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웰터급의 중국인 파이터 리징량, 투박하지만 강하다
출처:오마이뉴스|201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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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중국] 설화 속 ‘강시‘ 연상시키는 괴물 같은 맷집으로 승리

국내 격투 팬들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는 유행어 중에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는 말이 있다. 맷집, 파워 등 신체능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인상적인 느낌을 줄 때 사용된다. ´사모아 괴인´ 마크 헌트(44·뉴질랜드),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1·프랑스) 등이 여기에 어울릴만하다.

동양권으로 좁혀보면 당장 떠오르는 선수는 단연 ‘더 리치(The Leech)‘ 리징량(30·중국)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리징량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중국설화 속 강시가 연상된다. 맷집과 근성 정도 외에는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음에도 바로 그러한 것을 무기로 다른 부분을 메워가며 세계 최고 격투 무대 UFC에서 생존하고 있다. 2012년 ‘LFC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울버린‘ 배명호에게 당했던 패배의 아픔은 말 그대로 과거 일이 되고 말았다.

 

 

통산 전적 16승 5패의 리징량은 2014년부터 UFC에서 뛰기 시작해 11전을 소화했으며 8승 3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승수보다 눈에 띄는 것은 패배 방식이다. 리징량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투박하다. 디테일한 회피기술이나 방어능력을 갖춘 것도, 그렇다고 상대를 눌러놓고 최대한 타격 공방전을 피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외려 경기 내내 끊임없이 치고받으며 난타전을 즐기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공격적으로 압박하다보니 상대 선수에게 큰 것을 맞고 다운을 당하는 경우도 잦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넉 아웃 패배도 없다. 리징량이 얼마나 맷집이 좋은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라이드 시절 ‘더 파이어볼 키드‘ 고미 타카노리(39·일본)도 맷집이 좋은 파이터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리징량처럼 맷집 자체를 무기로 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그때와 비교해 현재의 UFC에는 힘 좋고 터프한 선수들이 체급 내에 가득하다. 한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괴물 같은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연승은 많지만 연패는 한번도 없는 리징량은 자신의 맷집에 자신이 넘친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둔탁하고 단순한 자신의 타격이 번번이 빗나가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밀고나간다.

결국 대부분 상대는 리징량의 괴물 같은 맷집에 때리다 지쳐버리기 일쑤고 그런 가운데 반격을 당해 패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징량의 경기가 늘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맷집-회복력 좋은 리징량, 난타전으로 자하다 ‘공략 성공‘

24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캐딜락 아레나서 있었던 ‘UFC Fight Night141‘ 대회 웰터급 매치가 그랬다. 이날 리징량과 맞붙은 선수는 ‘사가트(Sagat)‘ 데이빗 자와다(26·독일)였다. 경기 초반은 자와다의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기동력과 테크닉의 우위를 앞세워 정타 싸움에서 앞서나갔다.

꾸준히 잔타격을 넣어주는 가운데 날카로운 왼손 스트레이트를 리징량의 안면에 정확하게 꽂아 넣으며 다운을 빼앗았다. 그러나 그런 식의 다운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리징량은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 이어진 공격을 잘 견디어냈다. 힘으로 테이크다운을 빼앗아내는 등 빼어난 완력과 만만치 않은 레슬링을 과시했다.

물론 리징량은 경기를 치러가면서 예전보다는 나아진 방어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빈틈은 많지만 자와다의 펀치 공격을 머리를 흔들며 피하고 역으로 카운터 공격을 시도하는가 하면 적절히 클린치 싸움까지 섞어주며 부지런한 ‘강시‘의 모습을 보여줬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마냥 대주기만 하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압박을 멈추지 않는 리징량의 기세에 자하다는 경기 중반을 넘어가면서 슬슬 지쳐갔다. 반면 체력이 좋은 편인 리징량은 1라운드 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움직임으로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자하다의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졌고 좀처럼 맞지 않던 리징량의 공격이 슬슬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고받는 타격전이 되면 불리한 쪽은 무조건 자하다였다. 통산 16승 중 11승(69%)을 넉아웃으로 장식할 만큼 만만치 않은 화력을 지닌 자하다인지라 그의 공격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리징량의 맷집과 회복력이 지나치게 좋을 뿐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자하다는 3라운드에서는 정타 싸움조차 밀렸다. 리징량의 로우
킥과 펀치가 자하다에게 계속해서 들어갔다. 자하다는 난감한 표정으로 뒷걸음질만 거듭했다. 결국 경기 종료를 1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리징량의 오른발 옆차기가 자와다의 갈비뼈 부근을 제대로 강타했다. 충격을 받은 자와다는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대로 주저앉았고 승부는 거기서 마무리됐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은 리징량이 상위권 판도를 바꿀 만큼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재미있는(?) 경기력으로 꾸준히 성적을 유지해나간다면 롱런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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