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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돌아온 장결희, 벨레린을 꿈꾼다
- 출처:골닷컴|20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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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기회 잡아가는 바르셀로나 기대주 장결희, 공격수 출신 풀백 성공사례 따를까?
백승호(19)는 프로팀인 바르셀로나 2군 바르사B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이승우(18)는 19세 이하 팀 바르사 후베닐A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여기에 묵묵히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한국인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이는 바로 3년 만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다시 입은 장결희(18). 알려진 대로 그는 백승호, 이승우를 포함해 총 22명의 바르셀로나 소속 유망주가 지난 2013년 구단이 수년에 걸쳐 미성년 외국인 선수 영입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은 징계의 가장 큰 피해자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의 징계가 풀린 1월 나이가 만 18세를 넘긴 만큼 바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일이 4월인 장결희는 징계 기간 직후 복귀하지 못했고, 백승호와 이승후보다 9개월이나 늦은 이달 초 공식 복귀전을 치렀다.
더욱이 장결희는 작년 9월부터는 FIFA가 바르셀로나 측에 추가 징계를 내리며 소속팀 훈련에서도 제외됐다. 이 전까지 그는 공식 경기에만 출전만 금지됐을 뿐 팀 훈련을 소화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기량 향상을 꾀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추가 징계 후 장결희는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해야만 했다. 장결희의 동갑내기 팀동료 이승우는 징계 기간에도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해 17세 이하 월드컵 등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승우와 함께 팀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된 장결희는 대회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낙마했고, 상당 기간 몸상태 회복에 매진해야 했다.
즉, 장결희는 16세부터 18세가 되는 동안 상당 기간을 축구장 안에서의 경쟁이 아닌 혹독한 징계,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빼앗은 부상과 싸우는 데 할애해야 했다. 그러나 가혹한 시기를 이겨낸 장결희는 8월 시작된 바르사 후베닐A 프리시즌부터 바르셀로나 선수 신분을 되찾았다. 그는 3년 만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다시 입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유소년 대회인 오텐컵 경기에도 출전했다.
이어 장결희는 지난 10일 우니피카시온과의 디비시온 데 오노르 후베닐(스페인 19세 이하 리그) 2라운드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공식 복귀전을 치렀고, 18일 마나코르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카탈루냐 일간지 ‘스포르트‘의 유소년 축구 담당 기자 산 안토니오 이반은 "장결희는 가브리 가르시아(후베닐A 감독)의 중요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바르셀로나는 3년이라는 공백기를 감수하며 장결희를 기다렸다
FIFA가 2013년에 내린 징계에 해당된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선수는 총 22명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은 작년 9월 FIFA가 그들의 팀 훈련까지 금지하는 추가 징계를 내린 후 구단으로부터 방출되거나 스스로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났다. 징계 대상 선수들이 대거 방출되는 과정 속에 전달된 정보가 와전되며 한때 장결희도 방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바르셀로나는 FIFA와 더는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 장결희의 방출설을 부인하지 않았을 뿐, 추가 징계가 내려진 시점부터 그를 2016-17 시즌 일정에 맞춰 팀으로 다시 부르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
실제로 장결희는 훈련까지 금지된 추가 징계가 내려진 작년 하반기 당시 K리그 챌린치 구단이었던 수원FC의 배려로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가 국내로 파견한 트레이너와 훈련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바르셀로나는 12월 1군 팀이 일본에서 치른 클럽 월드컵 결승전 현장으로 이승우와 장결희를 초대해 경기를 관전하게 하며 장기간 징계 탓에 사기가 떨어졌을 어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유발했다. 이후 장결희는 올 초부터 바르셀로나 훈련으로 복귀한 여름까지 카탈루냐 지역 소규모 구단 코르네야에서 훈련을 받았다. 스페인 3부 리그에 속한 코르네야는 바르셀로나의 위성구단이다.
바르셀로나는 과거 구단의 유소년 팀에서 활약한 신예 공격수 케이타 발데 디아오를 프로 무대 승격을 앞두고 위성 구단 코르네야로 임대 이적시켜 경험을 쌓게 한 사례가 있다. 코르네야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른 케이타는 이후 바르셀로나를 떠나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 라치오의 준주전급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이렇듯 바르셀로나는 추가 징계 후 팀을 떠나 있어야 했던 장결희를 물심양면으로 꾸준히 관리해왔다. 이를 두고 ‘스포르트‘의 또 다른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담당 기자 조셉 캅데빌라는 지난 1월 ‘골닷컴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가 장결희의 거취에 관련해 명확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FIFA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는 위성구단으로 장결희를 보내 몸상태와 기량을 점검하고, 다음 시즌(2016-17)을 앞두고 그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9월이 지난 지금, 장결희는 훈련을 위해 합류한 코르네야를 거쳐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한 장결희, 왼쪽 측면 수비수로 보직 변경
장결희는 지난달 초 시작된 바르사 후베닐A의 프리시즌 훈련부터 차근차근 올 시즌을 준비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프리시즌 기간부터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징계 기간 전 바르셀로나, 그리고 그동안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장결희의 주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였다. 그는 돌파 능력이 탁월한 데다 좀처럼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공을 빼앗기지 않는 발재간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게다가 왼발잡이인 장결희는 오른쪽에서 ‘반댓발 윙어‘로 활약할 때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경기의 흐름에 관여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러나 프로무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바르사 후베닐A는 장결희가 징계 전 경험한 인판틸A(13세), 카데테B(15세) 무대와 경쟁의 밀도 자체가 다르다. 로베르트 페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기술위 총무는 이달 초 카탈루냐 지역 일간지 ‘문도 데포르티보‘를 통해 "앞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안에 현재 유소년 팀 출신 선수 중 두세 명이 1군 팀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바르사B와 바르사 후베닐A의 공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총 4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하나 같이 1군 승격을 노리는 이들이 캄프 누에 입성하기 위해 뚫어야 하는 경쟁률은 10분의 1도 안 된다는 뜻이다.
