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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전' 전설의 시작, 티아라 더비를 아시나요
출처:STN 스포츠|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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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이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한다. 특히 상위 스플릿 라운드는 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의 향방이 달려 있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경기부터 빅 매치가 성사됐다. 1위 전북 현대와 5위 FC서울이 맞붙는 ‘전설전‘이 스플릿 라운드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두 팀은 15일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전북과 서울은 2010년대 K리그 왕좌를 양분한 팀이다. 두 팀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우승컵을 번갈아 가면서 들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전북이 리그 2연패를 거두며 독주를 펼쳤다. 2016년에는 FC서울이 최종전에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왕관을 가지고 왔다. 특히 작년에는 ACL 준결승 무대에서도 맞붙으며 라이벌 열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두 팀이 수년 간 치열한 우승 레이스를 펼치며 스토리를 만들어내자, 팬들은 두 팀의 맞대결에 ‘전설전‘이라는 애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전북의 ‘전‘과 서울을 줄인 ‘설‘을 합쳐 맞든 단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팀의 맞대결은 단순히 언어유희적인 단어의 ‘전, 설‘이 아니라 ‘전설(legend)‘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에 걸맞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전설전 이전에 이미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다. 2010년대 초반에 자주 언급됐던 ‘티아라 더비‘다. 최근에는 잘 불리지 않는 이 명칭은 단순히 해프닝에서 태어난 이름이지만 두 팀의 라이벌 의식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스토리가 담겨 있다. 전설전의 전설의 시작, 티아라 더비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전설의 시작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 홈팀 서울의 초대 가수, 티아라

‘티아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왕관‘ 혹은 ‘가수‘를 떠올린다. 우승 후보인 둘이 맞붙으니 ‘왕관‘의 뜻이겠구나 하겠지만 애석하게도 티아라 더비의 티아라는 후자다.

2010년 3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은 홈 개막전을 맞아 야심 차게 초대 가수를 초청했다. 초대 가수는 당시 노래 ‘너 때문에 미쳐‘로 인기를 끌고 있던 6인조 걸그룹 티아라.

당시 초청 가수 티아라는 음악 방송 녹화를 마치고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달려온 상황. 무대 의상도 갈아입지 못한 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티아라는 전반전이 끝난 뒤 환한 얼굴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경기장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홈 팬인 서울 팬들보다 원정 팬인 전북 팬들이 더 환호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서울팬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서울의 개막전을 축하하고 서울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티아라에게 왜 이런 야유가 쏟아졌을까.

 

 

서울의 유니폼은 2006년 팀 창단 때부터 ‘검은색-빨간색‘ 줄무늬를 고수하고 있다. 팀 컬러 역시 ‘검빨‘. 이에 반해 원정팀 전북의 유니폼과 팀 컬러는 ‘초록색‘이다. 이날 원정임에도 전북 선수들은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이날 티아라의 축하 공연 의상도 초록색이었다. 홈 팬들을 위해 초청한 가수가 홈 컬러가 아닌, 그것도 원정 팀 컬러의 옷을 입고 왔으니 홈 팬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티아라는 그대로 응원 인사와 공연을 진행했고, 서울 팬들은 그들의 공연을 그저 망연자실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날 경기에서 서울은 0-1로 패배했다. 그 뒤로 티아라는 한동안 전북에는 ‘승리의 여신‘, 서울에는 저주의 상징으로 불렸다. 심지어 1년 뒤 전북은 이를 이용해 티아라를 직접 홈경기에 초청하기도 했다.

#2. "서울의 심우연은 죽었다"

2010년 3월 14일은 서울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날일 것이다. ‘티아라의 저주‘로 0-1로 패배한 것이 다가 아니다. 그 ‘1‘, 그 한 골이 단순한 한 골이 아닌, 서울의 가슴을 정조준한 쐐기골이었기 때문이다.

0-0으로 팽팽하게 이어졌던 승부는 후반 44분에 판가름이 났다. 크로스를 받은 심우연이 슬라이딩으로 서울의 골망을 가르면서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당시 심우연은 2009년까지 서울에서 뛰었던 공격수로, 데얀과 박주영, 정조국 등에 밀려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채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그 심우연이 이듬해 이적하자마자 친정팀과의 첫 맞대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보통 이적한 선수가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경우,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과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우연은 굉장히 강렬한 세리머니를 서울을 향해 날렸다. 심우연은 서울 서포터즈석 바로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

심우연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세레머니의 뜻을 설명했다. ‘서울의 심우연은 죽었다‘라는 의미였다. 2009년까지 3년 동안 서울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이적한 것에 대해 세레머니로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초청 가수의 뜬금없는 의상으로 저주 아닌 저주가 내려져 경기에 패배한 것도 모자라, 한때 응원했던 선수가 친정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결승골과 세레머니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서울 팬들은 가슴이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3. 그 후 티아라와 심우연, 그리고 이어지는 전설

티아라는 경기 다음 날 바로 언론을 통해 사과했다. 경기 전에 있었던 가요 프로그램 리허설 때 입었던 의상을 미처 갈아입지 못했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서울 팬들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식의 말로 강하게 비판했고 이미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이 해프닝을 지켜보고 있던 축구 팬들과 기자들은 한동안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을 ‘티아라 더비‘ 혹은 티아라의 인기곡 ‘러비더비‘에서 이름을 따와 ‘러비 더비‘라 불렀다.

 

 

한편 심우연은 전북에서 수비수로 전향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큰 키로 제공권을 장악하며 한동안 ‘공중엔 심우연‘이라는 별명도 얻으며 수비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2016년, 심우연이 성남을 거쳐 친정팀인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입단 초반 당시 서울 팬들은 ‘배신자‘ 심우연과 그 배신자를 받아준 구단을 맹비난했다. 심우연의 이적 직후 열린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ACL 홈 경기에서는 심우연을 비난하는 대형 플랫카드를 걸기도 했다.

이후 심우연은 다시 공격수로 전향해 후반 막판 조커로 종종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 4월, 가정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심우연은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전북과 서울 두 팀은 2010년 티아라 더비 이후 전적에서도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이 12승 7무 10패로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서울에 승리가 없었던 전북은 2013년과 2014년 전적에서 동률을 만들더니 2015년부터는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2승 1패로 전북이 서울에 앞서있다.

현재 명불허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는 달리 서울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5위에 머물러있다.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이제까지의 맞대결 양상과는 달리 다소 진이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더 달아나야 하는 전북과 ACL 진출권을 위해 승점을 쌓아야 하는 서울이기에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전북과 서울은 15일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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