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막혔던 평양원정기 "경기장 갈 땐 시속 30km, 경기 후는 70km"
- 출처:뉴스1|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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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원정에 선수단 단장 자격으로 선수들과 함께 했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세상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봤다"며 덧없는 웃음부터 전했다.
"베이징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게 14일 오후 4시20분쯤이었다. 수속을 밟고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만 3시간이었다. (일반인)아무도 없고 우리 밖에 없는데, 와…"
평양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북한의 어깃장이 시작됐다. 최 부회장은 "가방 하나하나 모든 물건들을 다 꺼내보라고 하더라. 안에 있는 물품 모든 것, 양말에 팬티 개수까지 적으라했다"고 전했다. 사실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이 입국할 때 팬티 개수까지 적는 경우는 없다.
애초 대표팀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은 뒤 숙소에 먼저 짐을 푼 뒤에 김일성 경기장으로 이동, 공식 회견과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곧바로 김일성경기장으로 향해야했는데 바로 이런 비협조 때문이었다.
최 부회장은 "공항 밖에서도 대표팀의 수많은 짐 가방을 하나하나 헤아리더라. 대표팀은 움직이려면 대략 50개 이상의 가방이 따라 나온다. 그런 것들을 다 체크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운동장으로 바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는 길도 한세월이었다. 최영일 부회장은 "버스 이동이 또 기막혔다.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인데 시속 30km로 달리더라.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로 운동장까지 이동한 것"이라고 말한 뒤 "거북이 걸음이라 경기장까지 1시간 이상 걸렸다. 그런데 이튿날 경기가 끝난 뒤에는 70~80km로 달려 25분만에 도착했으니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버스 안 분위기도 삼엄했다. 최 부회장은 "버스 뒷자리 5자리에는 북한 요원들이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 그 앞자리에도 북한 요원이 있었고... 그 앞에 우리 선수들이 타고 이동했으니 위압감이 얼마나 심했겠는가"라고 전했다.
◇ 아무도 몰랐던 무관중 "설마, 인판티노도 왔는데…"
가장 이슈가 됐던 무관중 경기는 현장에서도 몰랐던 일이다. 최영일 부회장은 "사실 무관중 경기는 상상을 못했다. 누군가 ‘관중이 없을 수도 있다더라‘라고 말 하기는 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설마 FIFA 회장(인판티노)이 오는데 관중을 안 받겠는가‘라고 해서 모두가 수긍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그런데 진짜 안 들어왔다. FIFA 회장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가 보다"라고 놀라워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에 김일성경기장에 도착했다는 최영일 부회장은 "관중이 아예 없더라. 그게 더 겁났다"고 말한 뒤 "이게 뭔가 싶었다. 싸늘한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하더라. 그런 곳에서 축구를 해야 했으니 선수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라고 선수들을 대변했다.
무관중에 대한 북한의 공식 설명은 없었다. 관련해 최 부회장은 "안 그래도 나도 궁금해서 의전차량에 있는 북한 관계자에게 물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니 기분이 좋아보였다. 해서 슬쩍 ‘왜 관중이 안 들어왔나요‘ 궁금한 척 물었다"고 말한 뒤 "그러자 그 관계자가 ‘요즘 우리 인민들이 승부가 갈리고 뭐 이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더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해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 재차 물었더니 ‘오늘 다른 경기장에서 어떤 행사가 있다. 거기에 폭죽도 터지고 재밌는 게 많아서 그리로 간 것 같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더라. 정말 어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들이 일정 내내 이어졌으니 무승부라 폄하할 것 아니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영일 부단장은 "1차적으로 안 다친 것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한 게 가장 다행이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경기 자체도 엄청 거칠었다. 정말 지저분하게 공을 찼다. 손흥민을 마크하는 선수들은 절대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때리든 잡든 밀든, 귀찮게 했다"고 말한 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맙다, 잘했다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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