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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김동준이 '맏형' 전상욱에게 보내는 편지
- 출처:마이데일리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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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5분, ‘막내’ 김동준(22)은 ‘맏형’ 전상욱(37)과 교체되며 만감이 교차했다. 형을 위해 승리를 지켰다는 뿌듯함과 형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하지만 김동준은 믿고 있었다. 전상욱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올 그날을 말이다.
성남은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16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서 2-0 완승을 거뒀다. 앞서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 부진에 빠졌던 성남(승점11)은 광주를 잡고 3위를 유지하며 서울(승점16), 전북(승점12)과의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
김동준에겐 오랜만의 무실점 완승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맏형 전상욱을 위해 승리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상욱은 건강상의 문제로 당분간 그라운드를 떠날 예정이다. 성남 구단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병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준에게 전상욱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믿고 의지했던 형이었다. 김동준은 “15살 차이라서 거의 삼촌뻘 형이지만 전지훈련 때부터 계속 같은 방을 쓰면서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아무래도 아무추어에서 프로로 막 올라왔기 때문에 모든 게 달랐다. 그런데 형이 공의 속도나 운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전)상욱형은 경기에 못 뛰었지만 팀과 나를 위해서 많은 걸 희생하셨다. 비록 당분간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형의 조언은 항상 내 가슴에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전상욱을 교체 명단에 올렸다. 그리고 후반 45분 전광판 시계가 멈추고 후반 추가시간 4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김동준을 불러들이고 전상욱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전상욱이 들어갔지만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팀이 앞서지 못했다면 김동준이 계속 골문을 지켰을 확률이 높다.
선수들이 한발 더 뛴 이유이기도 하다. 전상욱에게 마지막 시간을 주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김동준도 마찬가지였다. 형을 위해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동준은 “모든 형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전)상욱형한테도 의미 부여가 돼서 행복했다”고 했다.
이어 “경기 전에 (전)상욱형이 아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힘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형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한숨) 모르겠다. 너무 슬펐다. 계속 형 생각만하면서 뛰었던 것 같다. 강한 동기부여가 되면서 공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다. 형을 위해서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준은 전상욱과 교체되는 순간 더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상욱형한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경기 시간을 자신이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때 굉장히 뭉클했다. (전)상욱형이 빨리 쾌차하셔서 그라운드에 돌아와서 같이 웃으며 운동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상욱을 위해 모든 걸 쏟아낸 성남은 그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티아고와 황의조가 골을 넣을 때마다 선수들은 트랙에서 몸을 풀던 전상욱을 향해 달려가 세리머니를 했다. 김동준은 “경기 전에 세리머니 얘기를 듣고 무조건 형한테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리가 멀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김)두현형이 자리를 지키라고 말씀하셨다.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행복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0점대 방어율’이 목표였던 김동준에게 새로운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그는 “(전)상욱이형이 TV로 성남의 경기를 보실 것 같다. 형이 만족하는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이제는 동준이가 많이 성숙하고 안정됐구나 하는 걸 형한테 보여주는 게 목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