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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여, 메시를 위해 울지 말아요
- 출처:아이즈|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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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월드프레스포토가 선정한 스포츠 부문 올해의 사진주인공은 바로 리오넬 메시였다. 안타깝게도 이 사진은 메시의 그 어떤 찬란한 순간도 아니다. 2014년 월드컵 준우승팀의 주장으로, 월드컵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코파 아메리카와 올해 100주년 기념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리오넬 메시는 우승컵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두 결승전 모두 연장 후, 승부차기 패배였다. 3년의 여름, 3번의 준우승. 피치 위에서 눈물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던 메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기며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네 번의 결승전이 있었지만, 날 위한 경기는 없었다.”
이 비극적인 드라마의 시작은 분명 동화였다. 성장호르몬 장애를 가진 열세 살짜리 아르헨티나 소년의 잠재력을 알아본 FC 바르셀로나라는 구단이 전폭적인 치료와 지원을 통해 소년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키워낸 이야기. 하지만 소년의 조국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잔혹 동화였을지도 모른다. 수많았던 제2의 마라도나들 중 최고의 재능을 조국에서 키워내지 못했다는 자책인지 바르셀로나행을 택한 것에 대한 원망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에게 늘 놀랄 만큼 가혹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메시는 마라도나는 물론이고, 이후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인 바티스투타만큼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아르헨티나 국민을 위해 우승하고 싶었다”며 울던 바티스투타의 애국심만이 진짜였고, 스페인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 아르헨티나를 택한 메시의 애국심은 시험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매번 메시가 오르는 시험대였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의 마라도나가 그러했듯이, 메시가 혼자의 힘으로 아르헨티나 축구를 구원하는 신이 되기를 요구했다. 전 세계는 메시가 펠레, 마라도나가 국가대표팀에서 이룬 성취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지켜봤다. 당연히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패배는 메시의 실패가 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매년 여름 국가대표팀으로 돌아가 겪는 고난은 세계의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비극의 드라마로 소비됐다. 메시가 받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시는 국가대표팀 경기를 뛸 때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도 계속 뛰었다. 이건 메시가 월드컵,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이라도 들어 올려야만 끝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역대 최고의 선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뛰지 않았다. 메시는 신이 되기를 요구하는 국민의 야유 섞인 응원과, 중요한 때마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마라도나, 부패한 축구협회와 무능한 감독, 그리고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기이하리만치 무력해지는 동료들을 모두 짊어지고 오직 우승만을 위해 뛰었다. 리오넬 메시가 어깨 위에 짊어진 것은 그래서 진짜 아르헨티나였다. 메시는 작년 코파 아메리카 MVP였지만 아르헨티나의 우승 없는 개인 트로피는 의미 없다며 수상을 거절했다. 메시의 성공 혹은 실패가 아닌 순수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꿈꾼 것이 오직 리오넬 메시뿐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어떤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증명하는 건 메시가 펠레, 마라도나보다 못한 선수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룰 모든 조건을 갖춘 상황에서도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네 번의 준우승이면 이제 포기할 때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승부차기 실축이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스물아홉. 아직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메시가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아르헨티나만이 이제야 울며 그를 다시 부르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부터 어린아이들까지.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최근 포기하지 않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는 영웅이 되려고 한 적이 없다. 메시는 자신이 그 주역이 되지 못하더라도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랐을 것이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오넬 메시의 발에 지난 10년간의 주말을 바쳐온 팬으로서, 2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 맞춰 돌아와 기적처럼 월드컵을 들어 올릴 리오넬 메시를 꿈꾸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메시가 피치 위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선수로 돌아오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르헨티나를 향한 짝사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축구를 지켜봐 왔다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리오넬 메시는, 최선을 다했다. 메시에게는 오래도록 짊어지고 온, 하지만 결국 가벼워지지 않은 아르헨티나를 내려놓을 자격이 있다. 그러니 아르헨티나여, 메시를 위해 울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