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이 FA컵 우승 이후 스스로를 ‘실패한 감독’이었다고 돌아보며, 커리어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하게 된 것에 대한 감격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울산이 3일 오후 1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부산에 득점 없이 비겼다. 이날 무승부 덕에 울산은 종합 스코어 2-1로 부산을 무너뜨리면서 사상 첫 FA컵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먼저 상대였던 부산을 칭찬해주고 싶다. 우리에게 도전해오는 모습이 좋았고, 이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 막아주었다”라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많은 팬들이 바라는 우승을 달성했다. 그래서 팬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실패한 감독이었다. 나를 선택한 구단에게 감사하다. 시즌을 치르며 힘든 게 많았는데 날 믿어주고 따라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뛴 선수 뿐만 아니라 뒤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노력한 선수들도 많다. 마지막까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본다. 클럽하우스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선수들을 정말 감사하다”라고 주변에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자신이 겪은 실패가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실패가 좋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에서도 그랬지만 난 늘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남에 0-5, 가시마 앤틀러스에 0-4로 패했을 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매 경기 항상 배웠다고 본다. 이런 경험이 후배들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우승을 통해 배운다고 생각한다. 이 우승이 울산의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FA컵 우승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자세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위기가 있었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FA컵만 우승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분위기를 바꾼 건 선수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대한 소감도 남겼다. 김 감독은 “대회 참가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물론 선수들 개개인이 준비를 잘해야 하며, 팀 차원에서도 투자가 필요하다. AFC 챔피언스리그리그에 나갈 땐 우승을 목표로 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K리그 대표로 나서야 하며, 그만큼 준비를 잘할 것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