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위기다. 홍명보 감독 체제가 들어선 후 가장 쓰라린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홍 감독도 그 패배 이후 완패를 인정하며 현재 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시즌 개막 후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 쓰라린 아픔을 안긴 난적 전북 현대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1일 저녁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예정된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에서 전북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울산은 지난 10라운드 수원 삼성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전북과 승점 차도 6점으로 벌어졌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팀으로서 한계점이 보였던 경기다. 좋은 선수들이 있으면 모든 부분들에서 나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축구가 꼭 기술로만 되는 건 아니다. 수원이 준비도 잘했지만, 간절함이 있었다고 느껴졌다. 그 부분에서 우리가 상대팀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다.”

홍 감독이 지난 수원전을 마친 후 남긴 자가 진단이다. 수원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도, 그 실력을 제대로 피치에 쏟아내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 베여 있다. 축구가 꼭 기술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울산 선수들이 챔피언이 되기 위한 강인한 정신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씁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과 체력인 건 맞다. 이 기술과 체력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만 정신력이 발휘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말하면, 똑같은 수준 혹은 엇비슷한 수준에서는 이 정신력이 승패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K리그처럼 팀간 수준 차가 그리 크지 않은 리그에서는 이 정신력이 승점 획득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홍 감독은 부임 직후 우승과 관련해 ‘위닝 멘털리티’를 강조했다. 홍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승부처에서 일치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 점이 미흡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보겠다”라고 했다. 단순히 한 경기일 수 있으나,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울산의 상황상 이 위닝 멘털리티는 매 라운드 발휘되어야 한다. 홍 감독은 바로 그 점에 대해 안타까워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북전은 중요하다. 홍 감독은 부임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늘 전북과 대결 결과를 강조했다. 홍 감독은 “전북전은 승점 6점 경기다. 이런 경기에서 승점을 얻지 못하면 우승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더할 나위없이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던 2020시즌 K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단 하나의 이유는 전북전 맞대결 열세였다.

홍 감독은 정확하게 진단을 내렸고, 그래서 이 난관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게다가 정상으로 가는 도중 돌부리에 종종 걸리는 울산과 달리 전북은 파죽지세로 독주하고 있는 흐름이다. 전북의 발목을 잡아채야만 추격의 여지가 되살아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전에서 보인 흐릿한 정신력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지난 경기에서 교훈을 삼고 독한 마음으로 전북전에 승부해야 할 울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