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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의 진수' 전북, 전주성에 울려 퍼진 6번의 '오오렐레'
출처:오마이뉴스|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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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톈진 취안젠에 6-3 승리

전북 현대는 2016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헐크가 이끄는 상하이 상강을 5-0으로 대파한 기억이 있다. 그 기세를 몰아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FC 서울을 가볍게 따돌렸고, 알 아인(UAE)와 맞붙은 결승전에서도 승리를 거머쥐며 10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했다.

전북은 1년 만에 ACL 무대로 복귀한 올 시즌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김신욱과 이재성, 김민재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에 더해 아드리아노와 티아고 등 아시아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CL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홈경기에서 극적인 3-2 역전승을 일궈냈고, 킷치 SC(홍콩) 원정에서는 6-0으로 대승했다. 

 

 

하지만, 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 만날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만난 텐진 취안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톈진은 2016시즌 중국 갑급 리그(2부)를 제패하고, 2017시즌 중국 슈퍼리그 3위에 오른 신흥 강호다. ACL 무대가 익숙한 팀은 아니지만, 겁 없는 신예(?)들의 기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 면면이 매우 화려했다.

이날 전방에는 한때 브라질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알렉산드레 파투와 FC 쾰른 소속으로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3위(25골)에 올랐던 안소니 모데스테가 포진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전에 나선 바 있는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악셀 비첼이 중원에 위치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이 후방을 책임졌다.

축구는 11명이 하나로 뭉쳐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라지만, 개인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킥오프 직전까지 전주성은 K리그를 대표하는 전북의 ‘닥공‘을 기대하면서도 차원이 다른 상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우려가 뒤섞인 분위기였다. 

 

 

안타깝게도 우려가 기대를 앞지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북은 톈진의 배후 공간을 뒤흔든 한교원의 활약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아가는 듯했지만, 전반 9분 예상치 못한 선제골을 내줬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장쳉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전북‘이었고, 이곳은 그들의 홈인 ‘전주성‘이었다. 전북이 1골 차 열세를 뒤집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득점이 터질 때마다 목청껏 외치는 ‘오오렐레‘가 무려 여섯 번이나 울려 퍼졌다.

가장 돋보인 이는 김신욱이었다. 지난 1월, 대표팀의 유럽 전지훈련에서 신태용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ACL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폭발했다. 후반에 투입되는 ‘조커‘, ‘스트라이커‘임에도 2선 공격진의 화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대갈 사비‘가 아닌 폭발력 있는 ‘대갈로프스키‘의 모습이었다.

이날 김신욱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권경원의 밀착 수비에 다소 고전하는 듯했지만, 이겨냈다. 가공할 만한 높이에 정확성을 더한 헤더,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 배후 공간을 공략하는 센스, 간결한 패스와 슈팅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무기로 활용했다. 2018년 치러진 공식전 3경기에서 침묵을 지켰음에도 굳건한 신뢰를 보낸 최강희 감독에게 확실하게 보답했다.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단순히 골을 많이 터뜨려서가 아니다. 전북은 자신들과 대적할 만한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경기력을 뽐냈다.

‘최정예‘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더한다. 이날, 키치 SC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킨 아드리아노와 정상 컨디션에 다다른 티아고는 벤치에 앉았다. 대표팀 주전 풀백 최철순의 자리는 이용이 대체했고, 주전 자리를 꿰찬 홍정호는 경고 누적으로 인해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교원(1골 2도움)과 이용(1도움), 최보경(1골) 등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고, 본래 이 선수들이 주전이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의 맹활약을 보였다. 한교원과 이용은 시작부터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고, 예리한 침투와 크로스를 수차례 보여줬다. 최보경은 경기 막판 페널티킥을 내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승부의 쐐기를 박는 여섯 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등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

최강희 감독이 꿈꾸는 ‘트레블‘(리그+FA컵+ACL)은 허상이 아니다. 어느 누가 그라운드에 나서든 전력 변화가 크지 않은 팀은 흔하지 않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최보경의 여섯 번째 골이 터진 후, 점수는 6-1이 됐다. 그러나 승부가 갈렸다 한들 경기는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려야 끝나는 법이다. 

전북은 ‘틈‘을 보였다. 대승이 확실한 상황에 심취한 나머지 집중력이 떨어졌다.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된 코너킥에서 또다시 1골을 내줬다. 4분 뒤에는 양쉬의 드리블 돌파를 막는 과정에서 최보경의 반칙이 나왔다. 페널티킥이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최보경과 최철순이 상대가 드리블해 나갈 공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던 만큼,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6-1‘과 ‘6-3‘은 확연히 다르다. 전북이 아시아 정상 복귀를 꿈꾼다면,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최고‘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프로의 기본이고, 90분 내내 흐트러짐 없이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강자의 본능이다.

전북은 팬들을 흥분케 한 ‘닥공‘의 위력에 심취하기보다는 지금보다 완벽해지기를 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ACL과 K리그1 모두 이제 막 시작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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