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가 결전을 앞두고 사뭇 비장한 분위기다.

다시 찾아온, 또 놓쳐서는 안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부산은 30일 오후 2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FC안양을 상대로 K리그2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K리그1 11위팀과의 승강 PO를 향한 첫 관문이다.

리그 2위의 메리트로 비기기만 해도 되는 유리한 입장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2015년 기업 구단 최초로 2부리그 강등 오명을 쓴 이후 번번이 마지막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거의 해마다 사령탑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변 여건은 조성돼 있다. 추억의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긴 효과에 김문환 이동준 김진규 등 젊은 국가대표 ‘뉴스타‘ 탄생으로 과거에 비해 축구열기가 제법 고조됐다. 부산의 1부 복귀는 ‘화룡점정‘인 셈이다.

현재 부산 강서구 클럽하우스에서 마무리 담금질 중인 부산의 분위기는 ‘정중동‘이다. 비장함에 보는 이도 긴장할 정도라고 한다. 조덕제 감독은 PO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사전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등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다. A매치 브레이크를 이용해 지난 14일부터 1주일 동안 경남 남해로 짧은 전지훈련을 다녀온 부산은 25일 재소집됐다. 소집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안양과 부천의 준PO 경기 영상 분석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부산에 안양은 신경쓰이는 상대다. 올 시즌 홈 개막전에서 1대4의 충격패를 당했다. 이후 3차례 맞대결에서 1승2무를 기록했지만 안양을 만날 때마다 힘든 경기를 치렀다. 정규리그에서 했던 방식으로는 안양을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됐는지 조 감독은 조용히 변화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징후는 리그 2위를 확정짓고 치른 지난 35, 36라운드 경기에서 엿볼 수 있다. 조 감독은 마지막 2경기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1.5∼2군을 전격적으로 기용해 전술 실험을 했다. 스리백을 쓰기도 했고 미드필드 공격 라인, 패턴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조 감독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어서 과연 어떤 시도가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안양전을 넘어 승강 PO까지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주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부산 선수단을 자극하는 팬들의 ‘큰그림‘도 있다. 이른바 애증의 팀 대결 구도다. 제주유나이티드가 2부리그로 직행하면서 부천FC와 같은 울타리에서 만나게 됐다. 제주의 전신 부천 SK가 제주로 이전하자 부천 축구팬들의 반감 정서를 타고 탄생한 팀이 부천FC다. 뜻밖에도 제주가 강등되면서 ‘오냐, 너 잘 만났다‘가 돼 버렸다.

구경하는 팬들에겐 흥미를 더하는 구경거리다. 이참에 안양이 1부로 승격해서 FC서울과 같은 리그에서 뛰는 구도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안양과 FC서울은 제주유나이티드-부천과 비슷한 관계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김문환 등 유망주를 1부에서 보고 싶다‘, ‘부산, 그동안 고생했다. 1부로 돌아가자‘는 여론때문에 부산 응원 팬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안양을 응원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생겨 당혹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부산 선수들의 전투욕을 자극해 되레 뭉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더구나 조 감독은 2015년 수원FC를 이끌 때 부산을 내려앉히고 1부 승격의 신화를 썼다.

결자해지라고, 이제 조 감독은 부산을 위해 승격 전문가를 솜씨를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