과거 공격수로 활약하며 후베닐A 무대를 압도한 보얀 크르키치(현 스토크 시티), 무니르 엘 하다디(현 발렌시아)도 결국 성인팀으로 승격된 후에는 과열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이적을 택한 사례가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가 펼쳐야 할 경쟁의 치열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한다. 게다가 현재 바르사 후베닐A의 공격진에는 이승우는 물론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은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 출신 아벨 루이스, 조르디 음불라 등이 있다. 장결희가 성인무대에 진출하려면 자신을 이들과 차별화할 만한 무기가 필요하다. 그가 왼쪽 측면 수비수로 변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바르사 후베닐A를 이끄는 가브리 감독은 장결희에게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즉, 측면 수비수로 변신한 장결희는 현재 프로 선수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만 성인 무대 진출이 가능한 19세 이하 팀 소속 선수 장결희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프로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가브리 감독의 생각이다. 장결희는 프리시즌에 열린 레드불 상파울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은 물론 올 시즌 개막 후 출전한 두 경기에서도 모두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다.
가브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결희는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한다. 왼쪽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 역할을 모두 맡기고 있다. 그는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고 발도 빠른 선수여서 수비수 위치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 역할을 맡는 게 장결희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장결희는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고, 팀을 위한 희생도 받아들인다. 그가 공격수 역할에 더 익숙하다는 걸 알지만, 공격수와 수비수로 모두 활용할 것이다. 장결희는 두 역할 다 잘할 수 있다"며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할 장결희를 향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 빠르고 공격적인 풀백 장결희, 헥토르 벨레린이 롤모델 될 수 있다
수비수로 변신한 장결희의 성장 과정은 프리미어 리그 최정상급 측면 수비수로 성장한 아스널의 헥토르 벨레린(21)의 과거와 닮은 점이 많다. 단 16세 때 아스널로 이적한 후 18세가 된 2013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벨레린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 또한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활약한 상당 기간 장결희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벨레린은 바르사 카데테(15세 이하 팀) 시절 유소년 대회 ‘나이키 프리미어 컵‘에서 동료 수비수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해 불가피하게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맹활약했고, 바르사 카데테는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를 관전한 아스널 스카우트는 벨레린 영입을 구단에 적극 추천했다. 결국, 아스널은 당시 붙박이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바카리 사냐의 장기 대체자로 벨레린을 영입했다. 그 결과 벨레린은 오늘날 아스널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 됐다. 최근에는 바르셀로나가 벨레린을 재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서 장결희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성인 무대에서 성공한 벨레린으로부터 얻을 만한 가장 큰 교훈은 그의 축구 실력이 아닌 끈기와 희생정신이다. 벨레린은 지난 4월 영국 축구 전문지 ‘포포투‘를 통해 화려한 공격수 자리를 포기하고 대중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수비수가 돼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바르셀로나 유스 코치였던 빅토르 산체스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그에게 책을 추천받는 등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야 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도전 앞에서 무기력해지지 않고, 나 자신을 희생하게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는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벨레린은 아스널로 이적한 후에도 주전 자리가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착실히 영어 공부를 하며 자기 개발에 힘 썼고,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팀에 합류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와 수비수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의 통역 역할까지 자처하며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는 희생정신을 보여줬다.
# 장결희에게 주어진 기간은 1년, 그 안에 성인 선수 될 만한 실력 입증해야
무려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이제 막 바르사 후베닐A에서 도전을 다시 시작한 장결희는 현재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를 둔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동료 마르크 쿠쿠렐라(이하 쿠쿠)에게 한 발 밀려 있다. 쿠쿠는 장결희 못지않은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바르셀로나 주장으로 유럽을 호령한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을 연상시키는 ‘파이터 기질‘이 돋보이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쿠는 바르셀로나는 물론 스페인 전체를 통틀어서도 동나이대 선수 중 정상급 측면 수비수다. 그가 스페인 19세 이하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 중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거기다 당장 장결희의 1년 후 목표인 바르사B에는 세르지 팔렌시아(20)가 양 측면 수비수 자리를 가리지 않고 소화하고 있다. 이미 1군 훈련도 수차례 오고 간 팔렌시아는 바르사B의 주장으로 활약 중이다. 팔렌시아는 1년 안에 바르셀로나 1군으로 승격하거나 타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는 바르사B에 남아 있는 한 장결희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일단 장결희는 바르사 후베닐A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앞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그는 바르사 후베닐A가 최근 수년간 라이벌 에스파뇰과 레알 마드리드에게 빼앗긴 스페인 내 유소년 축구 패권을 되찾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 바르사 후베닐A는 올 시즌 초반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결희는 팀이 치른 세 경기 중 결장, 교체 출전, 선발 출전을 한 차례씩 기록했다. 현재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역할은 쿠쿠에게 주어진 상태지만, 팀이 자국 리그와 UEFA 유스 리그(19세 이하 챔피언스 리그)를 소화하게 될 만큼 장결희에게도 기회는 주어질 전망이다.
장결희에게는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마나코르와의 디비시온 데 오노르 후베닐 4라운드 경기(25일 밤 10시)부터가 기회다. 쿠쿠는 최근 스페인 19세 이하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바르사 후베닐A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나코르전 바르사 후베닐A의 주전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장결희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