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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그리니 CSL 데뷔전, 주인공은 박태하 연변
출처:풋볼리스트|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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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화샤는 전세기 타고 오느라 훈련일정을 뒤로 미뤘다"

16일,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연길체육장에서는 연변푸더 훈련만 열렸다. 상대팀 허베이는 오전에 친황다오에서 훈련을 한 뒤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허베이는 오후 7시경 기자회견만 열었다. 허베이 연고지인 친황다오에서 연길로 오는 비행기 직항편은 없다. 베이징에서 환승해야 한다. 허베이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오전 훈련 후 전세기를 선택했다. ‘2016 중국 슈퍼리그(CSL)‘ 25라운드 연변전은 마누엘 펠레그리니 중국 데뷔전이다. 구단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28인승 전세기를 준비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재력이다(웃음)."

박태하 감독은 웃었다. 펠레그리니가 이끄는 허베이는 지난 ‘2015 중국 갑급리그‘에서 연변에 이어 2위로 승격한 팀이다. 같은 승격팀이지만 허베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지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에세키엘 라베시, 제르비뉴, 가엘 카쿠타, 스테판 음비아 등을 영입하며 1200억 원 가까이 썼고, 시즌 중반에는 리티에 감독을 경질하고 맨체스터시티 지휘봉을 내려 놓은 펠레그리니를 데려왔다. 허베이가 바라는 것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다. 경기 전까지 허베이는 3위 상하이선화에 승점 7점이 뒤진 5위였다.

 

 

연변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주전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부상으로 빠졌고, 측면 수비수 강홍권과 센터백 니콜라 페트코비치가 경고누적과 징계로 뛸 수 없었다. 박 감독은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연변은 이날 경기에서 승점을 꼭 따야 했다.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9점이었지만 2연패 중이었다. 박성웅 단장은 "우리도 허베이 경기에서 지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한데 주력 선수들이 빠져 아쉽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팬 분위기도 비슷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최국철 씨는 "상대가 허베이라도 (잔류를 위해)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전반 3분만에 실점, 극적인 3-2 역전승

시작 전부터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파란 운동화를 신은 펠레그리니 감독은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이였다. 그 반대편에는 박 감독이 섰다. 초반 분위기는 허베이가 가져갔다. 카쿠타 패스를 받은 알로이시오가 전반 3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새 감독을 맞은 허베이 선수들은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알로이시오, 카쿠타 그리고 음비아는 날카로웠다. 연변은 허베이에 몇 차례 기회를 내줬다. 그때마다 골키퍼 지문일이 실점을 막았다. 연변은 전반 후반부에 조금씩 살아났다. 전반 45분 김파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것을 김승대가 성공시켰다. 추가시간에는 스티브가 발리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많은 연변팬이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후반에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연변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연변이 공을 점유하고, 허베이가 알로이시오와 음비아 그리고 카쿠타를 이용해 역습하는 양상이었다. 후반 17분, 연변은 페널티킥을 내줬다. 리호걸이 공격수를 밀어 넘어뜨렸다. 알로이시오가 골을 넣었다. 연변은 쫓기기 시작했다. 허베이는 발이 무뎌졌지만 외국인 선수들 기량은 이를 넘어섰다. 연변은 짧은 패스로 기회를 봤다.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이 나왔다. 주장 최민이 헤딩으로 골을 넣었다. 선수들이 모두 얼싸안았고, 관중들은 두팔을 들어올렸다. 코치진도 환호했다. 올 시즌 간접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두 번째 골은 극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허베이는 무너졌다. 체력이 떨어진 허베이 선수들은 무리한 파울로 연변 공격을 막았다. 교체로 하태균, 최인, 마이티 공격수 3명을 투입한 연변은 몇 차례 기회를 잡았다. 김승대와 하태균이 좋은 슈팅 기회를 잡기도 했다. 후반 43분, 헤버이 중앙수비수 에르산 귈림이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 당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귈림은 라커룸으로 들어가다 분을 못 이기고 문을 발로 차다 넘어지기도 했다. 결국 연변은 후반 추가시간 3분을 잘 버티고 승점 3점을 얻었다. 전세기 타고 CSL 데뷔전을 치른 펠레그리니 감독은 첫 패배를 안았다.

#시즌 첫 ‘역전승‘ 가까워진 ‘잔류‘

이날 승리는 의미가 크다. 연변은 올 시즌 골을 먼저 내주고 승리하지 못했다. 선수층도 두텁지 않고 경험도 많지 않은 탓이다. 박 감독은 "될 듯 될 듯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변은 허베이를 역전승으로 잡으면서 승점 3점 이상을 얻었다. 박 감독은 "첫 역전승이다. 역전승이 없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아직 힘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선수들이 경험이 없어 먼저 실점하면 어려워한다. 이번에는 선수들이 끝까지 버텼다. 선수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정은 많은 걸 말한다. 샤워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는 연변 선수들은 밝았다. 이날 골을 터뜨린 김승대 정도만 그나마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몇 번이나 물리쳤던 김승대는 "골을 넣긴 했지만 아쉬운 게 많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에서 골을 더 넣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골을 넣어서 믿음을 줬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라며 "아직 잔류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더 열심히 해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골문을 단단히 지킨 지문일은 "우리는 개인플레이를 하는 팀이 아니다. 모두 함께 뛰는 팀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늘 승리는 기쁘지만 더 잘해야 한다. 6~7위 정도는 해야 만족스러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성웅 단장이 가장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이길 수 없는 경기를 이겼다"며 감격했다.

"일단 고비는 넘었다." 연변은 잔류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연변은 승점 32점(9승 5무 10패)으로 7위로 올라섰다. 15위 창춘야타이와 승점 9점, 16위 스좌장융창과는 승점 12점 차이다. 종료까지 6경기 남았다. 박 감독은 "34점은 돼야 안심할 수 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문호일 코치는 "90% 정도는 잔류를 확정 지은 것 아니냐"며 좀 더 자신감을 드러냈다.

팬 분위기는 문 코치 쪽과 더 가까웠다. 경기를 마친 후 찾은 한 음식점에서는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며 다시 한 번 기쁨을 만끽했다. 모동필 씨는 "오늘 참 위대한 승리였다. 이렇게 감격스러웠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허베이처럼 1천억 원 이상 선수 영입에 사용한 팀을 이겼다는 데 감격한 팬이 많았다. "우리가 다른 건 져도 축구는 지지 않는다"는 민족적인 자부심을 내세운 이들도 많았다. 토요일 연변은 밤 늦도록 뜨거웠다.

 

 

연변은 오는 21일 베이징궈안 원정 경기까지 잡으면 사실상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다. 연변은 올 시즌 첫 승을 베이징을 상대로 거뒀었다. 박 감독은 잔류를 넘어 팬들 마음까지 바라보고 있다. 박 감독은 "베이징은 중국 수도다. 수도 팀을 상대로 승리하면 팬들이 더 기뻐하지 않겠나. 연변은 축구가 생활 일부다.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제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우승과 승격을 맛봤던 연변은 또 한 번 감격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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