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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리그 결승전' 전북vs서울,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출처:인터풋볼|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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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iler alert! 영화가 개봉하면 너도 나도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이제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나 예능까지 어느 누구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스포츠에는 착한 스포일러가 필요한 법. 연극배우 윤찬호가 전하는 축구 예고편. 진짜 스포일러가 될지 아니면 헛다리만 짚게 될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OO가 범인이다!" [편집자주]

11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인 38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3월 12일 리그와 FA컵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개막전을 치렀던 전주에서 이제는 리그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두 팀은 승점 67점으로 동률이지만 전북이 다득점에서 5골을 앞서고 있어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손에 쥐게 된다. 유리해 보이는 쪽은 전북이다. 올 시즌 전북은 서울에 유독 강했다. 전북은 서울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이다. 리그에서 3번 만나 전북이 모두 이겼고 ACL 4강 1차전에서는 무려 4대 1로 승리를 거두며 서울을 좌절시켰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가장 최근의 대결이었던 4강 2차전에서 패배한 것이 찜찜하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전북을 상대할 때마다 전술을 수정했고 결국 마지막 대결에서 전북에 승리를 거뒀다. 심판 매수 의혹으로 전북이 삭감당한 승점 9점은 서울이 올 시즌 전북에 헌납한 승점과 같다. 징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서울에게는 역전 우승의 기회를 가져다줬다. 서울은 마지막 대결에서 발견한 희망을 복기하며 전주로 향한다.

#목표는 더블, K리그 우승은 필요조건

 

 

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올 시즌에도 절대 1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 득점은 71골로 리그 최다득점이고 실점은 39골로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실차가 무려 32점으로 말 그대로 많이 넣고 적게 먹혔다. 게다가 전북은 37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만 패했을 뿐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포함하더라도 단 5패만을 기록한 전북이다. ACL 결승에도 진출해있는 전북은 이번 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한 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챔피언을 꿈꾼다.

전북도 대단하지만 서울 역시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 리그 중반 감독이 교체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과도기를 지난 뒤 다시 승승장구하며 2위를 지켜냈다. 일찌감치 FA컵에서 탈락한 전북과는 달리 FA컵과 ACL을 모두 병행하느라 클래식 팀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도 이뤄낸 성과다. 서울은 FA컵 결승에도 진출해있다. 전북과 마찬가지로 서울 역시 리그 우승컵을 들고 FA컵 결승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 서로 다른 2013년의 기억

이번 경기는 2013년 울산과 포항의 리그 최종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포항은 울산에 승점 2점이 뒤진 채로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김원일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당시 포항을 지휘하던 감독은 서울의 황선홍 감독이었다. 이미 FA컵 2연패를 달성했던 황선홍 감독은 당시 리그 우승으로 더블을 손에 쥐었다. 이번에도 황선홍 감독은 불리한 상황을 안고 전주로 향한다. 황선홍 감독은 2013년의 드라마가 다시 한번 재현되기를 바란다.

한편 관중석에서 울산의 패배를 바라봐야 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신욱이다. 김신욱은 당시 경고누적으로 인해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김신욱은 우승 세레모니를 준비하기 위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신욱의 발이 그라운드에 닿기도 전에 김원일의 골이 터졌고 김신욱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김신욱은 전북의 선봉에 서서 서울의 골대를 정조준한다. 당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김신욱은 절대 서울의 역전 우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서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고 최근 경기감각에 물이 올라있는 김신욱은 자신감에 차있다.

# 알고도 못 막는 로페즈 vs 득점왕 노리는 아드리아노

올 시즌 전북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로페즈다. 로페즈는 탄탄한 체격과 빠른 스피드에 브라질 선수 특유의 유연함마저 갖고 있는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다. 하지만 로페즈가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은 절대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올 시즌 기록한 13골 중 무려 10골을 후반전에 기록했다. 상대팀이 동점골이나 역전골을 넣기 위해 수비라인을 올리는 시점이 로페즈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후방에서 패스를 받아 지쳐있는 수비수를 제치고 그 스피드를 그대로 이용해 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로페즈는 상대에겐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꺼뜨리는 절망과 같은 존재다. 로페즈는 서울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절망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서울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역시 아드리아노다.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 17골을 기록하며 19골을 기록하고 있는 정조국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라있다. ACL과 FA컵에서 모두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아드리아노는 득점왕 트레블을 욕심내고 있다. 여기에 1골만 더 넣으면 2003년 김도훈의 한 시즌 최다골을 넘을 수 있다. 다만 올 시즌 리그에서 전북에 한 골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그 또한 페널티킥으로 넣은 득점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최철순의 전담마크에 고전했던 아드리아노가 과연 전북의 견제를 이겨내고 득점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두 베테랑의 대결 : 이동국 vs 데얀

