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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서울, 1·2위답게 ‘명품’ 승부 펼쳤다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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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단히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졌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상대 의표를 찌르는 전술을 준비했고, 황선홍 FC 서울 감독은 찔린 의표를 전반 중반 이후 파악해 만회했다. 공격수들은 대단히 높은 슈팅 정확도를 보였고, 수비수들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커버 플레이의 정석을 보였다. 양 팀 ‘최후의 보루’ 권순태 전북 골키퍼와 유상훈 서울 골키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서 1위와 2위를 달리는 팀 간 대결다웠다. 이런 축구라면 엄청난 더위에 두 시간 넘게 시달려도 전혀 문제없다.
뜨거운 한여름 밤이 축구로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1라운드에서, 1위 전북이 2위 서울을 3-2로 꺾었다. 전북은 전반 4분 김보경의 선제골과 두 골을 터트린 로페즈(후반 14분·후반 39분)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 8분과 후반 추가 시간(45+4분) 오스마르가 각각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서울을 물리치고 1위 자리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로써 전북은 시즌 승점 45점(12승 9무)이 되며 2위 그룹과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북과 서울이 격돌한 이번 경기는 정말 수준 높았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부터 양 팀 골키퍼까지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승자는 마무리 슈팅이 좀 더 정확했던 전북이었지만, 패자 서울 선수들에게도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우선 양 팀 감독의 지략 대결부터 뜨거웠다. 최 감독은 서울전이 시작되기 1시간 전 전술을 바꾸는 기민함을 보였다. 당초 전북은 수비혈 미드필더 이호를 중앙 수비수로 배치하는 스리 백을 준비했으나, 서울이 박주영-데얀-조찬호로 이어지는 스리 톱을 선택하자 포메이션을 바꿨다.
최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을 불러 모아 스리 백 대신 포 백을 선택한다고 알렸다. 포 백도 연습하긴 했지만, 스리 백에 집중하고 있던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최 감독이 포 백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의 좌우 측면 공격을 펼칠 박주영과 조찬호를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최 감독은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과 박원재에게 각각 박주영과 조찬호를 대인 방어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전북 포 백은 최철순과 박원재가 대인 방어를 하는 바람에 투 백밖에 안 남았다. 그러나 측면 공격이 봉쇄당한 서울 공격은 날카로울 수 없었다.
전북에 허를 찔린 황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황 감독은 전반 중반 이후 박주영과 조찬호가 상대 측면 수비수들의 밀착 방어에 막히자 박주영을 스리 톱의 일원에서 배제했다. 황 감독은 박주영이 전반 30분 이후 공격수라기보단 플레이 메이커에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최철순을 멀찍이 떨어트려 박주영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기 위한 조취였다. 황 감독의 이 선택은 적중했다. 특히 전반 42분 박주영이 빠진 공간을 김치우가 쇄도하며 절호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비록 전북 권순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으나, 황 감독의 대응이 빚은 결실이었다.
벤치에서 양 팀 사령탑이 뜨거운 두뇌 싸움을 펼치는 동안, 피치 위에서는 더 치열한 격돌이 펼쳐졌다. 양 팀 선수들은 이 경기가 올 시즌 리그 우승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대단히 집중력 높은 경기력을 보여 줬다. 공격수들은 슈팅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했고, 미드필더들은 한 발이라도 더 뛰어 볼을 연결하고 또 차단하고자 했다. 수비수들과 골키퍼들의 집중력도 나무랄 데 없었다. 덕분에 경기는 전반 초반부터 후반 종료까지 피치 위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밀도 높게 진행됐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양 팀 공격수들이 쏜 슈팅의 높은 정확성이었다. 전반 30분까지 전북은 슈팅 네 개를 기록했고, 서울은 두 개의 슈팅을 때렸다. 양 팀 합계 여섯 개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이 무려 다섯 개였다. 유효 슈팅으로 처리되지 않았던 한 개는 서울 다카하기가 때린 중거리 슈팅이었는데, 골대를 살짝 벗어났지만 권순태 전북 골키퍼의 몸을 날리게 할 만큼 정교했다. 어지간한 유효 슈팅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이후에도 양 팀 선수들은 팬들이 탄성과 환호를 두루 터뜨릴 만큼 멋진 슈팅을 잇달아 선보였다.
경기가 이처럼 밀도 높고 수준 높게 진행되자, 행복한 건 엄청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이었다. 이날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만 8,814명이란 많은 관중이 들어 차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인 두 팀의 경기를 즐겁게 관람했다. 팬들은 양 팀 선수들 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바라봤고, 그 덕에 승부가 펼쳐진 90분 동안은 찌는 듯했던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비록 승자와 패자가 생겨 희비는 엇갈렸지만, 양 팀이 보인 수준 높은 대결 덕에 팬들까지 행복한 그런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