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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포항 감독 "질 경기 준비하는 감독은 없다"
출처:이데일리 스타in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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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포항은 16명의 선수단만을 꾸려 호주 시드니로 건너왔다.

5일 오후 7시(한국시간)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4차전 시드니FC와 경기에 나설 선수들은 K리그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주전 수문장이 유력한 김진영은 2014년 리그 1경기를 뛴 것 외엔 한 차례도 실전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다. 이밖에 공격진엔 올해 프로 데뷔한 신예 최호주와 유강현, 2선엔 최근 올림픽 팀에 소집된 정원진 등이 주력으로 나선다.

신화용 양동현 라자르 문창진 등 기존 주전급 요원들은 국내에 남아 김인수 수석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ACL과 K리그를 병행해야하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내린 ‘이원화’ 결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밖에서 보면 아마도 ‘경기를 포기한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지는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이 있나. 지기 위해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있을까. 지기보다는 비기는 경기,비길 수 있다면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드니 원정은 포항에게 일종의 모험이다. 최 감독은 “태국 동계전지훈련 당시 선수들이 의지와 투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경기를 나서지 못하면서 스스로 먼저 ‘나는 어차피 출전하지 못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하나하나가 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 선수들은 동계훈련 당시 ‘1군’으로 분류된 선수들과 자체 연습경기에서 경기를 압도했다.

이번 원정에서 최 감독은 물론 승점을 노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2군’ 혹은 ‘백업’으로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는 선수들에게 자극을 줘 포항의 강철사나이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버리는 경기는 없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 팀에 소중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시드니에 함께 온 선수들은 누군가의 대체용이 아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주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승점 이상으로 얻어야할 것이 많다”는 것이 최 감독의 말이었다.

사실 프로팀을 처음 맡은 해에 ACL까지 병행해야하는 최 감독의 머릿 속이 편할리 없다. 지도자 개인으로 볼 때 코칭하는대로 스폰지처럼 받아들이던 17세 이하 대표팀과 자신의 스타일이 굳어있는 성인 프로팀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팀 전체 상황을 살펴볼 때 ‘스틸타카’로 대표되는 컬러를 일순간에 뒤집기도 어렵다. 포항의 상황은 최 감독에게 코칭 스킬보다는 매지닝 스킬을 요구하고 있다.

최 감독은 “성인이 된 선수를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 경우 32세 이후 한 단계 발전을 경험했다. 프로선수도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면서 “나 스스로 결과에 대한 조급함이 생기는 부분을 경계하려고 한다. 나와 선수들 모두 조금씩 개선하고 발전해가면서 지난 경기보다 더 나은 경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시드니전에서는 선수들에게 믿음을 실어줄 생각이다. 최 감독의 역할은 시드니의 전력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팀의 전술을 설정하고 주의할 점을 일러주는 등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의 세밀함은 선수들이 채워나갈 몫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후 첫 훈련에서 ‘즐기는 경기를 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는 최 감독은 “이 선수들을 선택해 시드니에 온 만큼 책임은 나의 몫이다. 우리 선수들이 ‘난 안돼’라며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ACL 조별리그 F조에서 3전 전승을 달리는 FC서울은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산둥 루넝(중국)을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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