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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팡질팡’ 심판이 만든 추가 시간 ‘12분’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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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된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016 33라운드. 홈팀 대구 FC와 원정 팀 안산 무궁화 FC가 격돌한 이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안산이 도망가면 대구가 쫓아가는 식이었다. 스코어만 보면 도합 네 골이나 터친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맞다. 경기 내용은 정말 치열했다. 그런데 치열한 경기 내용을 차갑게 식힌 이가 있었다. 심판이다.
이 경기 중 후반 23분 나온 상황부터 짚는다. 대구는 1-2로 뒤지던 후반 중반 안산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던 후반 23분 역습에 의한 득점 기회를 잡았다. 대구 외인 플레이어 파울로가 왼쪽 측면에서 안산 수비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후 쇄도하던 에델을 향해 전진 패스를 넣어줬다. 에델은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온 골키퍼 손정현을 제치려 드리블을 시도했고, 이때 에델이 넘어졌다.
상황을 확대하면 이렇다. 안산 골키퍼 손정현은 에델과 1대1 상황을 막이 위해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왔다. 이때 에델이 돌파를 시도했는데, 안산 수비수 김준엽이 순식간에 따라 붙으며 셋이 한데 겹쳤다. 그리고 그 순간 에델이 넘어졌다. 에델이 넘어지는 장면을 자세히 살피면 페널티 박스 밖에서 손정현의 팔에 부닥쳤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김준엽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 장면이 일어난 후 주심은 휘슬을 불어 파울을 지시했다. 파울이 일어난 지점으로 페널티 박스 밖을 찍은 뒤 프리킥을 선언했다. 그런데 잠시 후 주심이 선심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판정이 바뀌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일어난 파울이라고 정정했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는 레드카드를 꺼내 손정현 골키퍼에게 즉시 퇴장을 명령했다. 첫 번째 판정과 180도 다른 판정이 나온 순간이다.
이후 경기는 엉망이 됐다. 안산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피치 밖으로 나가야 할 손정현은 자기 진영 골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 주심의 판정이 번복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이 정리되는 데 무려 10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안산 선수들의 항의만 정리했더라면 10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주심이 상황을 분명하게 정리했다면 길어야 3~4분 안에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갈팡질팡했다. 골키퍼 퇴장은 특수한 상황이다. 규정상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명의 골키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드 플레이어는 없어도 되지만, 골키퍼는 꼭 있어야 한다. 만약 골키퍼가 퇴장 당했다면, 골키퍼를 바꿔야 경기가 속개된다. 선수 교체 카드를 다 써 바꿀 수 없다면, 필드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골키퍼 장갑을 껴야 한다.
그런데 손정현이 피치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시간이 질질 끌렸다. 더해 이흥실 안산 감독은 골키퍼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판정에 불만이 있다는 일종의 시위였다. 이 감독 처지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했다. 파울로의 패스 때 에델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할 만했고, 손정현의 파울이라면 페널티 박스 밖 프리킥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손정현에겐 퇴장을 줬다.
주심은 안산이 골키퍼를 교체하지 않아 경기를 속개할 수 없는 상황을 타인처럼 방관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계속 항의하던 페널티 박스 안과 이 감독이 서 있던 안산 벤치를 분주히 오가긴 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덕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무려 10분이란 긴 시간이 주심의 방치 속에서 사라졌다. 이 경기에서 후반 45분이 끝난 후 추가 시간이 무려 12분이나 주어진 이유다.
10분 동안 경기가 속개되지 않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관중들이다. 이날 대구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양 팀의 격렬한 공방전을 보다가, 갑자기 멈춰버린 10분 때문에 마냥 기다려야 했다. 양 팀 선수들도 피해자다. 주심의 원활하지 못한 진행으로 뜨겁던 열기가 차갑게 식었으며, 때문에 이후 재개된 경기에서는 앞선 치열함을 재현하지 못한 채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오심을 탓하는 게 아니다. 오심은 일어날 수 있다. 허나 오심을 범하더라도 이후 경기에서는 자신이 내린 판정에 소신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오심이 곪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는 주심이 자신이 내린 판정 이후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오심이 곪아 터지고 말았다. 충분히 정상적 상황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그러지 못한 주심의 경기 운영이 정말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