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팀’은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에스밀 로저스(33·넥센)가 있는 곳은 언제나 시끌벅적했다. 남다른 친화력과 넘치는 장난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다. 처음 보는 취재진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말을 건네곤 했다. 덕분에 적응도 빨랐다. 타지생활을 해야 하는 외인에겐 강점이 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단, 때와 장소를 가려야 했다. 적어도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경기 중 행동은 그래서 더 아쉽다.

로저스는 지난 24일 한화와의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6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옛 동료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 앞선 것인지, 경기 중 장난 섞인 행동을 했는데 분명 불필요한 모습이었다. 홈에서 태그 아웃된 최재훈의 머리를 글러브로 건드린다거나, 아웃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이용규의 헬멧을 툭툭 치기도 했다. 견제사를 당한 양성우에겐 자신의 두 눈을 손가락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

로저스는 명심해야 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팀의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경기 다음날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넥센은 이를 받아들였다. 넥센 관계자는 “의도를 했든 안했든 상대가 불편했다면 로저스가 잘못한 것이 맞다”면서 “주의를 줬고 본인도 수긍했다”고 밝혔다. 주장 서건창은 대표로 한화 주장 최진행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 넥센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투·타에서 확실한 전력보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팀 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전에 없던 ‘세리머니’도 생겼다. 안타를 치고 나간 타자가 양손을 감싸 쥐면,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따라한다. ‘원팀’을 강조하는 세리머니인데,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바로 로저스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새로운 시도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원팀’을 만드는 것은 결국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