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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 3기' 포항은 어떻게 울산을 4골 차로 이겼을까
출처:풋볼리스트|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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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가 이번 시즌 3번 내내 승리하지 못했던 울산 현대를 상대로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울산의 우승 도전을 흔드는 중요한 승리였다. 김기동 감독과 포항은 어떻게 울산을 꺾었을까.

포항스틸러스는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에서 울산현대를 4-0으로 완파했다. 포항은 승점 47점으로 4위 상주 상무와 차이를 6점으로 벌렸다. 다득점에서 크게 앞서 3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울산은 승점 54점에서 제자리걸음해 전북 현대(54점)에 다득점에서 앞서며 겨우 선두를 지켰다.

울산은 공격에 무게를 싣고 나섰다. 비욘 존슨을 원톱으로, 김인성, 이동경, 설영우가 공격 2선에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벤치에 내려두고 윤빛가람과 신진호가 허리를 책임졌다. 측면에 배치된 김태환, 홍철 조합까지 생각하면, 공격력으로 포항을 누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포항은 울산을 고려해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왔다. 4-2-3-1로 포메이션은 같았고 포백 구성도 동일했지만, 중원에서 약간의 변화를 줬다. 팔로세비치 대신 이승모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허리엔 노련한 오범석-최영준이 배치됐다.

중원 싸움에 무게를 둔 포석이었다. 이승모는 수비 시에 전진 압박을 수행했다. 오범석, 최영준은 울산의 움직임에 맞춰 중원에 볼 투입을 막았다. 최영준과 오범석이 미드필드 위쪽으로 올라가면 이승모가 중원으로 내려왔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이동경의 움직임을 적절히 제어했고, 윤빛가람과 신진호는 후방으로 밀어냈다.

김기동 감독은 "(중원) 조합에 대해 고민을 했다. 강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세밀하게 해야할지 생각했다. 울산에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다. 그래서 강하게 해서 상대가 하는 걸 못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중원에서 그게 잘 먹히면서 울산이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쓰는 단순한 패턴만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원의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울산이 측면에 의존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팔라시오스가 홍철을 공격적으로 압박하면서 공격 가담을 부담스럽게 했다. 왼쪽 수비수 강상우는 한 수 위 개인 기량으로 설영우를 눌렀다. 울산은 전반 중반부터 설영우를 수비로 내리고 김태환을 전진시켜야 했다.

세트피스 집중력을 높인 것도 중요했다. 전반 3분 강상우의 코너킥을 일류첸코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전반 6분 코너킥에서도 팔라시오스의 머리를 거쳐 일류첸코의 헤딩 슛까지 연결되는 등 경기 내내 날카로운 세트피스를 펼쳤다. 김기동 감독은 "전민광이 측면에 배치되면서 높이가 좋아졌다. 세트피스에서 잘라들어가는 것, 뒤로 돌아들어가는 것 확실히 짚어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반 이른 시간 세트피스에서 나온 포항의 골은 경기 양상을 결정했다. 울산은 우승 경쟁을 위해 승점이 간절했다. 김기동 감독은 "울산이 급하니 그걸 이용해서 하자고 했다"고 평가했다.

라이벌전에서 패하지 않겠다는 선수 개개인의 적극성이 더해졌다. 강하게 부딪히고 적극적으로 압박하면서 울산을 괴롭혔다 강상우는 "선수들이 50대 50 싸움에서 절대지지 말자는 지시가 있었다. 파울은 하지 않되 경쟁에선 지지 않으려고 했다"며 "선수들이 밀리지 않다보니까 팀도 힘을 받는 것 같다. 선수들이 되겠다는 생각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의 경기 계획이 흔들렸다. 일류첸코의 한 방으로 리드를 줬고, 중원을 강하게 세운 포항을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나온 슈팅들은 강현무가 막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도훈 감독이 이동경을 빼고 주니오를 투입한 것에서 울산의 조급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주니오와 비욘존슨을 최전방에 세우면서 중원에서 숫자를 줄였다. 중원을 생략하고 골문 가까이에 공을 밀어넣어 득점을 노리겠다는 뜻이었다.

포항은 후반에도 강하게 그렇지만 느긋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중반 포항은 울산에 약간 밀리는 형세였다. 김기동 감독은 하프타임에 약간의 변화를 더했다. 김기동 감독은 "오범석과 최영준이 너무 밀고 올라갔다. 조금 뒤로 물러서면 울산이 따라왔다. 두 선수가 내려오면서 울산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게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격 골이 필요한 울산은 최영준, 오범석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했고, 자연스럽게 울산의 전후 간격이 벌어졌다.

퇴장 변수까지 울산이 심리적으로 흔들린 탓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울산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후반 중반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12분 불투이스가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일류첸코를 막다가 퇴장을 받았다. 그럼에도 1골 차이라 추격할 여지가 있었지만, 울산은 사실상 자멸했다. 후반 15분 비욘 존슨이 강상우와 엉켜 넘어진 뒤 머리를 걷어찼다. 이번에는 난폭한 행위로 퇴장 판정이 내려졌다. 9명이선 기적마저 만들기 어려웠다. 울산은 3골을 더 주고 고개를 떨궜다.

"첫 경기는 원하는 축구가 아니었다. 심상민, 김용환이 군대에 가고 인천전에서 잘했던 스리백을 썼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 다음 맞대결도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골이 터지지 않았다. 앞으로 나가는 속도를 강조했다. 그게 점점 좋아졌다. 그래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 김기동 감독

지난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웃었던 울산은 큰 변화 없이 나섰다. 하지만 리그 2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하고 내리 6골을 내줬던 포항은 칼을 갈았다. 포항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울산의 장점을 봉쇄하는 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득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세트피스도 확실히 훈련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울산의 우승을 막았을 때처럼 심리적인 우위를 살릴 줄도 알았다. 김기동 감독은 약 1년 전 울산종합운동장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때 그 복장을 일부러 준비해 입었다.  지난 패배를 잊지 않고 "한 번은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 4골 차 승리로 이어졌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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