별한 뒤 계속 수준급 아시아쿼터를 물색해왔다. 노력 끝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국적의 아마노 준(30)을 품었다.

아마노는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15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벨기에 무대, 일본 국가대표에 소집된 경험이 있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날카로운 킥, 일본 선수 특유의 간결한 터치와 패싱 능력, 동료와 연계 플레이에 능하다. 독일 2부 리그 샬케04로 떠난 이동경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뚜껑을 열자 아마노는 울산에 세련미를 더했다. 지난 20일 김천 상무와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이날 울산은 바코 제로톱을 가동했고, 아마노가 바로 아래에 위치했다.

아마노는 울산에 온지 얼마 안 됐지만, 동료들과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상대의 계속된 견제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호된 신고식을 했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났고,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며 버텼다. 특히 바코와 상대 박스 근처에서 원터치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잇단 기회를 창출했다. 아크에서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중반에는 순간적인 박스 안을 침투로 수비수의 퇴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술, 빠른 적응력에 강한 멘탈까지 장착한 그가 거친 K리그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수장과 동료도 칭찬일색. 아마노 영입에 공을 들였던 홍명보 감독은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본인이 가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바코와 콤비플레이가 좋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아마노와 울산 데뷔전을 함께 치른 간판 수비수 김영권 역시 “일본에 있을 때부터 알았던 선수다. 아마노가 새로운 리그를 경험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많이 얘기해줬다. 능력은 충분히 있다. 적응하면 잘 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