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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여전히 숙취와 싸우고 있는 최진철호
출처:인터풋볼|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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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비교 안 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선수들도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포항 스틸러스 최진철 감독은 과거, 불과 1년 전 포항과 현재 포항의 비교를 거부했다. 물론 무작정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우리 상황에 맞게 개선해가길 바랐다.

포항은 현재 9위다. 어울리지 않는 위치다. 늘 잘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명성이 있지.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갔다.

# 전북을 상대로 보여준 모습이 진짜 포항이다

최진철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즌 전부터 출혈은 많은데 양동현, 조수철 외에 뚜렷한 보강이 없었다. 남은 선수들과 신예들을 고루 섞어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력의 핵이던 손준호가 장기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추구하려 했던 기존 패스축구에 볼 스피드를 가미한, 빠른 역습축구는 시도조차 하기 버거웠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외국인 선수까지 데려왔다. 공수에 걸쳐 취약하다고 판단한 자리에 룰리냐, 무랄랴, 알리를 수혈했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들쑥날쑥, 팬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이에 최진철 감독은 팬들 앞에 나서서 현 상황과 앞날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후 일단락됐다. 이후 포항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할 수 없지만,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1강인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늘 만나면 박 터졌고, 결정적 순간 전북의 발목을 잡았던 포항이다. 지난달 전북 원정에서 0-3 완패로 판세가 기우는 듯했으나 이날 전력을 발휘했고, 값진 승점 1점을 얻었다. 오히려 승점 3점을 못 딴 게 이상할 정도였다.

최진철 감독(전북 레전드)은 본인이 아닌, 부임하기 전 포항과 전북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수준 높은 경기력과 리그를 포함해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만나면 늘 명승부를 펼쳤던. 더불어 FC서울,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도 포항과 함께 전북을 견제하는 세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대항마가 없다.

- 8월 14일 전북과 경기 전 최진철 감독

"모든 팀이 반성해야 한다. 전북을 물고 늘어지면서 자꾸 괴롭혀야 하는데 그게 안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그 대항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하고 전략을 잘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은 내가 말 안 해도 경기 의미를 잘 알고 있다."

- 8월 14일 전북과 경기 후 최진철 감독

"전북을 잡고 싶었지만, 2%가 부족했다. 예상대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좋았다. 빌드업, 패스, 움직임 모든 게 훌륭했다. 역시나 문제는 결정력이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발전시키겠다. 전북과 앞으로 더 화끈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까지 가져왔다면 완벽했을, 그래도 의심 혹은 불신을 갖고 있던 팬들에게 본인과 포항의 저력을 어필한 최진철 감독이다. 속도가 가미된 빠른 역습,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은 침투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은 전북을 움츠리고 만들었다.

# 외국인 선수도 녹아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연을 맺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와도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격수인 룰리냐는 볼을 받을 때 움직임, 미드필더인 무랄랴는 다 좋은데 수비적인 면에 있어 문제를 지적했다. 측면 수비수인 알리는 부족한 스피드를 메우기 위한 위치 선정과 판단에 대한 개선을 원했다. "세 선수 모두 팀 스타일에 녹아들고 있다.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라자르 역시 팀에 남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꼬인 매듭 풀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앞서 언급된 결정력, 외국인 선수 활용 등과 더불어 과거에 얽매인, 누구나 그렇듯 ‘예전에 우리는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안 했었는데…‘라는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그런 상황이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최진철 감독과 고참들이 꼬인 매듭을 풀었다. 새 수장은 부임 후 본인 스타일에 맞게 훈련을 시키고 선수단을 꾸린다. 반면, 고참들은 기존 해오던 방식을 고수한다. 조속히 해결되고 합이 맞으면 시너지를 내게 된다. 이때 신예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

최진철 감독은 "고참들이 열심히 해준다. 내게 큰 힘이다. 사실, 초반에 선수들 전체가 집중력에서 문제를 보였다. 그러니 지난 시즌과 비교하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비교되는 게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선수들도 이겨내야 한다. 많이 느꼈다. 한 번에 많은 걸 바꾸려 하면 안 된다는 걸. 확실한 건 노력 중"이라는 것임을 밝혔다.

아직 몽롱하다. 마치 술에서 덜 깬, 여전히 숙취와 싸우고 있는 포항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게 된 최진철 감독이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포항은 몇 년간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구단과 K리그 역사의 획을 그었다. 분명 위대한 업적이고 찬사받아야 마땅하다. 이 바통을 이어받았으니 부담될 수밖에 없다. 과거는 과거다. 더 이상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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