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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km 뛴 PSG, 역사를 만들다.
- 출처:다음스포츠|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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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를 하다보면 나중에 다시 돌려보고 싶은 경기가 있다. 90분간 생각하면서 경기를 봐도 좀처럼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해설을 마치고 곧바로 복기하며 칼럼을 작성하고 있지만 어쩌면 한숨 자고 오후에 경기를 다시 본 뒤 칼럼을 쓰면 관점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PSG가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0 으로 제압했다. 개인적으로 경기 결과를 적을 때 제압이라는 단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 경기만큼은 제압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 경기 전 티아구 실바와 티아고 모따가 결장한 PSG의 코어라인이 불안 요소로 지목되었지만 선발 명단으로는 나름 완전체였던 바르셀로나가 오히려 더 결정적인 불안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 우나이 에메리, PSG의 속도에 세비야의 견고함을 장착하다
전임 블랑 감독이 최근 몇 년간 자국 대회 트로피를 싹쓸이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네 시즌 연속 8강에서 탈락했고 결국 블랑 감독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 여름 새롭게 ‘세비야의 대장‘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부임했지만 12월까지 만해도 구단 내부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사실 PSG에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였다. 아틀레티코의 시메오네, 현 맨유의 무리뉴 감독 영입에 실패하자 급하게 접촉한게 에메리 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에메리 감독은 선수단과 큰 유대감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이브라히모비치라는 리더가 사라지고 새로운 감독을 맞이한 PSG는 시즌 개막 이후 지난 연말까지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선두 모나코에 승점 3점 뒤진 리그 2위, 심지어 벌써 리그에서 네 차례 패했다. 특히 12월에 치른 리그 4경기에서 단 4점만 획득했다. 챔스 조별리그 성적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3승3무로 아스널에 이어 A조 2위로 16강에 올랐지만 홈에서 1승2무를 기록하는 등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안첼로티와 블랑 시대를 통해 만들어진 PSG의 장점인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고 느린 좌우 전환과 목적이 부족한 후방 점유율은 에메리 PSG에 의문을 갖게 했다.
하지만 오늘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4-2-3-1을 선택했다. 3선에 베라티와 라비오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과거 4-3-3을 활용한 속도전을 즐겼던 블랑 감독과 달리 이번 시즌 새롭게 부임한 에메리 감독은 신중을 기해야 할 때 종종 3선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안정감에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적중했다. 베라티와 라비오, 그리고 한 칸 위에 배치된 마튀이디는 대단한 영향력을 뿜어냈다. PSG 미드필더들의 투쟁심과 부지런함이 재능 넘치는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제압했다. 지난 시즌부터 라비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쿼드 내 많지 않은 유스 출신으로서 그동안 팀의 기대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였지만 신체적으로 강해지면서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기 시작했다. 공을 다루는 재능이 있던 선수가 힘이 붙으면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라비오가 최근 프랑스 대표팀에 괜히 발탁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베라티 역시 69분 교체 될때까지 공수 양면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티아고 모따의 공백이 우려되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기우에 불과했다.
# UEFA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는 다르다
사실 경기 전 선발 명단을 받았을 때, 부스케츠-이니에스타-안드레 고메즈로 구성된 바르셀로나의 중원이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바르셀로나의 중원은 너무도 정적이였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미드필드 자원들의 부상으로 중원 조합 구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라키티치는 혹사 당했고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는 부상에서 갓 회복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최근 11경기에서 8승 3무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베티스 전 (1-1무)처럼 경기 내용에서 대단히 고전하더라도 MSN의 한 방이 터졌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과 선수 조합이 썩 좋진 않았지만 패하지 않고 꾸준히 승수를 챙겼기에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언론에서 잠잠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 이후 다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들이 오늘 한 경기에서 복합적으로 터졌다.
챔스와 리가는 달랐다. 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상황이 좋지 않아도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조금만 버티면 MSN 라인에서 한방이 터졌다. 그렇게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하지만 조별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 16강의 환경은 달랐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는 역동적인 PSG의 미드필더들과 경합하지 못했고 조용히 돋보여야 할 앙드레 고메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후반 13분 교체로 가장 빨리 필드를 떠났다.
초반 20분 PSG의 점유율이 높을 때도, 이후 바르셀로나가 공을 조금 더 많이 갖고 있을 때도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들은 활동량, 속도, 반응 모든 부분에서 PSG의 중원을 능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골 장면도 공수 전환 상황에서 발생했고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속도가 붙어있는 PSG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결국 여기에서 양팀의 가장 큰 차이가 발생했다.
# 113km vs 105km
90분 동안 같은 경기를 치렀지만 PSG가 바르셀로나 보다 8km 더 뛰었다. 113km의 전체 활동거리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PSG가 기록한 최고 활동량이다. 더 많이 활동하는 팀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뛰면 패스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영리하게 뛰는 요소가 추가되면 주고받는 패스의 질은 더 향상 될 수 있다. 그리고 패스의 질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슈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득점으로 연결된다.
상대보다 기술이 우월하면 보다 적게 활동하더라도 공을 지켜내며 연결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바르셀로나의 기술은 결코 PSG보다 낫지 않았다. 프로팀과 대학팀처럼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경기가 아닌 같은 프로 레벨, 그것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경기다. 티아구 실바와 티아고 모따, 중요한 주전 두 명이 빠진 PSG가 기초 빌드업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경기 내내 빌드업에 어려움을 느낀 쪽은 바르셀로나였다. 피케나 움티티가 공을 잡으면 풀백은 시선을 피했고 중앙 미드필더들은 상대 선수와 같은 선에 서 있었다. PSG는 카바니를 필두로 드락슬러, 디 마리아가 첫 번째 수비수 역할을 앞 선에서 훌륭하게 해냈다. 공이 살아 나와 중원에서 전개되더라도 바르셀로나는 전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르셀로나는 단지 공을 달걀 다루듯이 예쁘게 어루만지며 다뤘지만 PSG는 거칠지만 간결하게 정성을 담았다.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
“아무리 기술이 훌륭해도 체력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실전에서 발휘되기 어렵다.”
# 역사 그리고 2차전
역대 유럽대항전에서 양 팀은 총 10차례 대결했다. 오늘 경기 전까지 바르셀로나가 4승3무2패로 앞섰지만 이제 1패가 추가되었다. 2010년 이후 PSG에게 바르셀로나는 넘지 못한 큰 산이였다. 12/13시즌 8강을 시작으로 14/15시즌에는 조별리그와 8강에서 또다시 대결했지만 연이어 패하고 말았다. 그간 맞대결에서 멀티 골, 무실점은 바르셀로나에게 익숙한 단어였지만 오늘은 주인공이 바뀌고 말았다.
양 팀은 3주 후, 바르셀로나에서 2차전을 치른다. 1차전 4골의 리드, 그리고 향후 경기 일정 등 모든 부분에서 PSG의 상황이 유리하다. PSG는 주말 툴루즈 전 이후 라이벌 마르세이유 와의 ‘르 끌라씨크’ 더비를 제외하면 무난한 경기 스케쥴을 진행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부담스런 셀타 비고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아직 2차전이 남아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항상 180분 이상의 싸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경기로 인해 양 팀 감독 우나이 에메리와 루이스 엔리케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현지 시간 2월 14일, PSG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