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승리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 향후를 기대할 수 있는 결실도 봤다. 대전한국철도를 꺾고 2021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를 돌파한 경남 FC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28일 오후 4시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벌어진 FA컵 2라운드에서 대전한국철도를 1-0으로 제압했다. 경남은 전반전에 터진 에르난데스의 득점을 끝까지 잘 지켜 승리할 수 있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경남은 적지에서 까다로운 승부를 펼쳤었다. K3의 전통강호인 대전한국철도는 빠른 역습으로 경남 수비진의 배후를 공략했고, 경기 종료 직전 경남 처지에서는 두세 차례 간담이 서늘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연출하기도 했다. 프로와 아마의 대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이라는 스코어와 경기 내용은 경남의 승리를 예상했던 이들의 기대치에 다소 모자란 건 맞다. 하지만 지면 탈락인 FA컵의 특성상 이겼다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경남의 승리가 폄훼될 이유는 없다.

도리어 꼼꼼히 살피면 제법 주목할 만한 결실이 상당히 많다. 첫째는 공식전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설 감독은 시즌 개막 후 세 경기 연속 실점을 내준 수비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설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지만, 그 공격 축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후방에서 잘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때문에 시즌 개막 후 무승의 늪에 빠졌을 때 늘 입에 달았던 아쉬움이 바로 수비 불안이었다. 하지만 지난 4라운드 서울 이랜드전에 이어 대전한국철도전에서도 클린 시트를 달성했다. 서울 이랜드전에서는 다소 뜨뜻미지근했던 0-0 무승부였지만 이번에는 1-0, 무실점 승리다.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지만, 설 감독 처지에서는 조금씩 근성어린 면모를 보이는 수비에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둘째는 윌리안에 이어 에르난데스도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설 감독은 대전한국철도전에서 에르난데스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본래 측면 공격수 혹은 2선 공격수로서 활약하는 에르난데스를 상대 골문 앞에 세운 건 한·일전에 차출된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다소 어색했을 위치에서도 에르난데스는 결승골까지 뽑아내며 진가를 보였다. 지난 3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윌리안과 더불어 에르난데스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사기는 오른 상태다. 지난해 내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아쉬움을 표했던 설 감독 처지에서는 흐뭇할 결과라 할 수 있다.

셋째는 경남이 야심차게 영입한 또 다른 킬러 윤주태가 복귀전을 치렀다는 점이다. 윤주태는 시즌 개막 후 부상 때문에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는데, 이날 대전한국철도전 교체 투입을 통해 경남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공식전을 치렀다. 비록 윤주태가 인상깊은 장면을 만들어내진 못했어도,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걸 확인한 만큼 향후 공격진 운영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점점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모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경남이라 할 수 있다. 더 진일보한 모습을 K리그2에서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경남은 오는 4월 3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예정된 하나원큐 K리그2 2021 5라운드에서 충남아산 FC와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