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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이동국-홍정호, 월드컵 대표팀 '막차' 탈까
출처:오마이뉴스|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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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베테랑‘ 이동국은 여전히 예리했다. 오랜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유턴파‘ 홍정호는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북 현대는 13일 오후 7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1차전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2016년 우승 이후 K리그 심판 매수파문으로 이듬해 AFC로부터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던 전북은, 2년 만에 돌아온 ACL 무대에서 첫 경기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전북의 오랜 천적으로 군림해온 가시와를 상대로 무려 7경기 만에 첫 승(1승 1무 5패)을 따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돋보인 이동국-홍정호



이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역시 이동국과 홍정호였다. 이동국은 이날 김신욱에게 선발 원톱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서 출발했지만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되며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냈다. 전반 4-1-4-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던 전북은 후반 이동국을 투입하여 투톱을 활용하는 4-4-2로 전환했다.

이동국은 후반 10분 만회골을 터뜨리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이어 김진수의 동점골로 다시 팽팽하게 맞선 데 후반 40분에는 이동국이 박스 안 왼쪽 모서리에서 환상적 오른발 감아차기로 가시와 수문장 나카타니 시노스케를 무너뜨리는 극적인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한국 나이로 불혹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이었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까지 K리그에서 9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부상 여파 때문에 동계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여 몸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의 경험과 골 결정력을 믿고 그는 특급 조커로 활용했고 가시와전에서 이동국의 투입은 경기흐름을 바꾸는 신의 한수가 됐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 같은 강팀에 왜 아직도 이동국같은 ‘노련한 베테랑‘이 필요한지 존재의 가치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228일 만에 공식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홍정호도 중앙수비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모처럼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까지 중국 슈퍼리그(CSL)의 장쑤쑤닝 소속이었던 홍정호는 중국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 여파로 후반기로 전력 외로 분류됐고 한동안 공식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경기 출전이 절실했던 홍정호는 이번 겨울 전북으로의 임대 이적을 선택했다. 가시와전은 홍정호의 공식적인 전북 데뷔전이자 제주 시절 이후 5년만의 K리그 복귀전이기도 했다.

전체적인 팀수비 면에서 3-2라는 스코어로 이겼어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겠지만 홍정호 개인의 활약은 공백기를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았다. 2번의 실점은 골키퍼 홍정남의 치명적 실수와 측면 수비수들과의 호흡 불일치에서 비롯됐다. 오히려 홍정호는 추가 실점을 내줄 수도 있었던 후반 6분과 19분 몸을 날린 태클과 헤딩 클리어로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내며 전북을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홍정호는 이날 또 다른 국가대표 센터백인 김민재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첫 경기임에도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손발이 맞아가는 모습이었다. 홍정호의 장점이라고 할수 있는 후방에서의 빌드업과 수비 조율 능력은 후반 들어 전북의 포백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동국과 홍정호, 월드컵 대표팀 향한 문 열려있다

이동국과 홍정호의 활약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신 감독은 지난 아시아 최종에선에서 이동국을 발탁했으나 본선행이 확정된 이후로는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 본선에서 시도할 빠르고 역동적인 압박축구에 노장 이동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홍정호는 중국리그에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히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홍정호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북행에 성공했지만 신 감독은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터키 전훈에도 부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3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소집할 예정이다. 사실상 여기에 부름을 받는 멤버들이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까지 승선할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은 일단 지난 7개월간 각종 대회와 평가전을 통하여 점검을 끝낸 선수층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동국과 홍정호는 그간 신태용호의 경쟁구도에서 밀려나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동국과 홍정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최종엔트리 구상에 약간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표팀 공격진은 손흥민-김신욱-이근호 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냉정히 말하면 노장인 이동국은 후배들과 주전경쟁을 다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조커‘의 역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시와전에서 보듯 이동국은 김신욱과 함께 4-4-2에서의 투톱에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동국이 수비 가담이나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후반 짧은 시간에 공격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동국만큼 문전에서의 위치선정과 확실한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선수는 여전히 흔치 않다.

4-4-2를 주전술로 하는 신태용호에서 공격수는 최소한 4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표팀은 현재 손흥민, 김신욱, 이근호의 뒤를 이을 만한 4번째 공격수가 확실하지 않다. 지난 터키 전훈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국내 공격수가 나오지 않았고, 유럽파를 돌아봐도 석현준-황희찬-지동원 등이 있지만 확실하게 우위를 보이는 선수는 없는 실정이다. 월드컵에 꼭 데려가지 않더라도 이동국에게 한번의 기회 정도는 주어질 자격이 있어 보인다.

홍정호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수비수가 부족한 대표팀 중앙수비라인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신태용 감독의 플랜A라고 할 수 있던 장현수와 김영권이 A매치 때마다 거듭되는 실수와 부진으로 팬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홍정호는 월드컵 본선 출전 경험-빌드업 과 수비조율 능력이라는 점에서 장현수-김영권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비수다.

선수들간 유기적이고 꾸준한 호흡이 특히 중요한 수비라인에서 김진수-최철순-김민재 등 전북 팀 동료들이 모두 국가대표라는 것도 홍정호에게는 ‘미리 대표팀을 체험할 수 있는‘ 호재나 다름없다. 3월 A매치 소집까지 경기력을 끌어올린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아쉽지만 신태용호의 수비라인이 아직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정호에게 아직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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