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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슈팅은커녕 골문 근처도 못 가는 괴상한 공격
출처:베스트일레븐|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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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이란전이었다. 아무리 아자디 스타디움이 ‘한국 축구의 지옥‘이었다고 한들, 이런 경기는 입때껏 없었다. 그동안 두들기고 두드려도 골문을 열지 못하다 한 방 맞고 쓰러진 경기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두들기지도 못했다. 상대 골문이 그렇게 멀어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지난 11일 밤 11시 45분(한국 시각)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된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4차 이란전서, 한국이 0-1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25분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한 골을 만회하지 못해 쓴잔을 들었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첫 패배(2승 1무 1패, 승점 7점)를 기록, 순위도 다시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스코어가 0-1인 게 천만다행인 경기였다. 복싱으로 치자면,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펀치 한 번 날리지 못하고 두들겨 맞다가 끝난 경기였다. 펀치 한 번 뻗을 기회 잡는 게 너무도 어려웠다. 애당초 이란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런 경기를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란과 악연을 거론할 때 항상 거론되는 20년 전 아시안컵서 당한 ‘2-6 참사’ 때보다 더 기분 나쁜 패배였다. 그때 그 경기에서는 일진일퇴를 벌이다 갑자기 이란에 흐름이 넘어가면서 무더기 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후반 중반까지 한국에도 이길 기회가 있었던 경기였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90분 내내 두들겨 맞다가 끝났다. 상대 블로킹에 막힌 무리한 슈팅을 제외하면, 정상적 슈팅은 딱 하나였으니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맞붙은 승부지만, 이런 경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도 어째서 이런 무기력한 공격에 허덕였을까? 1차적으로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대단히 부정확하고 성의 없는 빌드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기성용을 구심점 삼아 볼을 지배하거나, 이란에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후방에서부터 정확하게 공격진으로 빌드업을 펼쳐 역습 기회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경기 초부터 내비쳤다. 하지만 이란이 워낙 강하게 압박하는 데다 수비 라인의 간격이 워낙 촘촘하다 보니, 이 패스가 아예 공격진에 배달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데는 바로 이런 빌드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그러나 볼이 어렵사리 주어져도, 공격 자원들이 자신들의 진가를 온전히 발휘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측면 혹은 페널티 아크 서클 중앙에서 볼을 잡으면 다시 중앙 미드필더나 풀백에게 볼을 돌리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상대 수비가 워낙 견고해서, 그런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에서 볼을 뒤로 물리는 판단을 하는 건 너무도 용기 없는 플레이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개인 기량을 발휘해 과감하게 도전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이런 시도를 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면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중거리 슈팅 기회를 엿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공격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저 볼을 뒤로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다 빼앗기고 역습을 당했다.

여기에 전술적 측면에서도 실패가 잇따랐다. 구자철 대신 김보경을 선발로 쓴 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보경에게 2선 공격진의 연결 고리이자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 아래 자리에서 공격 찬스를 노리는 소임을 부여했다. 김보경이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을 인정해 이란전 승부수로 기용한 듯하다. 하지만 최근 A대표팀과 멀어져 슈틸리케 감독의 공격 전술을 흡수할 여지가 없었던 김보경에게 이런 소임을 부여하는 건 무리였다. 김보경이 침묵하자 당연히 최전방과 양 측면에 자리한 선수들의 연결 고리가 사라졌고, 이는 가뜩이나 풀리지 않는 공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돼 버렸다.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전도 엉망이었다. 김신욱을 투입한 이유는 자명하다. 김신욱에게 직접적으로 헤딩 슈팅으로 골을 노리라는 소임도 주어졌겠지만, 김신욱의 머리에서 공급되는 세컨드 볼을 장악해 찬스를 만들고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다. 일리 있는 작전이었지만, 그라운드에서 실현이 안 됐다. 공격 자원을 상대 수비수가 가득한 중앙에 몰아넣고 세컨드 볼을 따내라는 것 자체가 영리하지 못했다.

이란이 잘하기도 했으나, 슈틸리케호 공격 역시 혹평을 피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었다.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고 아자디 악몽을 날릴 수 있는데, 그 골을 만들어 낼 역량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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