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대표했던 젊은 투수들이 나란히 부진한 2018년을 보내고 있다. 부상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말 있었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만 23세 이하, 혹은 프로 3년차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었던 APBC는 자연스레 대표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동력들이 대거 출전했다. 해당 자격이 되는 선수 중 당시 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험적으로나, 2018년 아시안게임을 앞둔 시점으로나 의미가 적지 않은 대회로 평가됐다.

당시 대표팀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던 박세웅(롯데), 장현식(NC), 임기영(KIA) 등은 아시안게임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2018년은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부상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예년만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박세웅은 팔꿈치 부상으로 아예 시즌 출발을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71⅓이닝을 던지며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의 좋은 성적을 냈던 박세웅은 23일 현재 3패 평균자책점 9.00에 머물고 있다. 전체적인 구위와 스태미너 모두 작년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NC 우완 장현식 또한 팔꿈치 문제로 올 시즌 팀 기여도가 저조하다. 지난해 31경기에서 9승9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한 장현식은 올해 15경기 출전에 머물고 있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발견돼 선수 스스로 의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50구 이상이 되면 통증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결국 올해는 선발 복귀가 무산됐다.

KIA 사이드암 임기영도 어깨 통증으로 역시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성적도 처졌다. 임기영은 지난해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는 16경기에서 5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5.98로 부진하다.

물론 이를 꼭 ABPC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구단의 한 투수코치는 사견을 전제로 “APBC 출전이 선수들의 휴식에 다소간 영향을 미쳤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이다. 어린 선수들은 대개 한 시즌 많은 이닝을 던지면 어느 순간은 후유증이 온다. APBC보다는 이점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불펜에서 뛰었던 몇몇 선수들은 올 시즌 큰 이상징후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휴식기가 짧았고, 그것이 시즌 준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최원태(넥센)와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시즌 준비가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베테랑 선수들에 비해서는 아직 이런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APBC 참가가 100%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대업을 앞두고 오히려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