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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용병' 샌즈 "ML 보다 한국이 내겐 소중한 기회"
출처:이데일리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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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의 ‘모래요정’ 제리 샌즈(32)는 ‘성적은 몸값 순서가 아니다’는 야구 속언을 잘 보여준다.

샌즈는 올 시즌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연봉(50만 달러)을 받는다. 가장 비싼 몸값의 외국인선수인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19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활약은 억만장자급이다. 샌즈는 올 시즌 KBO 리그 타자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24일 경기까지 마친 현재 26홈런으로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102점으로 유일하게 100점을 돌파했다. 장타율(.578)도 1위를 지키고 있다. 2016년 타율·최다안타·타점 부문 1위를 차지한 최형우(당시 삼성. 현 KIA) 이후 3년 만에 타격 3관왕을 바라보고 있다.

샌즈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국 무대를 경험하고 적응한 것이 올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늘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나도 잘 몰랐다”고 밝혔다.

샌즈는 지난해 8월 기존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대신해 한국 무대를 밟았다. 당시 샌즈의 몸값은 9만 달러였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1만 달러를 포함해도 총액이 겨우 10만 달러에 불과했다. 너무 몸값이 싸 오히려 화제가 됐다. 시즌 중 영입된 탓도 있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샌즈를 영입할 당시를 떠올리며 “원래 염두에 둔 선수가 있었지만 그 선수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해 대신 몸값이 싼 샌즈를 데려올 데려올 수밖에”며 “큰 기대는 없었고 분위기 전환 카드였다”고 밝혔다.

샌즈는 한국에 오자마자 KBO 리그를 ‘씹어먹었다’. 정규시즌 25경기만 출전하고도 타율 3할1푼4리 12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가성비 면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역대급 명승부를 펼쳤던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3할6푼8리 2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당연히 키움은 샌즈와 재계약했다. 모기업이 없어 재정이 넉넉지 않은 구단 특성상 많은 연봉을 제시할 수 없었다. 다른 외국인선수와도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샌즈는 키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올해 연봉은 다른 선수보다 적지만 미래가치는 벌써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신 타이거스를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 몇몇 구단이 일찌감치 영입 후보로 올려놓았다.

심지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역시 ‘제2의 에릭 테임즈’로 샌즈를 주목하고 있다. 샌즈도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동안 156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할3푼8리 10홈런 5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샌즈는 시즌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다”면서도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좋은 제안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샌즈의 가장 큰 매력은 꾸준함이다. 지난해 한국에 온 이후 특별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없다. 큰 부상도 당하지 않는다. 주 포지션은 우익수지만 박병호가 부상 당했을 때 1루도 책임지는 등 수비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말 그대로 ‘믿고 쓰는 샌즈’다.

샌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금방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타고난 것 같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생각하다보니 큰 슬럼프를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샌즈는 가족들과 한국 생활을 만끽한다. 얼마 전에는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아 기념촬영을 한 뒤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4살 된 첫째 아들 일라이와 2살짜리 둘째 아들 터커를 영어학원에 데리고 다니는 게 중요한 일과다.

샌즈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가족들도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지금 한국에서 뛰는 것이 내게 소중한 기회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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