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큰 시름을 덜었다. 4번타자 이대호의 방망이가 가을야구를 앞두고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지난 26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인상깊은 한 방을 터뜨렸다. 팀이 5-7로 뒤져있던 6회말 2사 2,3루에서 역전 좌월 3점홈런(34호)을 때려냈다.

이날 경기전까지 이대호는 3경기 연속 무안타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전 10경기 타율은 1할9푼4리(36타수 7안타)까지 떨어졌다. 시즌 타율은 3할2푼4리였다. 다른 선수였으면 고타율로 여길 수 있겠지만 이대호는 다르다. 3할2푼4리는 이대호의 올시즌 최저타율이었다. 이날 이대호는 3점홈런을 때려내기 전에도 강한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타구의 질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경기후 이대호의 표정은 밝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음도 숨기지 않았다. 이대호는 "평소 노려치는 편은 아니다. 앞타석 (최)준석이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직구만 보고 들어갔다. 찬스만 잇겠다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됐다. 최근 타격감도 좋지 않고 지쳤던 것도 사실이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오늘을 계기로 더 잘하겠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 3위를 한번 해보자라며 똘뚤 뭉치고 있다. 동료들과 남은 한경기 한경기 집중하겠다. 나 혼자 처져 있을수 없다"고 다짐했다.

9월은 스트레스와의 전면전 시기다.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팀은 더욱 그렇다. 7위부터 밟고 올라가 5위 확보, 4위 확보, 3위 쟁취까지 이어진 롯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주장 이대호 어깨에 놓인 짐은 상당하다. 4년간 15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몸값을 받고 고향팀에 왔다. 조금이라도 못하면 비난이 날아들 수 밖에 없다.

올시즌 이대호는 타율 3할2푼5리 34홈런 111타점을 기록중이다. 3할-30홈런-100타점에도 일정 부분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선수는 몇 안된다.

포스트시즌 대장정을 앞둔 롯데로선 이대호의 부활 조짐이 더없이 반갑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시즌 막판 경기감각 걱정을 했다. 조 감독은 "경기가 띄엄 띄엄 있다보니 타자들이 타격감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투수들은 휴식보다 좋은 약이 없지만 타자들은 감각 유지도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롯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