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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재균 통역의 정체(?) 늦깎이+비전공+국내파
출처:스포츠서울|201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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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농구,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에는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더불어 그들과 선수단 사이를 연결하는 통역도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의사소통은 팀 전력이나 경기력과 직결되기에 그렇다. 이들은 외부적으론 소통의 가교이며, 내부적으론 외국인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는 보호자다. 타향살이를 하는 외인선수의 첫 번째 친구가 통역이다.

SK 야구단의 정재균(32) 통역은 스무 명이 넘는 KBO리그 내 통역 중에서도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영어 전공자가 아니다. 유학파도 아니다. 그는 지방의 모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암기가 싫어 이과를 전공했고 학교와 학과는 성적에 맞춰 선택했다. 영어와 무관한 삶이었다.

그런데 군 제대 후 그의 반전 인생이 시작한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을 도와주며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다녀온 1년 간의 어학연수는 본격적으로 영어에 몰입하는 계기가 됐다.

20대 중반이 너머, 영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편입을 시도했다. 집이 있는 서울소재 학교를 물색했다.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었다. 서울학교를 고집하다 보니 영문학이 아닌 토목공학과를 선택했다.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경쟁률은 10대 1 정도였다. 그는 다행히 합격을 했고 토목공학에 재미를 붙이려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지도교수에게 “토목이 맞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시 영어공부에 몰입했다. 대신 토목공학 관련 번역이나 영어발표는 그의 몫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가진 첫 직업은 배구단 통역이었다. 영어전공자가 아니지만 대학시절 명예기자를 하며 스포츠 현장을 다닌 점을 어필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인데, 그쪽은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가 대세였다.

배구단 통역에 이어 농구단 매니저 겸 통역을 했다. 통역은 계약직이라 매년 새 직장을 알아봐야 했는데 그때마다 일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며 올시즌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서 일하게 됐다.

그런데 야구 용어가 낯설었다. 외국인 선수의 입에서 생소한 단어가 툭툭 튀어나왔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몸을 만들 때 그는 실전야구 용어를 완벽하게 습득했다. 현장에서 통역 실수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균 통역은 자신의 영어 수준에 대해 미국 드라마를 보면 어려움 없이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영어를 언어라기 보단 문화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포츠단 외국인 통역 중에 유학파가 아닌 국내파는 더러 있다. 그러나 정재균 통역처럼 비전공자는 거의 없다. 더구나 20대 중반 영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통역 일을 하는 이는 전무하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누군가의 꿈과 희망까지 될 만큼 거창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원하는 일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면, 그게 뭐가 됐든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선 그를 향해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건 어떠냐고 조언한다. 그는 “불안감은 있다. 미래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도 꿈꾼다. 그러나 난 여기 있는게 돈을 떠나 행복하다. 팀이 승리하면 그 승리에 기여한 기쁨이 크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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