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또 다시 KBO리그에 승부조작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난 연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그리고 이들의 씁쓸한 말로에도 불구하고 다시 NC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검은 유혹을 선수들이 뿌리치지 못할까. 검은 손길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흔히 승부조작 브로커로 불리는 이들은 학연과 지연을 이용해 접근한다. 해당 선수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경우도 있고 선수의 지인을 통해 소개 받는 경우도 많다.

브로커들은 처음에는 접근한 선수에게 호의를 베푼다. 일종의 ‘스폰서’가 돼 각종 향응과 편의를 제공한다. 여기에 길들여진 선수는 브로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처음에는 인간적인 관계에서 거절이 어렵지만 브로커들 뒤에 폭력조직이 연관된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초구 볼이나 첫 타자 볼넷처럼 티가 나지 않고 어렵지 않은 제안이 들어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하한번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보상이라는 이유로 돈이 들어오게 된다. 돈이 오가는 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조작인 탓에 잘 걸리지도 않는데다 목돈이 쉽게 주머니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죄의식이 사라지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코가 꿰게 된 뒤에는 브로커들이 더 큰 요구를 하게 되고 더 이상 빠져 나갈 구멍이 없어지면서 선수도 점점 더 많은 조작에 가담하거나 다른 선수들을 섭외해 주는 일까지 하게 된다. 또한 무리한 조작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협박에 시달리거나 폭행까지도 당한다. 이태양의 경우도 홈경기 뒤 몇몇 사람들에게 끌려가듯 차에 실려 사라졌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끊임 없이 승부조작의 유혹이 나오는 이유는 불법 베팅 시장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경기 방식이나 베팅 방식의 제한이 많아 큰 돈을 따기도 힘들고 흥미가 떨어진다. 그 빈틈을 노려 불법 인터넷 스포츠 베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이 연간 3~4조원 규모라면 불법 베팅 시장은 최소 이 금액의 2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돈이 몰리는 속에서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브로커가 동원돼 선수를 포섭해 승부조작을 시도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 진다. 이런 상황에서 검은 유혹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