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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 뒤의 아픔, 강원이 승격공신과 이별한 이유
- 출처:풋볼리스트|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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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아프시는 게 좋지 않겠나." K리그클래식 승격 이후 폭풍 영입. 2016시즌의 수원FC는 강원FC의 반면교사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지난해 12월 P급 지도자 강습회에서 조덕제 수원FC 감독과 만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들었다. 승격팀 강원은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5일 낮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강원FC의 시무식과 선수단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총 14명의 선수가 참석했는데, 10명이 새로 영입한 선수였다. 기존 선수는 백종환, 오승범, 정승용, 송유걸 등 단 네 명. 승격 공신 중 잔류한 선수가 이들 네 명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팀을 떠난 상황이다.
오범석은 "새로 창단한 팀인 것 같다"고 했다. 강원에 오래 몸담고 있는 주장 백종환은 기존 선수들을 어떻게 다독였냐는 질문에 "사실 남은 선수가 많지 않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승격팀이 생존을 위해 전력 강화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굳이 승격팀이 아니라도 시즌을 마치고 리빌딩 작업이 이뤄지는 일은 프로의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강원FC의 영입 발표 1호 선수로 주목을 끈 이근호는 "지난 시즌에 내가 뛴 제주에서도 전 시즌과 비교하면 주전 선수가 8명 정도 바뀌었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강원이 10번째 팀은 이근호는 이적이 익숙하고, 프로라면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승격 공신 중 잔류한 골키퍼 송유걸과 미드필더 오승범
#승격팀의 딜레마, 영입 선수와 기존 선수의 `갈등`
승격팀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 보다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승격이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어려운 환경에서 하나로 뭉쳤던 이들이, 새로 영입된 선수들에 밀려나는 일이 발생하면 팀이 하나로 뭉치는 데 문제가 된다. 조덕제 감독은 2016시즌 수원FC를 이끌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을 그 점을 꼽았다.
"기존 선수들이 자신이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고 하시더라. 내가 궂은 일을 다해서 승격을 시켜 놓았는데 엉뚱한 사람이 와서 대접 받고, 경기를 뛰고. 절실함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경기를 못 뛰면서 불만이 노출되었다. 새로 온 선수들이 잘해서 성적이 좋았다면 분위기가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서 충돌이 생겼다. 기회를 주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풀어주고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좋지 않냐. 한 번만 아프시는게 좋지 않겠냐. 그런 표현이죠."
최 감독은 승격을 이룬 공신 중에 2017시즌에도 함께 데려가고 싶은 선수들이 더 있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조언을 듣고는 새로운 선수들이 오면서 백업 자원으로 밀려나게 될 선수들의 경우 과감하게 내보내기로 결단했다.
"경쟁이라는 것은 앞일을 모르지만, 그 선수가 경쟁에서 밀렸을 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확률상 경기 출전이 유력한 선수들을 남겼다. 어렵다고 판단한 선수들에 대해선 마음을 두 번 아프게 하지 말자. 구단에서는 올해를 보고 계약을 하는 것이지, 전년도를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연봉을 200%, 300% 올려줄 선수가 있는데, 다른 선수들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면 불만이 쌓인다. 벤치에 앉혀 놓자고 비싼 이적료를 투자해서 선수를 데려올 수는 없다. 결국 그런 입지에서 남은 선수들은 2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최 감독은 "마음이 아팠다"고 했지만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구단 핑계를 댈 수도 있고, 모른 척 회피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그럴 수 없었다. 이 선수들과 함께 쌓아온 시간이 있는데. 그래서 선수들에게 각각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남고 싶다고 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내가 직접 이적할 팀을 알아주기도 했다." 함께 K리그클래식 무대에 가지 못하게 된 선수들의 입장에서 섭섭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떠난 선수들 모두 어느 정도 납득을 하고 새 팀으로 향했다.