두 팀에는 2010년대 K리그 최고의 라이벌인 이동국과 데얀이 건재하다. 득점왕과 MVP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선수는 올 시즌에도 두 팀의 맏형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동국은 올 시즌 부상 악재로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그에서 30경기 출전을 채우지 못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2011년에는 정규리그가 30경기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마저도 적은 기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적은 출전 횟수에도 12골을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선수단의 변화폭이 커 팀이 정상화 되지 않았던 시즌 초반에는 팀의 구심점이 됐고 우승을 향한 중요한 길목마다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출전 횟수가 줄어든 것은 오히려 팀이 강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부상을 참아가면서 경기에 출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마음 편히 재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이동국의 역할도 변했다.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따내는 역할은 김신욱에 맡기고 본인은 살짝 밑으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집중한다. 상대 수비의 견제가 분산되면서 이동국에게 오픈찬스가 더 많이 생기는 흐름이다.

데얀 역시 역할을 바꿨다. 올 시즌 35경기에 나서 13골을 기록하며 꾸준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데얀은 아드리아노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는 최전방에서 골 사냥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2선으로 내려와 경기 운영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동국과 김신욱이 서로의 수비를 분산시키는 것과는 달리 데얀은 오히려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끌어온다. 스피드는 예전만 못하지만 노련한 움직임으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면서 적재적소에 공을 뿌려주는 경기 조율능력은 이번과 같은 큰 경기에서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 감독들의 지략대결 : 경기 중 전술변화

전북과 서울의 대결은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감독의 지략 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두 팀 모두 포백을 기본으로 한 원톱과 투톱 전술을 혼용한다. 포메이션 상으로는 4-1-4-1의 형태다.

전북은 김신욱을 필두로 리그 최고 수준의 2선 공격수들의 강한 전방압박을 활용한다. 핵심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얼마나 2선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느냐에 달려있다. 김보경과 이재성이 강하게 압박을 들어갈 수 있는 데에는 본인들이 돌파를 당하더라도 3선에서 시간을 지연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된다. 여기에 김신욱이 공줄볼을 경합하면서 수비수들을 최대한 골문 근처로 묶어놓으면서 세컨볼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형태다.

하지만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흐름은 오고 가게 마련이고 선수들의 체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은 중원 장악력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측면 공격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를 투입하며 4-4-2로 형태를 변화시킨다. 체력이 떨어진 중원을 생략하고 막강한 트윈타워를 중심으로 긴 패스를 통해 찬스를 만든다. 전술 변화의 핵심은 이재성이다. 4-4-2 포메이션에서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며 공간을 찾아 나선다.

서울 역시 아드리아노를 원톱으로 기용하고 윤일록-주세종-다카하기-박주영이 2선에 서는 형태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전북보다 2선 선수들의 위치 이동이 잦다. 윤일록 대신 데얀이 선발 출전 할 때에는 아드리아노와도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킨다. 서울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골이 필요할 때는 4-4-2로 포메이션을 바꾼다. 핵심은 오스마르, 그리고 고요한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오스마르는 4-4-2 포메이션에서는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바꾼다. 측면 수비와 공격,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고요한은 교체 투입되는 선수에 따라 빈자리를 메우면서 서울의 톱니바퀴를 회전시키는 소중한 존재다.

두 감독이 U-23 쿼터를 활용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K리그 클래식에선 23세 이하 선수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경기 중 쓸 수 있는 교체카드의 숫자는 2장으로 줄어든다. 두 팀의 맞대결마다 많은 변수가 발생했던 만큼 교체카드 1장의 유무는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북의 장윤호와 서울의 박용우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큰 경기임을 고려한다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두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겨울 이적 시장부터 리그를 양분하며 최고의 화제를 불러왔던 두 팀 간의 대결이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대결조차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1년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두 팀은 이제 우승 세레모니를 준비한다. 어느 때보다 치열할 두 팀의 대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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