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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블루칩' 전북 이재성의 새로운 도전.."박지성 선배처럼 유럽을 휘젓고 싶다"
- 출처:스포츠동아|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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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들의 무덤’ 전북에서 꿈같은 3년
중동·중국 러브콜에 살짝 흔들렸지만
돈 보다 중요한 가치, 유럽무대 도전
공격전개 장점 ‘제2의 박지성’ 꿈꾼다 “쟤가 그 친구? 대단한 물건인데…. 아주 흥미롭겠어.”
2014년 1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선수단의 첫 소집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던 최강희(57) 감독은 갓 피어난 새싹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고려대를 떠나 ‘녹색군단’의 일원으로 합류한 신예 이재성(24)의 밝은 미래를 직감한 듯했다. 크지 않은 체격, 여드름 송송 난 앳된 영건은 전북 클럽하우스 훈련장에서 겁 없이 달려들었다. 눈치도 보지 않았다. 과감하게 볼을 터치했고, 빠르게 공간을 파고들었다. 오래 전부터 베테랑을 중용해온 최 감독이지만, “첫눈에 ‘뿅’ 갔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신인들의 생존율이 유독 낮아 악명이 자자한 전북에서 이재성은 금세 한 자리를 꿰찼다. 첫 해부터 꾸준한 기회를 얻었다. 클래식 26경기(4골·3도움)에 출전했고,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얻었다.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클래식에선 지난해 34경기(7골·5도움), 올해 32경기(3골·11도움)에 나섰다. 입단 2년간 대선배 이동국(37)과 한 방을 쓴 그는 올해 초 드디어(?) 작은 자유를 얻었다. 이동국은 “실력이 다르니, 재성이도 빨리 ‘방졸’을 면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동국이 형은 훈련 때 우리가 조금 실수하면 목청을 높이면서도 재성이에게는 너무 관대했다”는 것이 주변 선배들의 즐거운 회고다.
프로 데뷔 이후 국내외를 넘나들며 매 시즌 꾸준히 우승의 기쁨을 맛본 이재성은 진정한 ‘거취의 자유’를 얻었다. 클래식 2연패(2014·2015년)에 이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전북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가도 좋다”며 이재성의 해외 도전을 허락했다. 최 감독도 “명예(유럽)를 택하든, 실리(아시아)를 택하든 철저히 본인의 자유”라며 3년간 함께한 애제자의 또 다른 도전을 응원했다.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남은 26일 이재성을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전북에서 3년간 계속 꿈을 꿨고, 꿈을 꾸고 있다”는 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제
-전북에서 정말 대단한 시간을 보냈다.
“계속 꿈꾸는 시간이었다. 누구도 내가 여기까지 성장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솔직히 ‘노력형’ 선수는 아니었다. 주변을 보면 난 ‘운 좋은’ 선수에 가깝다. 첫 프로 전지훈련 때 같은 포지션의 선배(이승기·28)가 대표팀에 차출돼 연습경기 출전 기회가 생겼다. 신인이라 그저 많이 뛰자는 생각뿐이었다. 데뷔 때부터 한 방을 쓴 (이)동국이 형이 많이 도와줬다.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배움이었다. 어떻게 몸 관리를 할지, 전북 공격수는 어떻게 뛰어야 할지 쉼 없이 느끼고 고민했다.”
-신인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았다.
“2013년 9월인가, 전북이 지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신인들의 자리가 좁다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다.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안주하기는 더 싫었다. 전북에서 성공하면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대 재학 중에 잠시 일본 진출을 생각한 적이 있지만, 그건 싫었다. 둘째 형(이재권·29·대구FC)의 ‘조금이라도 빨리 프로에 가라’는 조언이 전북에 가기로 결심한 배경이었다. 대학 은사님인 서동원 감독님 앞에서 프로행 결심을 말씀드린 뒤 펑펑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북에서 구름 위를 걸었다.
“매년 우승을 맛봤다. 그래도 첫 시즌이 가장 뜻 깊었다. 팀도 우승했고, 아시안게임 우승도 함께했다. 많은 것을 경험했다. 나를 믿고 기용해주신 분들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웃어도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뛴 매 순간이 위기이자 기회였다. 화려했어도 생존을 향한 안팎에서의 싸움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지금의 이재성을 만들었다.
● 오늘
-아시아 챔피언을 언제 확신했나.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대회 8강이었다. 전반기보다 확실히 팀이 끈끈하고 안정됐음을 느꼈다. 그런데 위기를 넘겼다. K리그 3연패에 실패하면서 우승이 더 간절해졌다. 아마 (클래식 우승을 차지했다면) 안일함이 있지 않았을까. 큰 타이틀을 놓쳤기에 우리는 더 뭉쳤고, 더 오기가 생겼다. 더 철저히 대비하며 준비했다.”
-여름에도 유럽 진출 기회가 있었다.
“진입 문턱이 너무 높았다. 팀이 원하는 조건도 까다로웠다. 결국 포기했을 때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스스로 채찍질을 하게 된 계기였다. 기다리면 또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중동, 중국의 러브콜이 대단하다.
“솔직히 잠시 마음이 기울기도 했다. 워낙 금전적 보상이 크다보니 고민했다. 초심이 나를 잡았다. 전북에 입단하며 품었던 ‘교체명단에만 오르자’는 생각을 되새겼다. 아시안게임을 우승하고 큰 고민을 덜지 않았나. 나이도 어리고. 또 다른 가치를 얻고 싶었다.”
● 내일
-유럽행 결심을 굳혔는데.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충분히 기회가 주어질, 환경이 좋은 팀을 찾고 싶다. 특히 2018러시아월드컵이라는 큰 과제도 있고. 나는 혼자 잘하는 타입이 아니다. 공격수지만 공격 전개에 익숙하다. 팀플레이와 연계 움직임이라는 장점을 어필하고 싶다. 과거 박지성(35·은퇴) 선배가 했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움직임이 많다.
“과거 선배들의 발걸음이 활발하지 않았던 곳이다. 솔직히 실패할 수 있다. 반대로 성공할 확률도 있다. 그래도 성공하면 후배들에게 또 다른 진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다만 느긋하게 생각한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겨울에 안 되면 내년 여름이적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학에서 전북으로 갈 때만큼의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
최 감독은 “(중국과 중동은) 선수가 원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철저히 선수의 몫이라고 했다. 이제 마음을 정했다. 한 곳을 향한다. 유럽이다. 전북도 “이재성은 팀의 상징이다.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