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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 타령 그만… 한중전서 반복된 고질병 두 가지는?
출처:한국일보|201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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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恐韓症)’.

‘한국을 두려워하는 증상’이라는 말이다. 한국과 축구 대결에서 늘 패하자 중국 사람들이 먼저 사용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공한증’은 꼭 한중전 축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도쿄대첩’으로 잘 알려진 1997년 9월 일본과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한국이 2-1로 역전승하자 일본 언론들은 ‘없어진 줄 알았던 공한증이 살아났다’고 통탄했다. 한때 세계최강의 바둑 기사로 군림했던 ‘돌부처’ 이창호(42) 9단에게 중국 기자들이 힘을 못 쓸 때 언론은 ‘공이증’이라는 용어도 종종 사용했다.

‘공한증’은 그 존재만으로 상대가 벌벌 떨 때 유효하다. 아시아 축구가 평준화된 지금 한국 축구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중국과 2-2로 비겼다. 전반 9분 먼저 실점했지만 전반 12분 김신욱(29), 전반 19분 이재성(25)의 연속 골로 역전했다. 그러나 후반 31분 다시 한 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중국과 역대 전적에서 18승12무2패로 여전히 크게 앞선다. 하지만 최근 5경기는 2승1무2패로 비슷하다. 최근 2경기로 좁히면 1무1패로 오히려 뒤진다. 중국 선수들은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해 9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때 중국대표팀 왼쪽 수비수 지앙즈펑(28)이 “90년대에 태어난 축구 선수들에게 공한증은 과거다”고 큰소리를 친 게 좋은 예다.

우리도 ‘공한증’ 타령은 이제 그만할 때다. 한중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냉정히 분석하고 러시아 월드컵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시급하다.

 

 

한국은 이날 중국을 상대로 전반 중반 역전한 뒤 경기를 완전히 주도했다. ‘경기장을 절반만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가 득점 찬스가 4~5번은 있었다. 이날 슈팅 숫자는 16대5, 골대로 향한 유효슈팅 숫자는 7대3(한국 우위)이었다. 1골만 더 넣었어도 중국은 무너지게 돼 있었다. 하지만 빈약한 골 결정력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축구의 흐름상 골과 다름없는 기회를 수 차례 놓치면 반드시 한 방 먹게 돼 있다.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축구의 나라’ 브라질을, 그것도 상대 안방에서 7-1로 대파했다. 전반 11분부터 19분 동안 5골을 퍼부은 독일은 전의를 상실한 브라질을 계속 잔인하게 몰아쳤다. 브라질 팬들이 눈물을 펑펑 흘렸지만 독일은 아랑곳 않고 2골을 추가했다.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21)는 사력을 다한 브라질 슈팅을 눈부신 선방으로 막아냈다. 후반 45분 브라질이 겨우 1골 만회하자 노이어는 펄펄 뛰며 동료 수비수들에게 화를 냈다. 제3자 눈에는 얄밉게 느껴질 정도였다. 축구에서는 기세를 잡았을 때 무자비하게 득점해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도 또 반복됐다.

김세윤 전 국가대표 비디오분석관은 “한국 미드필더들이 스프린트(sprint)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수비수가 공을 잡으면 주변에서 볼을 받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는 선수가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상대가 압박하면 다시 볼을 쉽게 뺏긴다. 전반 초반, 후반 중반 이런 모습이 두드러졌다. 모두 중국에 골을 허용한 시간대다. 한국의 실점은 운 나쁘거나 누구 하나의 실수가 아니라 예견된 징후였던 셈이다.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내내 이런 지적을 받는데도 잘 안 고쳐지고 있다. 분석이 미흡하거나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은 일본에 0-1로 져 1패를 안고 있는 북한과 12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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