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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난 엄청난 착각 속에 살았다"
출처:뉴스1|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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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성적 면에서, 2편에서 밝힌 것처럼 팬들과의 어우러짐이라는 측면에서 공히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전북현대와 최강희 감독이지만 한편으로는 최악의 한해가 되고도 있다.

지난 2013년 전북의 스카우트였던 A씨가 심판 2명에게 ‘뒷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된 것이 지난 6월이다. 그리고 9월28일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강희 감독과의 인터뷰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였다.



최 감독은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변명을 궁리한다거나 축구계 전체를 뒤엎는 폭탄발언이 튀어나올까봐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조심스러움은 다른 방향이었다. 지금 찬란한 역사를 쓰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그 역사를 응원하는 팬들의 열정까지 함께 물거품 될까 그것이 조심스러웠다.



"심판들과 마주 앉아 물어보고 싶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어느 날 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내 계좌도 전부 뒤졌다고 하더라."

입에 담고 싶지 않고 듣기도 싫을 ‘에이전트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어렵사리 꺼내자 나온 답변이다. 검찰이 관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 감독까지 조사했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검찰 발표나 언론 보도를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문제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최 감독은 "(심판 매수나 뒷돈 거래 등)그런 짓을 하면 내가 이 자리에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요즘 같은 세상에 있을 수도 없다. 잘못된 짓을 하면 다 드러난다"면서 "그래도 (부정한 일을 하지 않는데도)색안경을 끼고 본다. 감독은 언제 어느 때고 무성한 뒷말을 듣게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 선수를 받으면 저 에이전트 쪽에서 말이 나오고, 저 선수를 영입하면 이 에이전트가 소문을 만들어낸다. 그런 일들 비일비재해서 이젠 크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서도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심판들과 마주 앉아서 물어보고 싶다. 내가 정말 심판한테 돈을 주고 우리를 이기게 해 달라 부탁한 적이 있는지..."라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최 감독은 "전북현대가 많이 성장한 것은 맞나보다. 10년 전만해도 우리에게는 관심도 잘 주지 않았다. 우리 또한 모르는 게 많았다. 심판실에 ‘김밥천국‘ 2천원짜리 올려놓고 아이스박스에 얼음도 없이 생수병을 담아놨던 팀이다. 다른 것보다 그런 것부터 좀 신경 쓰라는 핀잔까지 받던 팀"이라면서 "그런데 언젠가부터 적이 너무 많아졌다. 시기와 질투를 넘어...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쓰린 마음을 전했다.



그는 결론을 얻었고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줬다. 앞서 스카우트 문제가 불거진 것이 올 6월이라고 밝혔다. 그 무렵 최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클럽으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최 감독은 "작년에 우승한 뒤 구단으로부터 5년 장기계약을 제안 받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계약했다. 그 5년을 마무리하면서 내 지도자 생활을 정리하는 게 꿈이다. 그 다음의 전북을 박충균(코치)이든 김상식(코치)이든 이동국이든 넘겨주는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다"면서 "근데 그 무렵 중국 클럽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2번이나 찾아왔고 실제로 만났다"는 고백을 전했다.

해당 클럽은 국내 팬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이름이다. 최 감독은 "부회장도 오고 구단주도 왔다. 그 무렵에 하필 이 사건(스카우트)이 같이 터졌다. 그러자 그쪽에서 ‘이제 당신이 전북에서 얻을 게 뭐냐. 중국으로 가서 별(우승) 하나 달자. 7월1일에 무조건 벤치에 앉아 달라‘고 제안하더라. 솔직히 지난해에도 전북을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번 제안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때 중국으로 떠났다면 난 엄청난 도망자가 됐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돈은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잃는 게 많았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눈에 밟혔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다 날아가는 게 보였다. 별을 가슴에 하나씩 새기면서 우리 전북 팬들이 가졌을 자부심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생각하니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2013년의 그 행위가 큰 잘못이라 다 인정한다고 해도, 2014년과 2015년과 2016년을 애절하게 뛰고 있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남았다.

그 결정과 함께 최 감독은 계속 지휘봉을 잡았고 뒤숭숭할 선수단의 중심까지 꽉 부여잡고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ACL도 결승이 코앞이다. 팬들도 함께 가고 있다. 여기저기 원색적인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전주성을 지키고 있다. ‘잘못했으니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채찍질을 보내고 있는 셈인데, 최강희 감독은 "그래서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다.

하지만 그 굳은 심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관련 여부와 별개로 내상이 컸다. 맹목적으로 날아드는 ‘책임‘이라는 비수도 아프다. 최강희 감독은 "결론을 얻었고, 결론을 내렸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전했다. 그 배경도 알만한 수준으로 설명했다.

최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전북이라는 팀으로 불러 모아 수준 높은 축구를 펼치고 그것을 토대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 한국 축구의 발전이자 K리그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일했다. 그런데 엄청난 착각이었다"고 쓴 웃음을 지은 뒤 "이제는 선수들한테 해줄 말이 없다. 이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과 똑같은 환경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잘 쓰는 단어를 넣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애절하게 축구를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 더디더라도 현실이 나아져 그 심지가 좀 더 오래 서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능한 일이고, 그 힘을 주는 것 역시 주변의 몫이다. 자신은 착각이라 했으나 그렇지 않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현대 그리고 전북의 팬들이 한국 축구와 K리그 발전에 기여한 바는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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