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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앞둔 대전코레일 김승희 감독, 또 한 번의 역사 쓸까?
출처:대한축구협회|20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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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의 묘미 중 하나는 약자의 반란이다.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은 최근 14년 만에 FA컵 4강(준결승)에 오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작은 지난 4월에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32강이었다. K리그1 최강이었던 울산 현대를 상대로 대전코레일은 대등한 경기 끝에 2-0 완승을 거두며 이변을 이끌었다. 이후 16강에서 서울이랜드FC를 완파하고, 8강에서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를 꺾으며 4강까지 올랐다.

대전코레일이 FA컵 4강에 오른 건 전신인 인천한국철도 시절이었던 2005년 이후 14년 만이다. 김승희 감독은 2005년 당시 코치로서 FA컵 4강을 경험했고, 14년이 지난 올해는 감독으로서 다시 한 번 FA컵 4강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1990년 한국철도에 입단한 후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올해로 30년째 ‘원클럽맨’으로 뛰고 있는 김승희 감독은 이번 FA컵을 선수단과 팬들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4강 상대인 상주 상무가 결코 만만한 팀은 아니지만 자신을 포함해 선수단 개개인이 본분에 충실히 임한다면 언제든 이변은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KFA 홈페이지’는 추석 연휴를 앞둔 11일 김승희 감독의 자택이 있는 고양에서 김 감독을 직접 만나 FA컵 4강을 앞둔 각오를 들었다.

- FA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이 어떤가?

7월에 FA컵 8강전을 치른 뒤 다음 4강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한숨 좀 돌리며 지냈다.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더라. 지금은 그저 담담한 기분이다. 물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저 우리가 해왔던 대로 준비 잘하고, 경기도 잘하는 게 목표다. 나와 우리 선수들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FA컵을 준비하고 있다.

- 앞선 32강, 16강, 8강과 이번 4강전은 무게감이 다르다.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더욱 평소와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크게 부담 주지 않고 있다. 본사에서는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축구단에 격려 방문을 오셨고, 4강전을 앞두고 응원단도 동원한다고 하더라. 나는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 남은 경기도 상위리그 팀과의 경기니 하던 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 선수단 분위기는 좋을 것 같다.

결과물이 좋았을 때 과정을 되돌아보게 되면 지도자가 특별히 뭘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게 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 자꾸 이기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단에 스며든 것이다. 지금 우리 선수단은 다른 어느 때보다 상승 분위기고 서로를 믿고 있다. 그게 곧 자신감인데,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원래 갖고 있는 실력보다 더 좋은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

- 상대인 상주 상무 분석은 어떻게 했나?

단기간에 많이 분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상주 상무의 경기를 꾸준히 봐왔고, 그들이 어떤 전술을 쓰는지 파악은 했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상주 상무의 전역자들이다. FA컵을 앞두고 전역자들이 생겨 김태완 감독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이번 주(14일 전북 vs 상주 * 편집자 주 - 상주는 전북에 1-2로 패했다) 경기를 일단 봐야 할 것 같다.

상대는 군팀이지만 우리보다 상위리그에 있는 팀이다. 당연히 부담은 상주 상무가 더 클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걸 잘하고 부족한 걸 보완하는 데 충실할 것이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나서서 운동을 자처했다. 다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의욕이 큰 것 같다.

- 앞선 경기는 단판 승부였지만 4강전부터는 홈 앤드 어웨이다.

홈 앤드 어웨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상위리그 팀에게 유리한 조건이긴 하다. 단판 승부를 할 경우 변수가 워낙 다양해 약팀이 강팀을 잡는 그림이 종종 그려진다. 전력이 좋은 팀도 컨디션이나 운이 따르지 않으면 골을 못 넣고 지는 게 단판 승부다. 하지만 경기를 두 번하게 되면 전력이 좋은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우리 팀이 두 번 더 주목받고 기회를 받는 것이기에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대전코레일은 올해 FA컵에서 프로팀을 모두 잡으며 주목을 받았다. 비결이 있나?

2005년 인천한국철도 시절 코치로 FA컵 4강에 간 적이 있다. 당시 4강전에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를 만나 잘 싸웠지만 졌다. ‘이런 기회가 또 오기는 쉽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에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 FA컵에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리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2017년 목포시청이 4강에 올라갈 때만 해도 같은 내셔널리그 팀으로서 열심히 응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도 저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셔널리그, 내셔널 선수권, 전국체전에서 모두 우승해봤지만 FA컵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FA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언론에도 많이 다뤄지기에 본사 입장에서도 더 좋고, 팬들도 하위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매년 FA컵에 나설 때마다 잘하고 싶었다. 물론 선수들에게는 표현한 적 없고, 나 혼자 생각한 것이다(웃음).

그런데 잘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계속 지더라. 이겼어야 하는데 지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올해는 그냥 (승리에 대한 욕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 예선전에서는 경기에 잘 못 나서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울산 현대와 32강전 대진이 결정된 이후에도 그저 초반에만 집중하면 흐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기회를 잘 살렸고, 울산은 우리보다 좋은 팀이지만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해 졌다.

사람 일이라는 게 참 그렇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꿈을 꿀 때는 안 이뤄지다가 올해는 그런 부담 없이 편안히, 열심히 하자고만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졌다. 4강이 우리의 꿈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인 건 분명하다. 앞으로도 FA컵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 강원FC와의 8강전을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직접 표를 사서 강원 경기를 보러 다녔다’라고 말했는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냥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값어치가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하위리그 팀 감독이고 상대는 상위리그 팀 감독이다. 나보다 후배지만 유능한 감독이기에 내가 돈을 내고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강원FC의 경기는 가장 먼저 6월 23일에 열린 포항스틸러스와의 리그 경기(강원 5-4 승)를 봤다. 일요일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아내와 함께 춘천에 가서 직접 표를 끊고 봤다. 일주일 뒤에는 인천유나이티드와 강원FC(강원 2-1 승)의 경기를 봤다. 공짜로 보게 되면 배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비싼 티켓을 사서 들어갔다(웃음).