"6명의 신인 선수들도 키우고 기회를 줘야 한다." 최 감독은 기존의 주전 선수를 언제 경기에 나설지 모르는 보결 선수로 밀려나게 하기 보다, 주전 경쟁이 가능 한 자원을 남기고, 젊은 신인 선수들에게 대기 선수 자리를 주는 것으로 스쿼드를 짰다. 출전 기회 문제로 팀이 와해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했다.
잔류한 선수 중 한 명인 미드필더 오승범은 올해 만 36세가 된다. 오승범은 "선수들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 남은 선수들과 새로 온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치는 것이 강원FC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주장 백종환은 "기존 선수들이 강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니 같이 대화하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선수들의 낯설음이 풀어질 것"이라고 했다.
#인연 있는 선수들로 영입, 시행착오 최소화
강원FC의 대대적 리빌딩에서 다행인 점은 영입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 작지 않은 친분이 있고, 각기 다른 팀에서 모이게 된 영입 선수들끼리도 인연의 고리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장 백종환은 공격수 이근호, 미드필더 김승용과 학창 시절 내내 붙어다닌 `절친` 사이다. 이들 외에도 군경팀 혹은 연령별 대표팀, 전 소속팀 등 얽힌 인연이 적지 않다. 황진성은 "이적을 해서 새 팀에 왔는데 친했던 선수들이 많아 적응도 그렇고 마음을 맞추는 것이 빠를 것 같다"고 했다.
주전 경쟁에서 가장 민감한 포지션은 골키퍼다. 이미 2016시즌을 치르면서도 K리그챌린지에 존재하는 22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으로 인해 활약과 관계 없이 출전 기회를 잃었던 송유걸은 국가 대표 출신 이범영의 합류로 치열한 경쟁 앞에 서게 됐다. 송유걸은 "젊었을 때는 무조건 내가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뛰든 안뛰든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범영이는 워낙 친하다. 내 본가도 부산이다. 연령별 대표에 갔을 때 만난 적도 있다. 올 때 같이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팀 성적이 좋으면 모든 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오히려 내가 더 크게 소리치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모든 선수가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송유걸)
이범영은 "내가 이적생이라고 무조건 주전 자리를 보장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 큰 돈을 들여 투자한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범영 외에 강원 유니폼을 새로 입은 선수 모두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을 잘 알고 있다. 모두 주전 자리가 공짜로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 감독은 `원팀`이 되기 위해 스쿼드 구성 과정에 많은 것을 고민했다. 이적생 가운데 30대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고, 과거 인연이 있던 선수들이기에 조직력을 맞추기 수월하다. 더불어 이 선수들보다 연배가 높은 오승범을 잔류시켜 팀의 무게 중심을 잡는 데 신경을 썼다. "조국이나 근호가 훌륭하지만 승범이 보다는 나이가 어리다. 한국 사회는 아직은 상하 구분이 있다. 승범이가 항상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팀 분위기를 좋게 끌고 가고 있다. 무게감 있게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마찰 최소화` 고민
강원FC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외국인 공격수다. 조태룡 대표 이사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선수에게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었던 다비 은고그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정조국이라는 선수에 거금을 투자했는데, 그 자리에 또 큰 선수를 데려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투톱을 쓰는 전술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그런 2선 선수 중 한 명이 못 뛰게 된다. 젊은 유망주 선수를 저비용으로 투자하는 건 어떤가 다른 방안도 고민을 하고 있다."
여전히 강원이 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 감독은 최대한 기존 선수단과 마찰을 빚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큰 선수냐, 유망주냐 사이에 고민 중이지만 우선은 기존 스쿼드를 기반으로 찾을 것이다. 이미 구성된 스쿼드가 좋기 때문에 신중히 고민 중이다. 스카우트 팀이 200명에 가까운 선수를 검토 중이다. 천천히 찾겠다."
잔류 선수를 고르는 것부터 영입 대상을 찾는 일까지 강원은 모든 요소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수원FC의 실패에서 강원FC는 많은 것을 배웠고,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