- 울산 현대, 서울이랜드FC, 강원FC와의 경기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아무래도 울산 현대가 가장 좋은 멤버가 나왔기에 우리로서도 힘든 경기였다. 경기 템포가 굉장히 빨랐는데 우리 선수들이 거기에 대응을 잘한 것 같다. 앞서 얘기했듯이 승패에 욕심을 버렸기에 마음은 편했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참 힘들었던 경기다.

- 2005년 코치로 FA컵 4강을 밟은 이후 14년 만에 감독으로 다시 FA컵 4강에 올랐는데, 14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14년 전에는 4강과 결승이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지금은 홈경기 중심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32강, 16강, 8강을 모두 홈에서 치렀다. 14년 전에도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와서 응원을 했지만, 지금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코치 시절에는 내 나름대로 축구에 대해 굉장히 자신감이 넘쳤다. 잘 몰라서 그랬을 거다(웃음).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감독 생활을 하면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팬들의 응원이 고맙고, 선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14년 전과 달리 홈에서 경기를 치르니 이런 마음이 좀 더 강해진 것 같다.

-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1943년 창단)를 자랑하는 팀이 FA컵 정상에 도전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레일 축구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고 과거에도 훌륭한 대표 원로급 선배들도 많았다. 이런 팀의 일원이어서 자부심을 느낀다. 그렇기에 감독으로서 난 이 팀을 좋은 팀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명문 팀은 좋은 성적도 유지해야하지만 시설이나 선수 대우도 좋아야 한다.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선수들에게 내가 느꼈던 자부심을 같이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 1990년 한국철도에 입단한 이후 30년 간 한 팀에만 있었기에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내 복인 것 같다. 수석코치부터 막내 코치들까지 사람들을 잘 만났다. 본사도 나를 믿고 맡겨줬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물론 고비도 있었지만 그걸 잘 넘겼고 팀은 점점 발전해왔다. 처음 이 팀에 왔을 때는 너무 어렸기에 그저 더 좋은 팀에 갈 생각만 했는데, 여기서 계속 있다 보니 이 팀을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저 내 본분에만 충실하자고 생각한 게 벌써 30년이다. 30년 동안 남들은 나에게 고생만 했다고 하는데, 나는 힘들고 어려워도 그게 고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이번 FA컵을 앞두고 본사를 포함한 주변의 기대가 높을 것 같다.

지도자 입장에서 FA컵은 사실 번외 경기다. 우리가 감히 욕심낼 건 아니다. 리그, 전국체전, 선수권 대회에 집중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가 FA컵 32강 상대로 울산 현대를 뽑고 언론에 나오니 오히려 지역 체육회와 본사, 팬들이 ‘이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하더라. 주위 분들이 자꾸 전화해 ‘울산은 꼭 이겨주세요’라고 말하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웃음). 게다가 선수들도 해보려는 의욕이 큰데, 내가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나?

선수들에게 평소 주변의 예상을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경기를 앞두면 객관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하다’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면 결과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 처음엔 FA컵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 팀의 명예가 걸려있고 팬들이 원하니 열심히 해야만 했다. 본사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4강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잘한 거지만 회사의 명예가 걸려있으니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

- 이번 FA컵은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가 될까?

나는 선수 생활을 프로에서 하지 않았다. 우리 때만 해도 프로보다는 실업팀이 워낙 대우가 좋았다. 평생직장이었고 연봉도 더 높았다. 나도 프로에 가고 싶었지만, 주위 어른들은 내가 꿈을 펼치기도 전에 ‘왜 힘들게 프로를 가냐’라고 얘기하더라. 실업팀이 더 안정적이고 좋다고. 결국 난 어른들의 말에 순응해 남아있었던 케이스였다.

시기를 놓쳐서 프로에 못 갔지만, 우리 선수들은 나처럼 되지 않길 바란다. 지금도 우리 팀에는 프로에서 오퍼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남아있겠다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난 선수들에게 도전을 권유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이 중요하다. 잘되면 이을용처럼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 안 된다는 보장도 없다. 실패하더라도 배운 게 있으니 소득은 있다. 도전할 때 미리 겁내면서 ‘우리는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등 주위에서 행동을 제약하는 말을 해도 개의치 말아야 한다.

FA컵은 그런 의미에서 프로와 분명히 접촉할 수 있는 무대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포함해 우리보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유명한 지도자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렸을 때 함께 축구했던 선수들이다. 현재 소속된 리그가 다를 뿐이다. FA컵이 열리면 선수들은 프로팀에 내가 더 낫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실제로 더 나은 선수도 있다. 종이 한 장 차이다.

FA컵에서 우리보다 센 팀을 이기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팬들이 기뻐하면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없다. 사실 우리 팀 말고 다른 하위리그 팀들도 그런 생각으로 대회에 나서지 않겠나?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무조건 값지다고 생각한다. 그게 FA컵의 묘미고, 선수들에게도 FA컵이 그런 의미로 다가갔으면 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FA컵이든 리그든 주어진 경기는 다 이겨야지. 못할 건 없다. 일정 자체는 타이트하지만, 거기에 신경 쓰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만 할 생각이다. 팬들을 항상 기쁘게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실 나는 30년 간 누릴 걸 다 누린 사람이다. 본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 이제는 나도 본사에,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할 시기이다. 내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팀의 발전에 기준을 맞출 것이다. 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마음을 먹고 노력하는 게 내가 이 팀에서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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